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활동을 하다 적 총구가 허리춤에 콱 박히던 그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끼칩니다. 그래도 나라 위해 몸 바친 그때를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요.” 인천 강화군 송해면에 사는 민옥순(88)씨는 지금도 1951년 11월 북한군에게 붙잡혔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 “가슴이 벌렁거린다”고 했다. 민씨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6월 대북 첩보·유격 부대였던 ‘8240부대’에 입대, 3년간 여성 첩보원으로 활약했다. 민씨는 야간에 민간인 복장으로 북한 개풍군 일대를 침투했고, 인민군 부대의 규모와 위치, 이동 동향 등 수집한 정보를 치마에 그렸다. ‘군번 없는 군인’이었던 그는 포로 위험을 무릅쓰고 그렇게 3년간 남북을 건너다녔다. 1951년 ‘열일곱 소녀’였던 민씨는 71년이 흐른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