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대한민국이 시끄럽다.
식당, 카페, 뷔페, 버스, 지하철 등 밀페된 공간 어디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옆 사람의 눈치로 그냥 앉아있을 수가 없다.
특히 버스와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허용하는 시간이 있다. 뭔가 입에 넣을 시간이면 잠시 관대해진다.
코로나로 불경기다 어쩐다 이바구하지만 식당의 테이블마다 빼곡히 들어앉아 고기를 굽는다고 정신이 없다.
대한민국에 이런 불야성이 있단 말인가. 눈을 의심했다. 밖에 설치한 식탁에까지 빈 자리가 없다. 아니 줄을 서서 목을 빼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두 테이블 정도 되는 것 같다. 일행끼리 부지런히 고기를 굽고, 신나게 이야기를 하다가 창밖을 내다보면 가슴이 들컹 멎는다. 혹시 자리가 비었는지 안을 기웃거리는 인파들 때문에 목에 넘어가던 고깃덩어리가 턱 걸리는 느낌이 든다. 자유로운 시간을 찾아 왔건만 어디에나 먹는 경쟁의 시간이다.
전포 초등학교와 도로를 사이에 둔 부전동의 <용이네 뒤고기> 식당은 처음엔 전포동의 적십자 건물이 있는 그 블록에 위치하고 있었다. 다섯 테이블밖에 안되는 공간이었지만 고기가 맛있고 저렴하다는 입소문에 늘 앉을 자리가 부족했다. 거기서 몇 달 동안 영업을 하는 동안 그 가게는 재개발지역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7월 중순경 이곳에 이사를 하여 오픈하게 된 것이다. 이전보다 여기는 배가 넓은 공간이 확보되어서 두 배의 손님을 받을 수가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맛이 좋고 저렴한 가격 때문에 고객 또한 두 배로 늘어났다.
요즘 음식이 맛있다는 입소문만 나면 시내 외곽에 위치해 있더라도 고객들은 찾아 오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장은 30을 갓 넘긴 총각이라 젊은 세대의 입맛을 잘 맞추고, 축산시장의 중매인으로부터 돼지머리를 직구매를 하여 저렴하게 고객들에게 이 특수 부위를 손수 썰어서 제공하고 있기에 고기가 입에 살살 녹는다는 평이 나있다. 그래서 여기저기 지점을 내어 달라는 사람들마저 있다. 우리가 평소 접하지 못했던 돼지머리를 각 부위별로 해체하여 모듬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 냉동을 시키지 않고 신선한 채로 손수 썰어서 내오기 때문에 고기 맛이 있다. 그리고 된장찌개와 살짝 익은 열무김치 맛도 일품이다.
7월 넷째 토요일 저녁 6시경 필자는 후배와 함께 그 가게를 찾아갔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주인장 엄마의 빽(?)으로 미리 전화를 해 둔 덕택에 한 테이블을 잡아서 후배랑 [뒷고기모듬]을 시켜서 고기를 구웠다. 입안에 살살 녹는 돼지머리의 부위별 고기는 우리가 평소 먹어보지 못한 것이었기에 아주 부드러웠고 맛이 있었다. 똑같은 고기를 먹는다면 '아~~ 뭐 그렇지' 하고 별것 아닌 듯 이야기하겠지만, 평소에 접하지 않은 색다른 부위의 고기를 먹게 됨으로 입이 즐겁고, 대화가 즐겁다. 우리의 행복이란 게 뭐 별 거 아니다. 새로운 것을 먹고 마시고,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 처해 보게 될 때에 삶은 더욱 활기차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 적정량의 알콜이 기름을 쳐 준다면 더할나위 없이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굳이 알콜이 아니더라도 음료수 한 잔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건물은 구식이라 낡았으나 오히려 허름한 환경이 긴장된 마음을 살짝 녹여주어서 좋다. 식당 안쪽 테이블에는 격식을 따지지 않고 분위기에 휩쓸려 60대의 꼰대들이 두 개의 테이블을 장악하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아마 인근 인력시장의 사람들인 것 같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쐬주 한 잔으로 시름을 잊고 동료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힘을 얻는 것 같다. 나머지 원형 탁자엔 이삼십대가 일행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고기를 굽고 이야기를 한다고 꽤 소란스럽다. 젊은이들의 우정과 사랑은 이런 시간 속에서 싹트고 자라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마무리는 된장찌개에 밥 한 공기면 끝이다. 늘 먹는 밥이 싫다면 라면으로 끝을 낼 수도 있다.
밖에서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1시간 남짓 먹고서 일어설 수밖에 없다.
나만 잘 먹는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 맛있는 고기를 저들에게도 맛보여 줄 아량이 필요한 것이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인내심. 그 가게 앞의 통탉집으로 갈만도 하건만, 끈질기게 기다리고 있는 그 마음에 슬그머니 자리를 양보해 주고 싶은 배려심이 생겨나 밖으로 나온다. 산 달이 가까운 배로 송상현광장 <선큰광장>에 있는 <숲에서 토닥토닥> 카페로 슬금슬금 걸어간다. 맑은 공기와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허브차가 생각났기에.
*키워드: 용이네 뒷고기/부전동 뒷고기/전포초등학교 부근 뒷고기/부전역 뒷고기/돼지머리 뒷고기/돼지머리 특수부위 뒷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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