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능력·주량·노화 등 알수 있어
올해부터 DTC 검사 56개로 확대
미성년자 검사 금지는 어불성설
바이오산업 이미 국경 없는 시대
![미국 콜로라도 공공보건환경부 산하 연구소에서 DNA 추출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1/23/ae50b902-c10d-40ca-8ed9-4eadf083e26c.jpg)
미국 콜로라도 공공보건환경부 산하 연구소에서 DNA 추출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느낌도 생경한 2020년이다. 인류는 이미 충분히 미래에 살고 있다. 30억 쌍에 이르는 인간의 모든 DNA 염기 서열을 해독한 인간 지놈(유전체) 프로젝트는 이미 2003년 완성됐다. 이제는 500달러도 채 되지 않는 비용으로, 단 1~2주 만에 한 인간의 모든 DNA를 해독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를 분석하면 기술적으로는 영화 가타카의 장면처럼 한 인간의 모든 가능성을 알아낼 수 있다. 여기서 굳이 가능성이라 하는 이유는 DNA에 새겨진 것이 ‘100% 그렇다’고 얘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주팔자로 보는 운명이 모든 것이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하는 것과 무척이나 닮은꼴이다.

사이언스& 1/23
한국도 2020년은 생명공학의 현재와 미래에 새로운 획을 긋는 한 해가 될 듯하다. 지난해 12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비의료기관에서 하는 소비자직접의뢰(DTC·Direct To Consumer) 유전자 검사 항목을 56개 항목에 대해 2년간 임시허가 방식으로 검사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위원회는 또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항목을 확대하도록 권고했다.

국가별 DTC 검사 허용 항목
근력운동 적합성, 유산소운동 적합성, 지구력운동 적합성, 근육발달능력, 단거리질주능력, 발목부상위험도, 악력, 운동 후 회복능력, 기미·주근깨, 여드름 발생, 피부염증, 태양노출 후 태닝반응, 튼살·각질, 원형탈모, 식욕, 포만감, 단맛 민감도, 쓴맛 민감도, 짠맛 민감도 등도 유전자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알코올대사, 알코올의존성, 알코올홍조, 와인선호도, 니코틴대사, 니코틴의존성, 카페인의존성, 불면증, 수면습관·시간, 아침형·저녁형인간, 통증민감성, 퇴행성관절염증감수성, 멀미, 비만, 체지방률, 요산치, 조상찾기 등도 있다. 개인이 타고난 유전자를 해독하면 이런 분야에 대한 기질·민감성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모든 관련 기업이 이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인증제 시범사업을 통과한 마크로젠·이원다이애그노믹스·테라젠이텍스·랩지노믹스 등 4개 민간 유전자검사기관에서만 일정 비용을 치르고 다양한 유전자 검사를 의뢰할 수 있다.

급증하는 글로벌 유전자 검사 시장
하지만 56개 항목에 대한 DTC 유전자 검사는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많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행정예고안에 따르면 미성년자는 DTC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없다.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섣불리 장래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56개 항목 중 단거리 질주 능력과 같은 운동 적성 검사는 운동을 시작하는 초·중학생이 받아야 의미가 있다. 가야 할 길이 정해진 성인이 된 뒤에 관련 DNA 검사를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보건복지부 DTC 시범사업을 주관한 DTC인증심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66%의 소비자가 암과 질병 등의 분야에 대해 DTC 검사 항목 추가를 원한다고 답했다.
이제 바이오산업에 국경은 사라지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하는 서비스를 한국인도 저렴한 비용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생명윤리 관련 규제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안방규제가 역차별을 불러일으켜 K-바이오산업의 싹을 자르는 일은 할 수 있다는 걸 결정 권한을 손에 쥔 사람들은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