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나라답게 27

딸도 60년간 몰랐다… 군번없는 소녀 첩보원들, 6·25 戰功 첫 인정

“첩보 활동을 하다 적 총구가 허리춤에 콱 박히던 그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끼칩니다. 그래도 나라 위해 몸 바친 그때를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요.” 인천 강화군 송해면에 사는 민옥순(88)씨는 지금도 1951년 11월 북한군에게 붙잡혔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 “가슴이 벌렁거린다”고 했다. 민씨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6월 대북 첩보·유격 부대였던 ‘8240부대’에 입대, 3년간 여성 첩보원으로 활약했다. 민씨는 야간에 민간인 복장으로 북한 개풍군 일대를 침투했고, 인민군 부대의 규모와 위치, 이동 동향 등 수집한 정보를 치마에 그렸다. ‘군번 없는 군인’이었던 그는 포로 위험을 무릅쓰고 그렇게 3년간 남북을 건너다녔다. 1951년 ‘열일곱 소녀’였던 민씨는 71년이 흐른 28일..

제2의 유바리?… 교토시 '파산 경고'는 남의 일 아니다

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에 3주 단위로 화요일 연재합니다. 교토 고사찰 '기요미즈데라' 전경. 한국일보 자료 사진 지자체 파산위험 ‘인구가 경고한 불편한 미래’ 천년고도 일본 교토(京都)에 파산 경고등이 켜졌다. 교토시장은 이대로면 교토시 재정이 10년 내 파산한다는 우려의 메시지를 내놨다. 한때 연간 5,000만 인파를 끌어당긴 관광명소의 파산예고는 외신 토픽으로 한국에도 전해졌다. 열도의 체감충격은 상당했다. 지역소..

[김순덕 칼럼] 대통령의 품격

분노에 권력을 탐했던 진나라 때 이사 자신을 가리지 못해 끝이 좋지 못했다 “나는 겁이 없다” 與대선후보 이재명 겁 없이 자유민주주의 흔들까 두렵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은 글도 잘 쓴다. 2017년 대선 전에 내놓은 자서전 ‘이재명은 합니다’의 첫 문장이 ‘나는 겁이 없다’다. 첫 문장 때문에 머리를 쥐어뜯어본 사람은 안다. 그게 얼마나 마술적 시작인지. ‘나는 겁이 없다. 살아가면서 어지간한 일에는 눈도 깜빡하지 않는다… 정치에 입문한 뒤에도 그 이전에도 나는 옳지 않은 일에 맞닥뜨릴 때마다 저항했다…’는 다음 문단까지 순식간에 읽히지 않는가. 자서전에서 보여준 이재명의 삶은 감동적이다. 가난 때문에 어린 공장노동자로 일하다 장애를 입고, 검정고시 출신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성공..

101세 철학자 “文, 취임사와 정반대....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일제시대에 태어나 공산 치하에 살아보고 군사독재도 겪어본 사람으로서 지금 한국을 보면 전쟁의 폐허에서 60~70년 쌓아 올린 나라가 무너지는 기분”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약속한 나라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1일 인천 집필실에서 만난 101세 철학자는 “나라 없이 산 우리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나라가 있던 사람들과는 다른 애국심이 있다”며 “그 마음을 버릴 수 없어 이렇게 고언(苦言)을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정철승 변호사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김형석 교수를 향해 “이래서 오래 사는 게 위험하다”는 등 막말을 한 게 계기였다. 하지만 김 교수는 “..

文은 여당과 연대해 국가에 2조8천억 배상하라

탈원전은 가짜뉴스로 시작… 원전 안전성은 文이 인정, 경제성 저평가는 조작돼 탈원전은 정책 실패 아닌 文이 국익을 개인 오기의 희생물 삼은 것 전 재산 내놔도 모자란다 문재인 정권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한수원 관계자들의 눈물 얘기를 떠올린다. 문 정권 초기 탈원전 서슬이 시퍼럴 당시 원전 운영 한수원 관계자들이 몇몇 외부 인사와 만나 “우리가 피땀을 바쳐 성공한 한국형 차세대 원전이 사장되게 됐다. 이 시간을 허비하면 다른 나라에 따라잡힌다”고 토로하며 울음을 삼켰다고 한다. 피를 토하는 한마디 한마디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6월 19일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축사하면서 원전정책을 밝히고 있..

어떤 나라를 만들려 하는가

소수 존중 없는 다수 만능이 독재론 근원 문제는 매 정권 무한 반복되는 정치 폐습 독재 비판 발끈하기보다 성찰 계기 삼길 김도읍 미래통합당 법사위 간사와 의원들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에게 주택 임대차 보호법 등이 의안정보시스템에 이미 처리된 것으로 나온다며 항의를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독재의 의미는 간단하다. 압도적 권력을 쥔 집단이 장기간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그게 독재다. 의미를 확장하면 극심한 배타 정치의 다른 표현이다. 무엇보다 우리 정치사에서 독재는 흔한 수사(修辭)적 관용어다. 이전이야 제쳐 두고 YS 이후로도 독재 소리 안 들어본 정권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노무현 정권도 한미FTA 등 주요 정책 결정 때마다 들었다. 같은 진영에서..

[김형석 칼럼]‘나라다운 나라’를 위하여

국민통합’ 선언과 국정 괴리 심각… 인간다운 삶 누려야 나라다운 나라 사법부는 지시보다 국민양심 지켜내고 공직자는 국민권리 위한 책임 다해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박근혜 정부 말기의 촛불거사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국민의 호소였다. 문재인 정부는 그 뜻을 성취시키기 위해 두 가지 약속을 선언했다. 국민통합과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국정운영이었다. 벌써 3년여의 임기를 넘겼다. 대통령의 그 선언은 어떻게 되었는가. 국론분열은 극에 달했고 정의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박 정부는 친박과 비박의 분열에서 친박 때문에 정치력을 상실했다. 그런데 문 정권은 친문세력 일색으로 굳어지고 있다. 여당 안에는 문 정권에 대한 비판세력조차 존재하지 못한다. ‘문빠’까지 등장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

거침없는 독주와 뻔뻔함, 그 속의 장기집권욕

추풍령 휴게소의 경부고속도로 ‘준공 50주년’ 기념비. 한국도로공사 제공 이기홍 논설실장 ‘~땀과 열정을 쏟아 헌신한 건설역군들을 비롯한 설계 및 건설업체명을 새겨 후세에 기리고자 한다. 2020년 7월 7일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미’ 경북 김천시 추풍령휴게소에 며칠 전 세워진 경부고속도로 ‘준공 50주년 기념비’ 사진을 보며 조금 놀랐다. ‘박정희’라는 이름이 기념비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것은 이 정권의 속성을 알고 있기에 그리 놀랍지 않았다. “옆에 있는 50년 전 세운 기념탑에 박정희 전 대통령 이름이 있어서 50주년 기념비엔 넣지 않았다”는 도로공사의 설명도 그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이해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군수송덕비를 세우던 자유당 시절도 아닌데 큼직한 활자체로 ‘김현미’라는 이름을 새겨 넣는..

[김광일의 입] 평양 대학생 부럽다, ‘표현의 자유’ 있어서

80년대 미국 대통령 레이건은 농담의 달인이었다. 두세 개 소개드린다. 공화당 후보 레이건은 민주당 후보 카터 대통령과 맞붙었는데 이렇게 말했다. "경제 불황이란 이웃이 실직자가 되는 것이다. 경제 공황이란 내가 실직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 회복이란 바로 카터 대통령이 실직자가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서도 충분히 패러디를 할 수 있는 농담이다. 레이건은 소련 고르바초프와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했는데, 이런 농담을 주고받았다. 고르바초프가 말했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레이건은 죽일 놈이다’, 고함쳐도 경찰이 안 잡아갑니다." 레이건이 맞받았다. "아, 그렇군요. 미국도 마찬가지요. 워싱턴 광장에서 ‘레이건은 죽일 놈이다’ 해도 경찰은 본체만체 한다오." 레이건이 고르비를 한 방 ..

北이 이런 집단인 줄 지금 안 사람들이 나라 떠맡은 건가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연락사무소가 폭파되고 이 지경까지 오니 화도 나고 좌절감을 느낀다"고 했다. 북한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더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는데 대다수 한국 국민은 북의 이런 모습이 그다지 놀랍지 않다.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북한도 정상 국가라면 기본을 지켜달라"고 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윤 의원은 2018년 3월 대북 특사로 평양에 다녀오고 3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서 대통령을 보좌했다. 이런 사람이 북을 정말로 '정상 국가'로 알고 있다는 건가. 인간으로서 누릴 주민의 기본권 자체를 말살하고, 권력을 세습하고, 공개 처형을 밥 먹듯 하며,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고, 위조지폐와 마약을 거래하고,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