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해산물로 김치 만들자 일본인들 입이 떡

부산갈매기88 2011. 11. 30. 12:45

 

[142개 업체 제치고 日 농림수산대신상… 재일교포 장애니씨]
배추 대신 섬 특산물로 담가 대도시 백화점까지 진출 "한국인 손맛 인정받은거죠"

"섬에서 나는 재료를 갖고 한국식 김치를 만드니 일본인들이 입을 못 다물더라고요."

1993년
일본으로 가 가고시마현 아마미시(奄美市)에 사는 영주권자인 한국인 장애니(43)씨가 최근 열린 가고시마현 수산물품평회에서 142개 업체를 누르고 농림수산대신상을 받았다. 우리로 치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상인 셈이다.

장씨는 "배추와 무 대신 아마미시에서 흔히 나는 해초인 큰실말과 파파야를 활용한 '파파야 큰실말 김치(パパイヤもずくキムチ)'"라며 "한국인의 손맛이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일본 아마미시 지역 특산물인 큰실말을 응용한 김치로 일본 가고시마현 수산물품평회에서 1등을 차지한 장애니씨. 그가 개발한 김치는 바다 내음에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다.

어린 시절을 서울 종로구에서 지낸 장씨는 18년 전 무대의상을 공부하려고 일본에 갔다. 도쿄에서 고달픈 유학생활을 했고, 나리타의 한식당 홀에서도 일했다. 그런데 결혼한 일본인 남편의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1998년 환경이 좋은 아마미시로 왔다.

아마미는 가고시마현에서 비행기로 30분이나 떨어진 섬이다. 면적은 306㎢로 서울의 절반 정도고, 인구는 5만명 남짓이다. 남쪽은 태평양, 북쪽은 동중국해인데 아열대해양성 기후여서 일년 내내 온난하다.

한국과는 여러모로 완전 딴판인 이곳에서 장씨는 고국 생각이 날 때마다 김치를 담그곤 했다. "처음에는 김치 만드는 법을 몰랐어요. 하지만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한국의 친척들께 전화해서 김장 담그는 법을 배웠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서는 이웃과 함께 담가 나눠 먹곤 했어요." 큰실말은 이 섬 특산이면서도 소비나 판로가 마땅치 않았다. 어느 날 이웃이 장씨가 주는 김치를 받아가며 큰실말로 김치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런데 어려웠어요. 여러 번 시행착오 끝에, 소금에 절인 큰실말에 양념을 진하게 묻혀보니 제법 괜찮아졌어요. 동네 사람들도 '대체 이런 맛을 어떻게 낸 거냐'고들 감탄했지요. 바다 내음이 섞인 듯하면서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라고." 장씨는 무 대신 섬에서 많이 자라는 파파야를 넣은 김치도 개발했다.

4년 전에는 아예 자그마한 김치 공장을 차렸다. 아르바이트 직원 5명을 고용해 이런저런 김치를 담근다. 이 김치들이 이제는 도쿄 같은 대도시 백화점에서도 가고시마 특산품으로 꽤 팔려나간다.

"우리 고유의 음식인 김치를 응용해 전파하는 것이 제 나름의 보람입니다. 내년 봄에는 이 '파파야 큰실말 김치'로 전국대회에 나가는데 한국인의 손맛을 한번 제대로 알리고 싶어요."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