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자마자 이를 닦고 매년 스케일링 받으러 치과도 다니는데, 왜 내 치아는 계속 나빠질까요?"
흔히 환자들에게 듣는 말이다. 실제로 이런 분들은 이를 너무 열심히 닦아서, 치아 표면이 꽤 마모돼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왜 나빠질까. 그 이유가 역설적으로 이만 열심히 닦아서다.
◇칫솔질이 아니라 잇몸 마사지
요즘은 치아우식증(충치) 환자는 적다. 대신 치주질환 즉 잇몸질환자가 크게 늘었다. 잇몸이 위축된 사람도 늘었다. 일종의 고령화 현상이다. 잇몸은 구강 내 모세혈관이 연결되는 부위다. 잇몸질환을 일으키는 구강 세균이 모세혈관을 타고 전신에 퍼지는 통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잇몸질환을 일으킨 세균이 전신으로 퍼져 심내막염, 당뇨병, 저체중아 출산, 호흡기 감염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치매와 암 발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잇몸 관리가 전신 건강관리인 셈이다.
치주질환은 치아 뿌리와 잇몸 사이에 세균이 쌓여서 세균막을 형성하면서 시작된다. 치태(플라크)를 말한다. 따라서 잇몸과 치아 관리를 잘하려면 그 부위를 잘 닦는 것이 중요하다. 치아에 바로 접해 있는 잇몸 부위를 마사지하듯이, 치아와 잇몸 경계 부위를 쓸어올려 닦는 기분으로 칫솔질해야 효과가 좋다.
그래서 미국치과의사협회는 칫솔질이 아니라 '잇몸 마사지'하듯이 하라고 치아 관리 가이드라인을 바꿨다. 칫솔을 치아와 잇몸 사이에 45도 각도로 놓고 동그란 모양으로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칫솔질을 해야 한다. 힘줘 치아 표면을 박박 닦아내는 칫솔질은 이제 잊어라. 잇몸 마사지 효과를 높이려면 칫솔모가 더 부드럽고 촘촘한 것을 써야 한다. 시중에서 파는 칫솔은 대개 칫솔모가 600에서 1000모밖에 안 된다. 하지만 치아 잇몸 사이 치태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려면 칫솔모가 5000모 이상 촘촘하면 좋다.
◇하루 두 번 치간칫솔이 필수
치아와 치아 사이의 틈새는 치태가 자리잡기에 딱 좋은 곳이다. 칫솔질로 세균막을 털어내기 가장 어려운 위치이기 때문이다. 한 치간에 평균 160억 마리의 박테리아가 존재한다고 한다. 거기에는 독성이 강한 치주염 세균도 똬리를 튼다. 칫솔질만 하면 구강 치태의 60%만 제거된다. 칫솔질과 치간칫솔을 같이 사용해야 치태의 95%가 제거된다.
그러니 꼭 치간칫솔을 써야 한다. 실제 치간칫솔을 사용해 보면, 불쾌한 냄새와 이물질이 묻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부위가 잇몸질환의 원인이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잇몸에서 피가 나는 것도 흔히 겪는다. 그만큼 만성 염증이 쌓였다는 의미다.
매일 치간과 잇몸 사이에 형성되는 세균막을 치간칫솔로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치간칫솔 굵기가 치아 사이 공간보다 너무 작으면 치간칫솔이 헛돌면서 치아 뿌리와 잇몸에 달라붙어 있는 치태 세균막이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게 된다. 치아 위치별로 치간 공간에 맞는 여러 개의 치간칫솔 굵기를 골라 쓰는 게 좋다.
그럼 얼마나 자주 잇몸질과 치간칫솔질을 해야 하는가. 매 식사 때, 간식 때, 음료 먹을 때마다 하는가. 이 문제는 구강보건 치의학 석학인 프랑스 리용 대학 부르조아 교수 연구에 답이 있다. 실제 잇몸질환을 일으키는 세균막이 잇몸과 치아 표면 사이에 형성돼 달라붙는 데 약 12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에 하루 2번 충실한 잇몸 마사지와 치간칫솔이면 된다는 의미다. 아울러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치태 세균막이 형성되는 취약 부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흩트려 놓아 달라붙지 못하게 하느냐이다. 하루 두 번 부드럽고 촘촘한 칫솔모로 잇몸 마사지를 하고, 자기 치아에 맞는 치간칫솔을 골라 사용한다면, 치주질환 원인인 세균막을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출처 : 조선일보 2018/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