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맛집

뜨거운 물과 만나면 채소가 숨을 쉰다?

부산갈매기88 2014. 11. 19. 10:26


오염물질 제거되고 식감 좋아져… 생선·고기도 본래의 맛 살아나
"찬물 세척이 더 안전" 주장도

섭씨 50도의 물은 꽤 뜨겁다. 국내 온천 중 물이 뜨거운 편이라 고(高)온천으로 분류되는 수안보가 53도다. 그런데 이 뜨거운 물에 채소와 과일은 물론 고기와 생선까지 씻으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른바 '50℃ 세척법'이다.

◇채소·과일 뜨거운 물에 씻어라?

50℃세척법을 처음 제안한 건 일본인 과학자 히라야마 잇세이(平山一政)씨다. 최근 국내 발간된 그의 책 '기적의 50℃세척법'(산소리)에 따르면, 증기 기술자로 고기완자 공장에서 일하던 히라야마씨는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증기 온도를 낮추는 실험을 계속하던 중 섭씨 50도 증기에서 찐 채소에 생기가 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50도로 찐 음식이 맛있다면 50도 물로 씻어도 같은 효과가 나지 않을까'란 생각에 50℃세척법을 고안했다.

뜨거운 물과 만나면 채소가 숨을 쉰다?
/유창우 기자
히라야마씨의 주장에 따르면 50℃세척법은 기적에 가깝다. 찬물로 씻을 때보다 오염 물질이 잘 제거돼 더 깨끗해지고 더 아삭아삭 맛있다고 한다. 식감이 살아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히라야마씨는 "뿌리가 뽑힌 채소는 수분을 잃고 건조되는 걸 최대한 늦추려고 잎 표면의 기공을 스스로 막는데, 이를 50도 물에 넣으면 '열 충격'으로 기공이 열리며 잃었던 수분을 한순간에 흡수한다"고 설명한다. 과일은 따뜻한 열기로 효소 작용이 활성화되고, 숙성이 촉진되어 당도가 높아진다.

◇뜨거운 물 半, 찬물 半

고기나 생선도 50도의 물로 씻으면 더 깨끗하고 맛이 좋다는 게 히라야마씨의 주장이다. 그는 "생선 비린내는 생선살에 포함된 지방산이 공기에 닿아 생기는 산화물이 원인"이라며 "그 산화물을 50℃세척으로 없애주면 생선 본래의 맛이 살아난다"고 주장한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도 50도 물에서 2분 정도 씻으면 더 부드럽고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50도로 물 온도를 맞추려면 볼에 끓는 물을 붓고 찬물을 더하면서 온도계로 확인하는 방법이 제일 정확하다. 뜨거운 물과 찬물을 1대1로 맞추면 대충 맞다. 히라야마씨는 "대부분의 부패균도 50도의 뜨거운 물로 씻으면 죽는다"며 "단 식중독을 일으키는 O-157 같은 대장균을 살균하려면 75도 이상으로 가열해야 한다"고 했다. 43도 이하로 물 온도가 내려가지 않도록 주의할 것. 식품을 부패시키는 세균이 35~40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60도 이상으로 뜨거우면 채소가 익는다.

◇찬물로 천천히 씻는 게 낫다는 주장도

뜨거운 물과 만나면 채소가 숨을 쉰다?
/산소리출판사 제공
50℃세척법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다. 한국채소소믈리에협회 김은경 회장은 "50도로 정확히 맞춘다면 괜찮지만, 이보다 낮은 애매하게 따뜻한 물일 경우 미생물 활동을 오히려 촉진시켜 덜 위생적일 수 있다"며 "50℃세척법이 순간적으로 과일을 숙성시키거나 수분을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나, 맛을 좋게 하거나 오래 보관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약간 시든 채소도 50도 물에 담그면 빠르게 살아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시원한 물에 담가도 채소는 수분을 흡수해 싱싱해집니다. 20분 정도로 시간이 더 걸릴 뿐이죠. 맛은 천천히 찬물에 담가둔 편이 50도 물로 급하게 싱싱하게 만든 채소보다 낫습니다. 급하게 발육시킨 채소가 맛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김 회장은 "세척과 보관은 각 채소나 과일의 생육 조건과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라"며 "여름 채소는 너무 차가운 물에 담그면 오히려 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