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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백산산악회 제 276차 정기산행: 덕유산 눈꽃 산행기 ◈(2016. 1. 23)

부산갈매기88 2016. 1. 29. 14:00

◎산행지: 덕유산 향적봉(1,614m)

★산행일시: 2016. 1. 23. 토, 흐림.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45명(행운이, 백호, 태평양, 스마트, 새콤달콤, 인선, 팅커벨, 야초, 칸쵸야, 청림, 와석, 옥여사2, 송향, 윤슬, 피네, 동방, 방랑자, 한사랑, 은수, 은방울, 일식, 산우, 영원한 부산, 해월정, 탱탱구리, 붉은 노을, 블랙이글, 호두, 슬로우, 퀵, 청파, 가연, 수피아, 태영, 앞마당, 형제, 제천, 운해,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안성탐방지원센타(600m)~안성계곡(칠연계곡)~동엽령(1,295m)~백암봉(1,503m)~중봉(1,594m)~향적봉(1,614m)~백련사~삼공리 주차장~삼공리 상가

 

◔시간대별 산행코스(후미 기준):

   10:13 안성탐방지원센타(600m)

   10:30 출발

   10:49 갈림길 이정표(동엽령/안성탐방지원센터 1.2km)

   11:32 이정표(동엽령 1.3km/안성탐방지원센터 2.9km/칠연폭포 2.0km)

   12:24 동엽령(1,295m)

   13:42 백암봉(1,503m)/송계삼거리

   14:16 중봉(1,594m)

   14:44 향적봉 대피소

   15:01 향적봉(1,614m)

   15:10 갈림길 이정표(향적봉 0.2km/백련사 2.3km)

   15:53 이정표(향적봉 1.5km/백련사 1.0km)

   16:25 백련사

   15:15 인월담 표지석

   17:35 삼공리 탐방지원센타

   17:42 삼공리 상가

     

 

★산행 시간(후미기준): 7시간 12분(중식 15분, 기타 휴식 25분>

                                  <순수 산행시간: 6시간 32분>

◍산행거리: 16.9km(GPS)

◎교통편: 신부산고속투어버스

 

▶산행 tip: 겨울산행은 묘미는 눈꽃 산행이다. 그 하얀 새색시 눈꽃을 만나기 위해서 떠나는 산행은 출발 전부터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번 덕유산 산행은 그런 점에서 마음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겨울산행은 그 혹독한 날씨와 자신과의 고통어린 싸움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겨울 산행의 기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평소 고혈압, 당뇨, 심근경색 등의 질환이 있는지를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2년 전 6월에는 삼공리 주차장에서 칠봉, 향적봉, 동엽령, 안성탐방지원센터까지 7시간 산행을 하였지만, 오늘은 그 반대로 가는 코스를 택했다. 눈길이지만 7시간 남짓이면 황홀한 눈꽃 산행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수많은 인파에 등로가 눈으로 덮여 있어서 개별 산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1)이번 산행은 안성탐방지원센타에서 출발하여 안성계곡(칠연계곡)을 따라 동엽령으로 올라서기까지 1시간 50분 정도 힘이 든다. 안성탐방지원센타에서 1.2km는 눈 덮인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겨울을 제외한 세 계절이라면 이런 길은 지극히 따분하다. 그러나 겨울이라 눈이 쌓여 있어서 눈을 밟으며 동료들과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고, 몸을 워밍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출발에 앞서 스트레칭을 한다고 하지만 이미 마음은 콩밭에 가 있기 때문에 건성으로 스트레칭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완만한 길이라도 20분 정도 걷게 되면 워밍업이 된다.

 

눈 덮인 포장도로가 끝나면 왼쪽의 다리를 지나 본격적인 칠연계곡의 산행이 시작된다. 이 칠연계곡은 동엽령까지 3.3km로 약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겨울철이 다른 계절보다 시간이 20여 분 더 걸리게 된다. 등로가 협소하고, 눈에 덮여 있는 데다 내려오는 산꾼과 교행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등로가 좁기에 하산을 하는 사람과 올라가는 사람 중에서 누군가 길을 양보하면서 잠시 대기를 해야 한다. 그렇기에 정체가 이루어진다. 칠연계곡 초입은 완만하게 시작하지만 고도가 높아지게 됨에 따라 점차 경사가 가팔라진다. 또 눈꽃과 상고대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면 한 컷씩을 하지 않을 수 없기에 다소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 백설, 그 설국에 마음이 들뜨지 않을 자 누가 있겠는가. 칠연계곡 중간쯤 이후부터 눈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침엽수는 온통 눈을 뒤집어쓰고 엉거주춤 서 있다. 발끝과 손끝은 조금씩 시려온다. 함께 오르던 일행은 하산을 하는 타산악회원들에게 길을 터주느라고 잠시 대기를 하는 사이 시야에서 멀어져 버린다. 동엽령이 가까이 올수록 바람이 거세지자 앞서 가던 타산악회원들이 몸을 추스르고 있다. 우리 일행은 모두 동엽령으로 올라가버렸는지 보이지 않고, 옥여사님과 나와 둘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옥여사님은 내 뒤에 조금 떨어져 걸어 올라오고 있다. 발걸음은 무거워 보이지만, 지구력이 있는 탓에 끈기를 가지고 올라온다.

 

(2)동엽령에 올라서니 지금까지 조금 차갑게 불던 바람이 아니다. 앙칼지게 산발을 하고 달려드는 여인네처럼 매섭고 차가운 바람에 얼굴은 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동엽령에 무리지어 서 있는 산우들이 백산님들인가 싶어 고개를 쭈삣거려 보지만, 아는 얼굴이 한 명도 없다. 얼씨구~~ 완전히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느낌이다. 강한 바람 탓에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얼굴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안경은 성에가 끼는가 싶더니, 얼어붙어 닦고 닦아도 계속 뿌옇게 흐려져서 길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내 뒤를 따라 옥여사님도 겨우 동엽령에 올라선다. 향적봉 방향으로 먼저 가라고 말해 둔다. 아무래도 이 거센 바람과 강추위를 버틸 여력이 없어서 방한 자켓을 입고 복장을 점검해 본다. 그나마 능선길이라 한시름 놓는다.

 

백암봉으로 향하는 등로는 오르락내리락 하는 능선길이다. 게다가 등로에는 바위도 군데군데 산적처럼 버티고 있다. 동엽령에서 백암봉 방향으로 35분여 안경에 성에가 엉겨 붙어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걷고 있다. 그런데 그 길옆에서 누군가가 부른다. 가만히 보니 눈밭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무리를 보게 된다. 슬로우님과 태평양님 등 일행이 앉아서 나를 알아보고 부른 것이다. 일행은 점심을 반 이상이나 먹은 상태다. 방랑자님이 일어나 과메기 두 점을 입에 넣어 준다. 피난을 가다가 용케 가족을 만난 기분이다. 옥여사님과 둘이 태평양님 옆에 앉는다. 낮 1시가 지난 시간이라 입맛을 다소 잃은 상태다. 굶고 산행을 하기도 그렇고 일단 보온 도시락을 꺼내어 밥을 입에 넣는다. 입 안이 많이 까칠하다. 최근 몇 년간 겨울 눈 산행시에 밥과 반찬이 얼어서 제대로 먹어보지 못한 기억 때문에 도시락을 반 만 담아왔다. 일행이 일어서야 하기에 얼른 식사를 끝낸다. 벌써 일행은 주섬주섬 갈 채비를 하고 떠나고 있다. 이 차가운 바람과 눈밭에 버려진 인생이 될까봐 서둘러 챙겨보지만 일행은 과감히 일어선다. 아니 강추위와 센 바람이 자리를 일으키게 한다. 너무나 발이 시려워 그냥 그대로 있을 수가 없다. 일행이 일어서도 좀 기다렸다가 같이 가자고 할 수가 없다.

 

점심을 먹고 백암봉을 향해 눈을 들어보니 하얗게 눈이 덮인 산자락의 등로를 따라 순례자처럼 대열을 지어 오가는 산꾼들을 본다. 그 모습이 장관이다. 이 춥고 매섭게 부는 칼바람을 헤치고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걸까. 향적봉 산신령에게 빌러 가는 걸까. 아님 천지신명에게 고하려 가는 걸까. 자연이 준 최대의 선물을 받으러 가는 걸까. 하늘의 복을 받으러 가는 걸까. 눈꽃 덮인 자연에 취하기 위해서 일까. 정녕 무엇이 우리를 차갑고 허허로운 벌판으로 달려오게 했을까. 그 차가운 산 정상에 연인이 오라고 했으면 그렇게 달려갔을까? 겨울 설국과 눈꽃이 끄는 마력은 무엇일까?

 

백암봉으로 오르는 데크계단 가기 전, 장갑을 두겹으로 끼었는데도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매서운 칼바람과 강추위에 손가락의 뼈마디 마디가 시려오기 시작한다. 아~~ 속으로 고함을 질러본다. 이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강한 바람이 지나가는 골인 것 같다. 태풍급의 강풍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밀어붙이고 있어서 몸조차 가누기가 힘이 든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발걸음을 떼보지만 쉽지가 않다. 설상가상으로 안경에 성에가 끼어서 얼어붙는다. 걸으면서 성에를 제거한다고 안경닦이로 닦아서 안경을 써 보지만 이내 안경은 맹추위에 또다시 성에가 끼기 시작한다. 뒤에 따라오던 서울의 모 산악회 여자회원이 나의 얼굴 가리개를 눈까지 올리면 성에가 덜 낀다고 하면서 직접 올려 준다. 그녀는 얼굴이 가려져 있어서 어떤 생김새인지 알지 못하지만, 외딴 곳에서 착한 마음의 선물을 받으니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자그마한 키에 노란 자켓을 입은 서울 말씨의 여인이다.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누구인들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그게 인지상정인 것을.

 

(3)거센 바람을 헤치고 백암봉에 올라서니 운해님이 기다리고 있다. 앞서 간 일행의 사진을 찍어주고 나와 옥여사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매서운 칼바람 속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우리 백산산악회가 나날이 발전하는 이유가 회원끼리 늘 배려하는 마음으로 산행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산은 어디에도 갈 수가 있다. 그러나 누구랑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백산에는 그 비슷한 성향의 사람끼리 모여든다.

 

매서운 칼바람 속에 백암봉 정상에서의 사진 한 장을 선물로 받았다. 뒤따라 온 옥여사님도 한 컷을 한다. 사랑의 마음을 선물을 받은 것이다. 이제 중봉을 향해서 나아간다. 뒤돌아 본 하얗게 눈 덮인 산자락은 적막함 속에 귓전에 바람소리만 요란스럽다. 등로 여기저기 바람이 몰아다 놓은 눈이 소북이 쌓인 곳도 있다. 백암봉에서 중봉은 조금 더 높게 치고 올라가야 한다. 중봉 이정표 앞에는 타지에서 온 산객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세찬 바람에 서 있을 수가 없어서 그대로 통과한다.

 

이제 중봉에서 향적봉 대피소로 5분여 진행을 하고 있는데, 뒤에 행운이님과 신랑인 백호님, 그리고 팅커벨님을 만나게 된다. 얼씨구~~ 추운 날씨에 타지의 사람에게 사진 한 장 부탁하기 힘들었는데, 다행히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으니. 정말 손이 시린데 장갑을 벗고 스마트 폰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행을 만나게 되어 팅커벨님과 교대로 구상나무와 눈밭에서 사진 몇 장을 찍을 수 있어서 추억의 한 토막을 건지고 갈 수가 있었다. 서서히 북쪽으로 향적봉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정상 산자락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 있는 것이 아스라이 보인다.

 

 

향적봉 대피소에는 화장실이 있어서 볼 일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그 대피소 뒤편에서 피네님, 은수님, 스마트님, 청림님, 그리고 운해님과 일행들을 조우하게 된다. 뿔뿔이 흩어진 이산가족이 거기서 만난 듯 웃음꽃을 피운다. 모두 강추위와 거센 바람에 얼굴이 빨갛게 변해 있다. 어릴 적 시골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나면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서 밖으로 나오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강추위에 얼굴이 익었다. 덕유산자락의 매섭고 차가운 치맛바람이 얼굴을 할퀴고 지나갔기에 모두 새색시 볼처럼 발그스름하게 된 것이다. 얼굴을 보니 그 매서움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가 있다. 그래도 죄다 가슴에는 즐거움과 행복이 그득 담겨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4)이제 그 대피소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향적봉으로 오른다. 대피소 뒤편의 향적봉 정상으로 오르는 된비알이 마음에 부담감을 안겨준다. 그 대피소 뒤편 산자락의 나무들은 온통 눈 폭탄 맞은 듯이 눈을 이고 있다. 서풍에 날려 온 눈이 남동쪽 산자락에 가득 쌓인 것이다. 그 경치를 카메라에 담느라 산객들의 발걸음이 무디어진다. 계단은 온통 눈으로 쌓여 있는데다 내려오는 산꾼들과 올라가는 산꾼들이 뒤엉킨다. 게다가 그 추억의 한 장면을 꼭 담고 싶기에 순례자의 대열은 느린 걸음이다. 날씨가 추워 그대로 서서 기다릴 수 없어서 마음은 조급해지는 것 같다.

 

향적봉 정상에 오르니 자갈치 시장보다 더 소란스럽고 인증샷을 하려는 산꾼들로 가득하다. 향적봉 정상석과 표지판 앞에서 인증샷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인내심을 요한다. 그래서 일행은 [향적봉] 표지판이 빼꼼히 보이는 곳에서 아름다운 시간을 담는다. 정상은 너무나 추운 탓에 오랜 시간을 지정거릴 수가 없다. 하산을 서두른다.

 

백련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하여 300여 미터쯤 내려왔을 때 앞마당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어디쯤에 있느냐고. 앞마당님은 향적봉 대피소 부근에서 일행 세 명과 함께 있다고 한다. 그 일행이 새콤달콤님의 게스트였다는 것은 백련사 500미터를 남겨두고서 알았다. 앞마당님이 그 게스트 세 사람과 오르면서 쭉 함께 한 것이다. 그 게스트 세 사람은 출발지점에서 산행채비가 늦어지는 바람에 결국 후미에서 따라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단체 산행에 여러 번 따라온 산꾼이라면 미리 준비를 했을 텐데, 그 준비가 늦어지고 화장실이 협소한 관계로 많이 기다린 탓도 있었던 것 같다. 나와 새콤달콤님의 게스트인 인선님이 함께 하산을 하고 있었는데, 전화 한 통을 받고나니 인선님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없다. 이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서 1km 정도 하산하고 있는데, 뒤에 형제님과 와석님이 뒤따라오고 있었다. 타지에서 온 산꾼들 뒤를 따라 졸졸 내려가고 있는데, 백산님을 만나니 반가웠다. 향적봉에서 백련사까지 하산길은 제법 가파르고 곳곳에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어려움이 없이 갈 수 있으나 간혹 돌길에 눈이 덮인 곳이 있어서 다소 신경을 써야 한다.

 

 

형제님과 와석님과 함께 느릿한 걸음으로 하산을 하는데, 후미에서 붉은노을님과 피네님 등이 뒤따라와 함께 합류를 하게 된다. 또 새콤달콤님도 합류를 하게 되는데 새콤님의 게스트 세 사람이 앞마당님과 함께 200여 미터 뒤에 오고 있다고 전화 확인을 하여 잠시 기다리기로 한다. 첫 산행에 따라와 게스트 세 사람을 내팽개치고 달려왔기에 새콤님도 마음의 부담이 된 탓에. 기다리는 사이 일행이 팅커벨님을 눈에 넘어지게 하여 잠시 웃음꽃이 피어나게 한다. 하얀 눈을 보면 동심이 발동하는 것 같다. 

 

이제 앞마당님과 게스트 세 명도 합류를 하여 하산을 재촉한다. 나무 위의 겨우살이가 마치 까치집처럼 여기저기 하늘에 엄청나게 많이 매달려 있다. 이제껏 그렇게 많은 겨우살이는 처음 본 것 같다. 국립공원이라 잘 보존이 되는 탓에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백련사에는 먼저 내려간 일행이 사진을 찍고 있고, 기회만 있으면 누군가를 눈에 넘어뜨리려 장난을 걸고 있다. 백련사에 도착하면 거의 다 내려온 기분이지만, 백련사에서 삼공리 탐방지원센타까지는 5.6km이기에 가야 할 거리는 많이 남아 있다. 또 시간으로는 1시간 10분 정도를 걸어가야 한다. 길은 시멘트 포장도로 위에 눈이 덮여 있어서 일행과 이야기를 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내려 갈 수 있다. 같은 방향을 보면서 걸어 갈 수 있다는 산우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이제 하늘에서는 눈가루를 뿌리기 시작한다. 하늘이 우리에게 축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계곡을 따라 곳곳이 유명한 명승지이건만 겨울은 그 모든 것을 얼음 속에 가두어 두고 있다. 그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겨울은 시기심에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으려 죄다 하얀 얼음덩어리로 만들어 놓았다. 하얗게 얼은 개울 위 숨구멍이 열린 놓은 곳에서 개울물이 졸졸 소리를 내며 아래로 흐르고 있다. 도착 예정시간보다 다소 늦어지고 있다. 앞서 하산한 영원한 부산님은 우리가 중봉에 도착할 즈음 향적봉에서 하산을 한다고 전화가 왔었는데, 아마 1시간 정도 앞서 하산을 했지 않았을까.

 

(5)삼공리 상가에 도착하니 버스에서 기다리던 일행들이 우르르 식당으로 몰려온다. 눈발이 제법 굵어지고 있다. 식당 안은 백산 외에도 한 팀의 산악회가 식사를 하고 있다. 차가운 공기를 헤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안경에 성에가 또 끼기 시작한다. 산우들의 얼굴은 추위에 볼이 익어서 발그스름한데다 따뜻한 실내의 공기에 달아올라 더 붉어져간다. 뿔뿔이 흩어져 산행을 하던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였으니 할 이바구도 많다. 산행 시작 전 단체 사진찍을 때 본 얼굴이 여기 이 자리에서 볼 수 있었으니. 영하 20도의 혹한과 강한 바람 속에서 한 사람의 낙오자나 부상자 없이 7시간 남짓 16.9km를 완주했으니 백산인은 참 대단하다. 그리고 게스트까지 모두 함께 축배의 잔을 들 수 있으니.

 

오늘 우리는 눈꽃 산행을 통해서 동심을 일깨우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을 나누는 배려심을 체득했다. 그리고 도전을 통해서 결코 자신이 나약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 힘과 도전심이 자신의 삶에 엔진이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때 결코 좌절이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하얀 눈처럼 순결하고 정결하게 삶을 일구어 가겠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인생은 도전하는 자의 몫이다. 겨울은 하얀 눈이 있기에 가슴 뭉클한 도전을 한다. 손끝과 발끝이 잘려나갈 것 같은 시린 고통이 있다고 해도 이 겨울의 눈꽃 산행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 행복함과 성취감은 돈으로 살 수 없을 만큼 귀중하기에......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