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막말까지 민주당 따라 하기?

부산갈매기88 2020. 4. 2. 06:46

원선우 정치부 기자
원선우 정치부 기자

미래통합당 당헌(黨憲)은 보수의 가치와 품격을 강조하는 어휘로 가득하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 '자유·민주·공화·공정' '법치 구현과 국민 통합' 등…. "공동체의 수준과 품격을 높인다"는 구절도 있다. 그러나 최근 통합당 모습은 '품격'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31일 통합당 공식 유튜브 '오른소리' 진행자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임기가 끝나면 교도소에서 친환경 무상 급식을 먹이면 된다"고 했다. '오른소리'는 지난해 10월에도 문 대통령을 속옷만 입은 모습으로 묘사했다가 논란을 일으켰다.

대통령 비판은 야당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은 엄연히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 원수(元首)다. 그런 만큼 합리적 근거와 최소한의 품격을 담아 비판해야 한다. 이 선을 넘은 정당은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때 그랬다. 2013년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귀태(鬼胎·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 후손에 비유했다. 다른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명박 박명(薄命)'이라며 '빨리 죽으라'는 식의 저주를 하거나 박 전 대통령에게 '감빵으로!'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그년'이라고 한 의원도 있었다. 민주당은 '막말 전성기'였던 2012~2015년 대선·총선·지방선거·재보선에서 전패(全敗)했다.

통합당은 여당 시절 현직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막말에 "전·현직 국가원수에 대한 모욕"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에 대한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귀태' 발언 때는 민주당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몇 년 뒤 야당이 되자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 듯 '막말 대행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2월 통합당 일부 의원이 "5·18은 북한군의 폭동"이라고 했고, 4월엔 한 전직 의원이 세월호 유족들에게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했다. 10월엔 국회 회의장에서 '병×' '지×, 또×이 새×들'이라고 말한 통합당 의원들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 2018년 지방선거 완패를 계기로 통합당 내에선 "우리도 운동권처럼 조직적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자성(自省)이 일었다. 과거 운동권이 부르던 민중가요 '단결투쟁가'를 본뜬 '자유결전가'도 만들었다. 그렇다고 막말까지 '투쟁 수단'
이라고 따라 하는 것은 보수가 지켜온 가치에 어긋나는 일이다. '보수 정당'이라면 언행의 격(格)이 달라야 한다. 일부 유권자는 통합당의 막말을 들으며 '도대체 나꼼수, 과거의 민주당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하고 있다. 통합당이 옛 민주당식 막말을 완전히 뿌리 뽑지 못한다면, 13일 뒤 총선에서 과거 민주당처럼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출처 : 조선일보/2020/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