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살기 위해 목숨 걸고 새의 눈물을 훔치는 나방........눈물겨운 생존법

부산갈매기88 2018. 10. 16. 07:27

 

눈물을 훔치는 건 사람만이 아니었다. 사람은 감정의 정화나 하품 같은 생리 현상, 외부의 강한 자극의 결과로 눈물을 흘린다. 눈물은 안구의 건조를 막기 위해 언제나 조금씩 분비되고 있다. 특히 남몰래 눈물을 닦는 행동은 상대방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본능적 행동에 가깝다. 그런데 곤충도 다른 생물의 눈물 혹은 분비물을 훔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놀라운 건 포식자한테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생존을 위해 눈물을 훔쳤다.

최근 ‘사이언스’엔 새의 눈물을 훔치는 나방의 모습이 공개됐다. 아마존의 잠자는 새 목덜미 뒤에서 나방은 주둥이를 빼 새의 눈 한쪽에 꽂아 눈물을 마시고 있었다. 눈물을 훔치는 모습은 여러 차례 포착됐다. 빠르게 날아가는 새를 공략하긴 어렵다. 그래서 새의 신진대사가 떨어지는 밤에 나방이 남몰래 자리한 것이다. 나방은 야행성이다. 그런데 나방은 새한테 잡아먹힐 수 있다. 그럼에도 나방이 새의 눈물을 빨아 먹는 건 나트륨이나 알부민(단백질) 같은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다. 목숨을 건 모험이 눈물겹다. 

나방이 거북이나 악어의 눈물을 훔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새의 눈물을 훔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2007년 아프리카에서 처음 보고됐고, 2015년에 콜롬비아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포착됐다. 눈물을 훔치는 경우는 주로 움직임이 느린 동물들이나 신진대사가 느려지는 상황에서 나타났다. 또한 홍수가 잦은 열대성 기후의 아마존 등에서 종종 발견됐다. 그 이유는 그 지역 퇴적물에서 영양분이 많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2012년 에콰도르 국립공원은 벌이 거북이 눈물을 훔치는 장면을 소개했다. 벌은 심지어 사람 속눈썹 밑에 들러붙어 눈물을 빤다.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눈물을 훔치는 경우도 있다. 그 시간은 대략 0.5∼2.5분 정도다. 다리에 꽃가루를 충분히 묻히지 못하는 경우에 눈물을 잘 빨 수 있도록 일부 벌들이 진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나비 역시 잠자는 악어의 눈물을 훔친다. 미네랄 때문이다. 나비나 나방류는 동물의 피, 눈물, 땀을 섭취하는 걸로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방이 날아든다고 자신의 땀이나 눈물을 공양하면 안 될 듯싶다. 왜냐하면 병원균이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나방이 피를 빨아 먹을 수도 있다. 실제로 1968년 말레이반도에선 상처 난 부위의 피를 빠는 나방이 처음으로 보고된 바 있다.
 

곤충류는 포식자한테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나방은 왜 꼭 새의 눈물로 염분이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할까? 바닷가 바위나 다른 곳에서 섭취하면 안 될까? 물론 나비와 같은 곤충류들은 진흙 웅덩이에서 영양소를 섭취한다. 하지만 너무 부족할 경우가 많아, 다른 동물의 땀이나 눈물, 혈액에서 미네랄과 단백질 등을 보충하는 것이다.  

 

동물원에 가면 미네랄 원석을 메달아 동물들이 핥도록 하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염분은 모든 생물에게 필수다. 그래서 코끼리는 염분이 묻은 암석을 삼킨다. 곤충이나 동물들은 분변에서 나트륨이나 단백질 등을 섭취하기도 한다. 새똥을 먹는 나비나 사체에 모여든 벌 떼는 살기 위해 때론 더럽고 쓴 것들을 먹는다. 코알라는 자기 새끼에게 대변을 먹여 생존하게끔 한다.

동아일보 2018.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