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맛집

“내가 우울한건 ‘장내 미생물’ 때문이야”

부산갈매기88 2019. 2. 18. 08:34

腸속의 미생물, 정신건강에 영향… 자폐-치매 등 뇌질환과도 연관성
“박테리아 활용해 증세 개선 가능”

장내미생물이 신경에 미치는 영향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우울증이나 치매, 다발성 경화증 등 질환과의 관련성도 밝혀지고 있다. 사진 출처 Freepik·미국국립인간게놈연구소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만족스러운 기분에 식사를 마쳤다. 그런데 이 기분이 정말 온전히 내 기분일까. 장내미생물 연구자에 따르면 이 기분 가운데 일부는 우리가 아니라 몸속 장내미생물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기분일 수 있다. 인간의 신경활동과 장내 미생물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가 점점 늘어나면서다.

제론 레이스 벨기에 루뱅 가톨릭대 레가의학연구소 교수팀은 특정 장내미생물의 존재 여부가 사람의 우울증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1000명 이상의 실험자가 참여한 두 개의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 4일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1054명이 참여한 유럽의 대규모 임상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장내미생물 게놈(어떤 생물이 지닌 DNA의 총합)과 임상의학 정보를 얻었다. 또 이들이 사전에 한 ‘삶의 질’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수집해 우울증과 삶의 질, 그리고 장내미생물 구성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우울증 환자와 보통 사람들 사이에는 일부 장내미생물의 수가 달랐다. 보통 사람의 장에서 염증을 치료하는 물질이나, 신경을 활성화해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뇌 속 ‘도파민’ 관련 물질을 생산하는 미생물 두 종이 우울증 환자에게는 없었다. 그 대신 우울증 환자는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을 잘 일으키는 장내미생물과 신경 활동을 억제하는 뇌 속 물질인 가바(GABA)를 만드는 미생물이 많았다. 요약하면, 우울증 환자의 장내미생물은 신경세포의 활성은 최대한 억눌러 우울감을 느끼게 하고, 염증은 늘려 퇴행성 뇌질환을 늘렸다. 레이스 교수는 “장내미생물과 뇌의 관련성을 밝히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2019. 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