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백정의 지혜

부산갈매기88 2009. 5. 27. 11:18

백정이 푸줏간을 열었다. 이 푸줏간은 그런 대로 장사가 잘 되어 별 걱정이 없었다. 분에 넘치는 욕심을 갖지 않는 그는 자신의 생활이나 일에 큰 만족을 느끼며 소박한 생활을 하였다. 그런 그의 성실함이 왕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어느 날, 왕은 관리 한 명을 이 백정의 집으로 보내어 공주와의 혼사를 제의하였다.

 

“폐하가 너를 어여삐 보시어 공주를 너에게 시집보낼 뜻을 보이셨다. 만약 네가 승낙한다면 많은 혼수품과 하사금뿐만 아니라 관리도 될 수 있다. 이는 정말 천재일우의 기회이니 거절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백정은 송구스러워하며 대답하였다.

 

“폐하의 호의는 감사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지금 고칠 수 없는 병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를 대신해서 폐하께 감사의 뜻을 전해 주십시오.”

 

관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갔고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웃이나 친구들은 좋은 기회를 놓쳤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그는 그들의 말을 태연하게 받아들이며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습니다. 이 나라에는 준수하고 유능한 청년들이 아주 많습니다. 국왕의 딸을 다른 사람에게 시집보내지 않고 굳이 나 같은 백정을 선택한 것은 공주가 아주 못생겼거나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 비록 백정이지만 돈이나 권세 때문에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모두들 그의 말에 일리는 있다고 생각하였지만 그렇다고 그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나는 일개 백정에 불과하며 다른 것은 모르지만 고기를 파는 것은 전문입니다. 신선한 고기는 값이 비싸도 모두들 다투어 사 가지만 냄새나는 상한 고기는 가격이 아무리 싸고 덤으로 곁들어 주어도 사려하지 않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이가출판사 <행복한 바보의 지혜로운 삶>

 

 

*내가 가진 것,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참다운 면을 보지 못하고 자꾸만 남과 비교할 때 불행이라고 하는 불청객이 곁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내 것이 남의 것보다 더 나을 수도 있는데, 인간의 욕망은 정확한 판단의 눈을 가려버리고 만다. 남의 떡이 크다고 생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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