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오래된 연인이 '상대의 거짓말'을 눈치채지 못하는 이유

부산갈매기88 2012. 1. 4. 09:40

 

거짓말 탐지 권위자 레빈 교수
"잘 아는 상대이기에 잘 믿어 거짓 알아채기 어려운 거죠… 국가간 오해 없애는 일 할 것"

티머시 레빈 교수.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상대가 거짓말하는 건지 아닌지 알아내는 좋은 방법은 사실을 확인해 '증거'를 발견하는 겁니다. 내가 아는 것부터 질문해 보세요. 상대가 거짓말하면 증거를 대며 '그게 아닌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세요. 그러면 말을 바꿀 겁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상대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 85% 정도 알 수 있습니다."

티머시 레빈(Levine·49)
미국 미시간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한국에 왔다. 한국인 부인이자 이 대학 교수인 박희선 교수와 한국서 새해를 보내기 위해서다. 레빈 교수는 '거짓말 탐지'에 관해 40편 넘는 논문을 쓴 전문가다. 미국의 치안·안보 기관과 공동으로 연구하고 특강도 한다.

레빈 교수는 지난해 '말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 차이가 거짓말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으로 전미 커뮤니케이션학회 '베스트 논문상'을 받았다. 부인과 고려대 미디어학부 심재철 교수도 연구에 참여했다. 핵심은 참말이건 거짓말이건 상관없이 그것을 '어떤 태도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이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는 것. 거짓말도 믿을 만하게 얘기하면 사실로 믿고, 참말도 불량한 태도로 얘기하면 거짓말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얼핏 당연하게 들리지만, 학술적으로 입증하긴 쉽지 않다.

"자신감 있게, 친절하게, 집중력 있게 대화하면 참말로 받아들여요. 반면 눈을 맞추지 않고, 망설이듯, 어눌하게 얘기하면 거짓말로 여겨지기 쉽죠. 저는 거짓말을 잘 안 해요. 하지만 꼭 해야 할 때는 이런 점을 참고합니다." 그래서 거짓 여부를 판별하려면 말하는 이의 눈빛·표정·손짓보다는 내용을 사실과 대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상대가 거짓말했음을 알게 되는 것은 대부분 대화 당시가 아니라 상당 시간이 지난 다음에 나타난 물질적 증거나 제3자 얘기를 통해서란 것이다. 그는 "거짓말 탐지 전문가들은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기억한 뒤 맥락에 맞춰보는 작업을 통해 '사실 체크'를 한다"고 했다.

레빈 교수는 미시간주립대 대학원에서 '설득'을 전공하다가 거짓말 탐지 전공 교수를 만나면서 방향을 바꾸었다. 깜짝 놀랄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예가 '잘 아는 사람에 대한 거짓말 탐지' 연구다. "사람들은 잘 아는 상대일수록 거짓말인지 아닌지 가려내기 쉽다고 생각하죠. 결과는 반대였어요. 잘 알수록 믿기 때문에 속기 쉬운 거죠. 남녀 사이에서도 오래되고 사랑과 믿음이 깊다고 생각할수록 거짓말을 잘 알아채지 못해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처럼요."

레빈 교수는 "하지만 믿어야 소통이 잘되고 관계도 좋아지니까 나는 가족과 친구 말을 잘 믿는 편"이라며 "앞으로는 거짓말의 문화적 차이를 연구해 국가 간 오해를 없애는 작업에 나서볼 생각"이라고 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