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고양이는 왜 풀을 뜯어 먹을까

부산갈매기88 2019. 8. 30. 11:59
고양이는 풀 뜯는 습성을 야생 때부터 물려받았다. 귀리 등 독이 없고 깨끗한 풀을 뜯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는 풀 뜯는 습성을 야생 때부터 물려받았다. 귀리 등 독이 없고 깨끗한 풀을 뜯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집안이든 정원이든 풀을 보면 맛있게 뜯어먹는 고양이가 적지 않다. 육식동물 후예의 행동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종종 풀 먹은 뒤 토하기까지 하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 행동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은 고양이가 속이 안 좋아서, 또는 털 고르기 때 삼킨 털 뭉치를 토하려 풀을 먹는다는 것이다. 풀에 든 필수 비타민인 엽산을 먹기 위해서라거나, 소화관 깊숙이 들어간 털 뭉치의 배설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있다. 반대로 의도적인 행동이 아니라 본능에 따른 우발적 행동이란 가설도 있다.

어느 의견이 맞는지는 논란거리이지만, 후자를 지지하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벤저민 하트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수의학자 등은 8일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열린 국제 응용 동물행동학 대회에서 고양이의 풀 먹는 행동에 관한 온라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하루 3시간 이상 고양이를 지켜본다는 응답자 1021명 가운데 11%는 “그런 행동을 본 적 없다”고 답했지만 “보았다”는 답변은 그보다 10배 많았다. 응답자의 3분의 2는 “매일 또는 매주 본다”고 했다.

 

연구자들은 고양이가 속이 안 좋아서 풀을 먹는지 알아보기 위해 풀을 먹기 직전 상태를 물었다. 91%가 “보통 때와 다름없었다”고 대답했다. 또 풀을 먹은 뒤 토했다는 응답은 27%였다. 꼭 무언가 이상이 있어 풀을 먹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하트 박사팀은 2008년 개의 풀 먹는 행동에 관한 조사결과도 발표했는데, 응답자의 68%가 매일 또는 매주 개가 풀을 먹는 것을 보았으며, 8%만이 풀 먹기 전에 아픈 기색을 보였고, 22%는 풀 먹은 뒤 토했다고 답변했다는 내용이다. 그는 이 두 조사를 바탕으로 “고양이나 개가 풀을 먹는 것은 야생의 조상 때부터 정기적으로 풀을 먹던 습성이 나타난 것”이라며 ‘본능에 따른 우발적 행동’ 쪽에 손을 들었다.

 

늑대나 퓨마의 배설물과 위 내용물에서는 상당량의 소화되지 않은 풀이 발견된다. 또 침팬지는 장내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 다량의 나뭇잎을 먹어 장운동을 활성화해 장내 기생충을 배설하고, 주식인 열매의 독성을 중화하기 위해 다양한 약초를 섭취하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한겨레신문 2019.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