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제 256차 정기산행: 강진 덕룡산 산행기 ◈(2015. 4. 4. 토)

부산갈매기88 2015. 4. 9. 17:41

◎산행지: 전남 강진 덕룡산

★산행일시: 2015. 4. 4. 토. 흐림 후 오후 비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41명(금호지, 동무, 혜영, 솔뫼, 한사랑, 수정, 붉은노을, 배일식, 청림, 현진, 키종, 수희, 가연, 가평, 팅커벨, 방랑자, 종현, 나영, 어쩌다. 병원인, 애진봉, 태영, 피네, 흔적, 윤호, 여니야, 운해, 와니,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소석문~동봉~서봉~이정표 갈림길(서봉0.4km/양란재배지 4.19km)~수양마을 삼거리 이정표(서봉 1.2km/휴양림 3.8km/수양마을 2.2km)~수양마을

 

◔시간대별 산행코스:

  11:00 소석문 도착

  11:05 산행 시작

  11:20 로프구간

  11:38 전망바위

  12:44 동봉(420m)

  13:15 서봉(432.9m)

  13:25 안부(중식 25분)

  14:01 이정표(서봉 0.4km/양란재배장 4.19km)

  14:32 독수리머리 바위(ET 바위)

  14:49 수양마을 삼거리 갈림길(서봉 1.2km/휴양림 3.8km/수양마을 2.2km)

  15:24 수양마을

 

★산행 시간: 4시간 20분(중식 30분, 기타 휴식 20분)

                 <순수 산행시간: 3시간 30분>

◍산행거리: 6.7km(이정표상 거리)

◎교통편: 신부산고속투어 전용버스/부산 덕천동에서 3시간 소요

 

▶산행 tip: 남도의 소금강이라고 불리는 전남 강진의 덕룡산 산행은 진달래와 기암괴석이 만들어내는 풍광에 4시간 남짓 넋을 잃었다. 황홀함 그 자체이다. 호남 지역의 산들은 그렇게 높지는 않으나 골산이 많아서 암봉의 정취에 홀딱 빠져버리게 한다. 이번 덕룡산 산행도 높이는 불과 400여 미터 조금 넘지만 감동은 설악산 못지않은 아기자기함이 있다. 설악산이 스케일이 크다면 덕룡산은 중소 스케일이지만, 그 소소함에서 묻어나오는 감동이 가슴에 탄성을 지르게 한다. 암릉의 능선에서 바라보는 조망과 바위가 설악의 용아장성을 옮겨 놓은 듯 하다. 암봉의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려면 암벽의 밧줄 및 ㄷ자형의 꺽쇠걸이를 밟거나 잡아야 한다. 그 꼭쇠걸이가 발판과 손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덕룡산은 다른 산에 비해서 두 다리로 걷는 산행이 아니라 사지로 암벽을 타고 오르내리는 산행이다. 거기에 눈은 사방팔방으로 훑지 않으면 안 된다. 너무나 경치가 황홀하기에.

 

소석문의 작은 주차장 옆에서 들머리는 시작된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된비알을 치고 올라가기에 심장에 부하가 많이 걸리게 된다. 가슴이 뻐근해진다. 15분여를 오르면 로프 구간이 나오고 두 개의 로프가 걸려 있다. 그 구간을 올라 뒤돌아보면 북동쪽으로 석문산의 쭈삣쭈빗한 암릉이 고개를 쳐들고 있고, 조금전 출발한 소석문에는 여러 대의 버스와 차량이 도로를 따라 주차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 올라가면 289봉의 전망대에 올라서게 된다. 뒤편으로 봉황저수지가 동서로 길다랗게 펼쳐진다. 어찌 거기서 한 컷을 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일행의 웃음은 사방으로 흩어지고, 일행은 서로 뒤엉켜 자리를 바꾸어 가면서 추억만들기에 부산하다.

 

이어지는 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운데 멀리 고개 쳐들고 있는 동봉을 보게 된다. 설악의 작은 공룡능선을 옮겨 놓은 듯 쭈삣쭈빗하게 솟아오른 암릉은 용 이빨같이 허옇게 드러나 있다. 진달래는 바위 틈 여기저기에서 수줍은 듯 숨어 있는데, 지나가는 바람은 왜 그다지 못 살게 구는지. 한꺼번에 전국에서 모여든 4개의 타 산악회와 우리 일행과 뒤엉켜 일시에 200여 명이 능선길을 점령하고 있으니 앞으로 내달리고 싶지만 그럴 여건이 안 되어 속만 시커멓게 탄다. 주작산까지 간다고 선두조로 금호지님, 방랑자님, 종현님, 흔적님 등과 나섰건만 비가 오기 전에 서봉을 지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능선 곳곳에 탈출로는 있다. 덕룡산의 암릉 경치는 동봉과 서봉 부근이 압권인 것 같다. 들머리에서 동봉까지 1시간 반 소요되고, 동봉에서 서봉까지는 거리가 300미터에 불과하나 암릉을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기에 30분 걸린다. 그 암릉에서 남서방향으로 두륜산, 북쪽으로 월출산, 동쪽으로 천관산이 멀리 보인다. 그리고 남쪽 발 아래로 강진만이 눈에 들어온다. 또 아스라이 가우도를 연결한 다리도 볼 수 있다. 일행들과 동봉과 서봉에서 인증샷을 위해서 잠시 조우를 하게 한다.

 

곳곳의 암벽에 설치되어 있는 ㄷ자형의 꺽쇠걸이에 오금이 저린다. 그 위에 발을 딛게 되면 미끄러워서 발이 미끄러지게 되기에. 서봉을 지나면서 더 가파르고 힘든 암벽을 타고 내려간 후 안부에 앉아서 일행과 점심식사를 하게 된다. 곧이어 병원인님과 애진봉님 등 부산대병원 산악회원 일행이 우리 일행 옆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여전히 바람은 세차게 불고 하늘은 점차 새까맣게 변해가고 있다. 멀리서 간간히 아주 약한 천둥소리까지 들려온다. 식사를 하고 일어나 주작산 방향으로 향하는데 암릉을 또 만나게 된다. 수양마을 삼거리 갈림길에 거의 다 와 가는데, 14시 38분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일행은 뿔뿔이 흩어지고 없다. 천둥 번개가 더욱 세차지더니 소나기가 쏟아져내린다. 우비를 꺼내 입는다. 타 산악회원들도 우비를 꺼낸다고 부산하게 움직인다. 우비를 입고 수양삼거리 갈림길에 도착하니 방랑자님이 기다리고 있다. 죽은 애인이 살아온 듯 반갑다. 방랑자님은 여기서 하산을 할 것인지 아니면 주작산 방향으로 진행을 할지를 물어본다. 이제 안개마저 끼어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기에 하산하기로 한다.

 

하산길은 60도 정도의 경사길로 가팔랐다. 폭우에 등산로는 빗물이 모여서 고랑을 이루고 아래로 흘러내린다. 길은 너무나 미끄러워 넘어져 쭈르르 2~3미터나 미끄러지다가 나무에 머리를 쳐박고 멈추었다. 방랑자님을 불렀으나 방랑자님과의 거리를 10여 미터나 떨어져 있어 불러도 빗소리와 모자를 덮어쓰고 있어 들리지 않는지 계속 내려가고 있다. 급한 마음에 또 따라 내려가다가 또 다시 2~3미터 정도 쭈르르 미끄러졌다. 엉덩이에 진흙이 묻고 왼쪽 팔은 나무에 부딪혀 얼얼하다. 다시 방랑자님을 크게 불러본다. 겨우 부르는 소리가 들렸는지 돌아본다. 30여 분의 하산길은 질퍽거리는 등로를 따라 내려갈 수밖에 없다.

 

마을 뒤편의 농가 창고에 앞서 간 일행들이 비를 피한다고 대기하고 있다. 그 안에 들어가 수건을 꺼내어 진흙이  묻은 바지를 빗물에 적시어 딲아낸다. 빗줄기는 더욱 굵어진다. 후미조들이 속속 도착을 한다. 초입에서 여기까지 4시간 20분이 걸린 셈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보라고 하늘이 정해준다. 금호지님 부부, 방랑자님과 함께 버스를 찾아 나선다. 봉황제 저수지 아래로 도로를 따라 뒤차에 떠밀리어 계속 버스는 내려가고 있다. 방랑자님이 무전을 해서 겨우 따라잡는다.

 

용아장성의 암릉을 오르내리고 사지로 암벽에 매달리면서 경치에 전율이 일었던 덕룡산 산행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봉황의 왼쪽 날개를 거닐어 본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늘 인생은 여운을 남기고 살아가게 되는 법. 그래도 암릉 구간을 벗어나 갈림길에서 비가 내려주어 하늘이 흥분된 마음을 접게 했다.

 

이번 덕룡산 산행에서 우리 일행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우의를 다진 하루였다. 시련과 고통, 위험과 위기가 함께 할 때 일행이 똘똘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진정한 친구는 위험과 위기에 빛을 발한다. 후미에서 진정 후미대장의 역할을 다한 붉은 노을님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한치의 오차 없이 전체 진행을 위해 수고한 운해대장님에게도 감사드린다. 백산의 저력으로 이런 험난한 코스에서도 결코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뭉쳐 거뜬히 해낸다. 아울러 궂은 날씨 속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준 일행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백산에서 함께 하면 절망도 꿈과 희망으로 바뀐다. 진달래꽃은 곧 시들겠지만 백산의 우정은 시들지 않는다.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