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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지뢰, 쥐가 찾는 게 20배 더 빠릅니다"

부산갈매기88 2019. 3. 29. 08:43

NGO '아포포' 호바드 바크 대표
쥐 훈련시켜 세계 각지 지뢰 제거, 한국軍·지자체에 사업 제안 예정

 

 


"노르웨이군에서 10년간 복무하면서 지뢰 제거 작전에 참여한 게 계기가 됐습니다. DMZ(비무장지대) 등에 지뢰가 많은 한국도 '지뢰탐지쥐'를 활용할 여지가 많다고 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뢰탐지쥐를 이용한 지뢰 제거 작업을 해온 국제 NGO(민간단체) '아포포'(APOPO)의 호바드 바크 대표는 27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바크 대표는 전날까지 캄보디아에서 지뢰탐지쥐와 지뢰탐지견을 활용한 지뢰 제거 활동을 점검한 뒤 밤새 비행기를 타고 이날 새벽 한국에 도착해 다소 피곤한 표정이었다. 벨기에에 본부가 있는 아포포는 아프리카주머니쥐를 훈련시켜 세계 각지에서 수만 발가량의 지뢰·폭발물을 탐지, 제거해온 국제 비영리 NGO다. 세계 11국에 지회가 있고 400여명의 과학자, 의사, 지뢰전문가 등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27일 국제 NGO ‘아포포’의 호바드 바크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왼쪽). 오른쪽 사진은 훈련받은 아프리카주머니쥐가 지뢰를 찾는 모습.
27일 국제 NGO ‘아포포’의 호바드 바크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왼쪽). 오른쪽 사진은 훈련받은 아프리카주머니쥐가 지뢰를 찾는 모습. /유용원 군사전문기자·아포포

 

 

아포포가 아프리카주머니쥐를 지뢰 탐지에 활용하게 된 것은 우선 후각이 인간에 비해 1억 배 이상 뛰어나다는 점 때문이었다. 무게가 가벼워 지뢰를 밟아도 터질 가능성이 없어 사람이 작업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것도 강점이었다. 바크 대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벨기에 앤트워프 대학 등이 나서 여러 설치류로 실험한 결과, 수명, 환경 적응도 등에서 아프리카주머니쥐가 지뢰 탐지에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를 거쳐 2000년대 초반 이후 지뢰가 많이 깔려 있어 민간인 피해가 큰 아프리카 내전지역에서 본격적인 탐지 및 제거 작전을 시작했다.

쥐 훈련은 흙 속에 화약을 묻어 놓고 쥐가 찾아내면 바나나를 줘 보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쥐는 지뢰를 발견하면 하늘로 코를 쳐들거나 땅을 긁어 표시한다. 바크 대표는 "쥐 훈련에는 보통 한 마리당 6~8개월의 시간과 6000~8000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밝혔다.

지뢰탐지쥐는 사람이 12시간 걸릴 면적을 단 10분 내에 마치는 경우도 있어 지뢰탐지사보다 10배 이상 효율이 높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 쥐들을 통해 모잠비크, 앙골라, 캄보디아 3개국 150만㎡ 땅이 지뢰 위험에서 벗어나게 됐다. 모잠비크는 2015년 지뢰 청정 지대로 선언됐다. 아포포는 2년 전부터 개도 훈련시켜 지뢰탐지견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캄보디아에서 처음으로 개(광역 탐지)와 쥐(정밀 탐지)가 협업하는 방식으로 지뢰 제거 작업이 진행 중이고, 이스라엘에서도 시험 사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아포포는 앞으로 우리
정부나 군, 지자체와도 접촉해 사업을 제안할 계획이다. 현재 DMZ에는 100만 발 이상, 후방에는 3000발 이상의 지뢰가 매설됐다고 알려졌다. 바크 대표는 "지뢰탐지쥐를 이용하면 한국군이 투입됐을 경우에 비해 5분의 1 비용으로 10~20배 빨리 작업할 수 있다고 본다"며 "지뢰가 있는 지역만 탐색할 수 있어 환경 파괴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2019/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