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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7코스 르포] 단 한 코스만 가보고 싶다면 바로 여기…

부산갈매기88 2011. 2. 25. 09:23

 

[적설기 한라산 특집 | 제주 올레 7코스 르포] 단 한 코스만 가보고 싶다면 바로 여기…1월에도 유채꽃 만발:  봄·여름·가을·겨울을‘비벼놓은’ 신선한 풍경들

제주 올레의 많은 코스 중에서도 스타가 있다. 바로 7코스다. 올레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코스로 제주 사람에게 묻건, 사단법인 제주 올레에 묻건 모두 7코스를 최고로 꼽는다.

겨울에도 7코스가 좋은 이유는 제주 서귀포를 지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이 있는 만큼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날씨가 다르고 한라산을 기준으로 동과 서의 날씨도 다를 때가 많다. 제주도에서 사철 가장 포근한 지역이 제주도 남쪽의 서귀포다. 올레 7코스는 제주도의 매력을 비교적 온화한 날씨 속에서 걸으며 볼 수 있다.

7코스 들머리는 외돌개다. 외돌개는 관광객으로 늘 붐비는 해안 관광지로 절벽의 전망대에서 보면 20m 높이의 촛대바위가 바다에 우뚝 솟은 모양이다. 바다에 외로이 서 있는 바위라고 하여 유래한다. 외돌개만으로 관광객이 많은 건 아니다. 외돌개가 있는 주변의 절벽해안 경관이 아름답고 TV 드라마 대장금을 촬영했던 곳이기도 해서다. 절벽에서 본 바닷물은 투명한 녹색을 띠고 있어 외국 해안가에 온 듯 이국적이다.


▲ 알강정해안의 억새밭에서 본 범섬. 범섬은 7코스 내내 보이는 길동무다.
나무데크를 따라 관광객으로 붐비는 외돌개를 떠난다. 예쁘장한 풍경들이 코너를 돌 때마다 나와 즐거운 발걸음이다. 왼쪽으론 바다가 있고 길 주변은 소나무숲이다. 오른편엔 화산석으로 쌓은 담이 아기자기하고도 견고하게 늘어섰다. 층층이 초록빛인 미나리 다랑이밭도 예쁘다. 해안 풍경과 제주 사람들의 삶터가 공생한다.

유채꽃이 무리지어 핀 길도 있다. 3~4월에 피는 꽃이지만 서귀포에선 예외다. 어라, 동백꽃도 피었다. 그러고 보니 한쪽에는 눈이 쌓여 있고 다른 한쪽에는 봄꽃과 억새, 야자수가 공존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비벼 놓은 신선한 풍경이다.

원래 서귀포에는 눈이 잘 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번 겨울은 눈이 꽤 오는 편이라고 한다. 그래도 제주도의 다른 곳과 달리 한낮에는 기온이 가장 높은 편이라 눈이 쌓인 곳은 드물다.

돔배낭골 주차장 앞에서 길이 나뉜다. 해안으로 이어진 계단길과 우회하는 아스팔트길이다.

단체는 우회길을 이용해 달라는 안내문이 있다. 본격적인 해변 바윗길이다. 제주 바다와 함께 걷는다. 커다란 바위를 오르내리는 데 집중하느라 경치를 볼 여유는 없다고 여겼으나 이를 뒤엎는 벽이 있다. 흰 벽, 로마네스크 양식의 클래식한 기둥 모양이라 고급스러워 눈에 띈다. 흰 벽을 돌아가자 이번엔 노란 벽이다. 울퉁불퉁 바윗길이지만 색감이 이채롭다.

▲ 1. 대륜동 해안 올레길의 예쁘장한 우체통 /2. 법환포구의 올레객을 위한 낙서벽. 나그네의 사연과 추억을 남기는 곳이다 / 3. 속골 앞 벤치에서 본 서귀포 앞 바다.
다시 도로를 만난 곳은 속골이다. 바다로 떠나가는 계곡을 건너 올레는 계속된다. 야자수길이 길게 이어지고 바다 저편에는 범섬이 있다. 외돌개부터 내내 보였던 범섬은 7코스를 인도하는 북극성 같은 존재다. 오솔길로 이어지더니 억새가 수놓은 해변길이다. 황토색의 푹신한 흙길과 묵직하면서 낮게 쌓아올린 낮은 돌담, 햇살에 빛나는 억새 사이로 꼬리 흔드는 누렁이가 할망을 좇아 집으로 간다. 이곳에 서 나고 자란 사람은 착할 것만 같다.

법환포구의 한 식당에 노란 벽이 이색적이다. 노란 벽엔 올레객들의 낙서가 가득하다. ‘김은솔 왔다감, 매일산악회 제주 올레 다녀가요, 혜정아 사랑해.’ 사람들은 떠나고 사연만 남아 있다. 넓은 주차장 옆에는 남탕, 여탕이라 써둔 글귀가 있고 물이 고인 콘크리트 공간이 있다. 7구간을 안내해 준 제주 사람 오순희씨는 이곳은 여름에 천으로 가리고 노천탕으로 쓰이는 곳이란다.

한편에는 ‘막숙’ 안내문이 있다. 몽골의 마지막 세력인 목호들이 제주도에서 난을 일으키자 최영 장군이 군사를 이끌고 와 목호들의 본거지였던 범섬을 포위해 전멸시켰다. 이때 최영 장군의 대규모 군대가 군막을 치고 주둔한 곳이라 해서 막숙이라 한다.

붉은 콘크리트길을 따른다. 길 옆에 바다가 있고 범섬이 여전히 곁에 있다. 나무 없이 트인 곳이라 바람이 세다. 문득 뒤돌아보면 눈이 닿는 끝까지 지나온 길이 이어져 있다. 섬 안 쪽으로는 구름에 휩싸인 한라산과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이 보인다. 곳곳에 지명의 유래를 적은 안내문이 있어 이 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스팔트에서 해변 자갈로 다시 길이 바뀐다.

▲ 외돌개에서 이어지는 돔배낭길. 데크로 길이 나있어 편안하게 절경을 감상하며 간다.
농작물밭을 지나니 재밌는 다리가 있다. 계곡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의 다리인데 물에 뜨는 스티로폼 어구 위에 목재로 다리를 이었다. 출렁이는 걸음이 재미나다.

다리를 지나면 풍림리조트가 나온다. 다리 이름은 풍림올레교. 리조트 측에서 만든 것이다. 리조트엔 바닷가 우체국이라는 테마로 엽서를 부쳐주는 정자도 있고 등산화를 씻는 곳도 있다. 리조트 내에는 식당이 있어 여기서 점심 식사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외돌개에서 리조트까지 8.3km. 오순희씨의 말에 따르면 일반인들 중 상당수는 7코스를 여기서 마친다고 한다. 해안 바윗길을 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이라 일반인들은 여기까지 오는 것도 피로를 느끼기에 충분한 난이도다.

등산을 즐기는 이들은 정상에 서야 하듯 7코스를 고집스레 완주한단다. 리조트에서 끝낼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후부턴 콘크리트길 일색이다. 길목 곳곳에 ‘해군기지 반대’ 현수막이 내걸린 곳은 강정마을이다. 조용한 어촌마을이지만 평화롭지 않은 고요함이다. 리조트 이후로는 올레꾼들도 거의 없다. 그나마 걷는 이들은 산 좀 탄다 하는 복장이다.

▲ (왼쪽)로마의 신전 기둥처럼 고풍스럽게 선 흰 벽. / (오른쪽)풍림리조트 직전의 풍림올레교. 출렁이는 다리를 걷는 것도 올레의 즐거움이다.
밋밋한 풍경을 반전시키는 건 알강정 해안길이다. 보채는 아이를 달래듯 나타난 억새밭, 왈츠에 맞춰 춤추고 있는지 햇살을 머금고 팔랑팔랑 흔들린다. 눈부신 억새해변을 사람들은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길은 계속 변신하며 매력을 발산한다. 올레의 스타 7코스답다.

벼랑 아래에 숨은 아주 작은 포구, 달빛에 보면 아름답다는 월평포구다. 콘크리트 벽이 워낙 듬직한 곳이라 이름만큼의 감흥은 없다.

야자나무숲을 지나 버스정류소인 송이슈퍼에서 걷기가 끝난다. 슈퍼에는 먼저 온 올레 순례객들이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바닷바람에 차가워진 몸을 녹이고 있다. 올레를 다 갈 시간은 없고 한 코스만 가겠다는 사람에게 7코스를 추천하는 이유를 알겠다.

올레 7코스 정보 Guide 일반인은 풍림리조트에서 끝내는 게 알맞아

외돌개에서 월평포구까지 14.4km이다. 주말이면 줄을 서서 갈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은 인기코스다. 산행이 아니라 해서 만만하게 볼 수 없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안 바윗길을 지나야 하고 콘크리트길 구간이 잦고 거리가 길어 완주할 경우 피로도가 높다. 바윗길이 있어 운동화보다는 밑창이 단단한 등산화나 리지화가 낫다.

▲ 서귀포 우정횟집의 상차림.

풍림리조트 이후로는 아스팔트 구간이 많아 경치가 밋밋한 편이므로 노약자나 아이들과 함께할 때는 리조트에서 걷기를 마무리하는 게 좋다. 길이 선명하고 올레꾼이 많으며 이정표와 표지기가 있어 길찾기는 쉽다. 7코스 걷기 시간은 5시간 정도 걸린다.

교통

서귀포 중앙로터리에서 서귀공영 8번 버스를 타고 외돌개에서 하차한다. 중문우체국에서는 서귀공영 5번 버스를 타고 삼매봉정류소에서 내려 외돌개로 걸어가면 된다. 서귀포 시내에서 택시로 외돌개까지 기본요금 거리다. 월평마을 송이슈퍼에서 5번 버스를 타고 서귀포 시내나 렌트카를 세워둔 외돌개로 돌아갈 수 있다. 송이슈퍼에서 삼매봉까지는 20분 걸린다.

월평마을에서 택시로 외돌개로 돌아갈 경우 8,000원 정도 나온다. 월평에서 8코스 방향으로 20분 정도 가면 약천사 앞에 제주공항으로 가는 리무진버스정류장이 있다. 서귀포콜택시(064-732-0082, 762-0100, 767-1660, 732-4244)


맛집 (지역번호  064)

해산물 별미집으로 서귀포 우정횟집(733-8522)이 유명하다. 서귀포시 서귀동 중앙시장 안에 있으며 50대 이상 주차 가능한 대형 주차창이 있는 큰 횟집이다. 서귀포 주민들과 올레 6~7코스를 찾는 올레꾼들이 주로 찾는 맛집이다. 회도 유명하지만 회를 시키면 나오는 20가지의 밑반찬(돈까스, 볶음밥, 튀김, 해산물류 등)으로도 유명하다. 광어(1kg 8만 원), 황돔(1kg 8만 원), 따돔(1kg 7만 원)이며 식사류는 돔매운탕(1만 원), 돔지리(1만 원), 회덮밥(8,000원) 등이 있다.


조선일보<2011. 2.25>/ 글 신준범 기자 | 사진 김영선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