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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박호연의 산행 처방] “등산이 해로운 체질이 있다고요?”

부산갈매기88 2020. 9. 25. 11:53

올바른 등산기술 정확하게 구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

이미지 크게보기출처 뉴시스

 

근골격계 환자분들을 진료하다 보면, 의외로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한의원 원장님께서 “환자분은 금양, 금음 체질이니, 등산이 안 좋다”고 하셨답니다. 워낙 폐가 강한데 좋은 공기를 마시면 더욱 튼튼해져, 상대적으로 대항 장기가 약해진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니 등산을 하면 할수록 몸은 오히려 나빠질 거라고 했답니다.

 

덧붙여 ‘동쪽에서 오는 바람은 땅속에서 싹이 움트게 하는 힘을 지니고, 남쪽에서 오는 바람은 식물이 우거지게 하는 힘을 지녔으니…’와 같은 고전의 말을 인용해, 주장에 대한 근거를 말씀하시더랍니다. 아무리 한의학의 장점은 다양성에 있다지만, 이러한 주장에 저는 동의하기 힘듭니다. 근거 역시 신빙성이 떨어지고요.

 

그러나 환자분 중에는 이를 믿는 분들도 꽤 많아, 난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임상에서 금음 체질로 판정받고 등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산에 오르는 일이라면 학을 떼는 환자분들이 상당하지요. 심지어 좋은 공기를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분도 계십니다.

 

체질에 따라 등산은 나쁘고, 노란 안경은 좋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요? 실제 한방재활의학과 교과서에서는 ‘슬개대퇴 통증 증후군’을 앓는 환자에게 등산을 피하라고 권장합니다. 전경골근 손상이 등산으로 심해질 수 있고, 한랭손상 증후군 정도에서도 등산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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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박호연의 산행 처방] “등산이 해로운 체질이 있다고요?”

근골격계 환자분들을 진료하다 보면, 의외로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한의원 원장님께서 “환자분은 금양, 금음 체질이니, 등산이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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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건강한 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4상 체질 중에서 특히 태음인에게 적합한 운동요법으로, 끈기와 체력이 필요한 등산을 추천합니다. 체질 의학을 처음으로 주장한 이제마 선생의 <동의수세보원>을 현대의 관점에서 보자면, 1개 고을에 1만 명이 있을 시 태음인은 5,000명, 소양인은 3,000명, 소음인은 2,000명 정도 됩니다. 그러므로 교과서적으로 보면 체질적으로 2명 중 1명에게는 등산이 좋다고 상정할 수 있지요. 그렇다고 나머지 한 명에게 등산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동의보감>에도 여자아이를 남자아이로 바꾸는 방법이라든지, 투명인간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현대의학으로도 불가능한 내용이 있긴 합니다. 그렇다고 이를 실제 임상에서 환자에게 적용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따라서 모든 체질 의학이 그렇진 않으나, 일부의 체질 의학은 한의학 교과과정에는 없는 잘못된 주장에 불과합니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밀폐된 실내에서 운동하기보다 실외 운동을 선호하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산에서 운동하며 힐링하려는 분들도 많아졌고요. 그렇지만 여전히 등산이 나쁘다고 믿는 금양, 금음 체질의 환자분들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분들을 뵈면, 다음의 이야기를 꼭 해 드립니다.

 

몇 년 전에 미국 최고의 중거리 달리기 선수가 1,500m 세계 선수권 대회 출전권을 얻었습니다. 여름 시즌에 그가 달성했던 기록들은 세계 선수권에서 메달을 따기 충분했지만, 아쉽게도 그는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잔디를 깎다가 허리를 삐끗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허무한 일이지만, 우리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지 크게보기출처 KBS

 

9~10월은 등산 사고가 일 년 중 가장 많은 기간입니다. 평소에는 건강한 선수도 다치는 일이 잦습니다. 등산은 다른 스포츠와 달리 경쟁하는 게 아니기에 부상 위험성이 낮아야 하지만, 평상시 발목, 무릎, 다리를 미흡하게 관리하면 다치기 십상입니다. 마치 중거리 달리기 선수가 바르지 못한 자세로 잔디를 깎다가 다친 것처럼요.

 

그래서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등산하거나 일할 때 발목의 중립을 유지해야 합니다. 중립을 유지하지 못하면 다치기 쉽습니다. 이는 달릴 때도 마찬가지고요. 등산이 체질적으로 맞느냐 안 맞느냐를 따져보기 전에, 등산이라는 운동의 특수성을 파악하고 발목, 무릎 등 하지의 정렬 상태가 나쁜 건 아닌지 점검합시다. 자세가 바르지 못하면, 부상의 위험성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꼭 등산이 아니더라도 운동 중 부상을 일으킬 만한 점이니 주의해야 합니다.

 

앞으로 운동은 더욱 더 중요해질 겁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실내 운동보다는 실외 운동을 하는 분들도 계속 많아질 것이고요. 특히 등산은 우리에게 매우 좋은 운동입니다. 그러니 등산의 위험성은 체질이나 음식에 있지 않고, 실질적으로 발목, 고관절 등을 바르게 정렬하는 데 있음을 기억합시다. 몸의 상태에 따라 깔창이나 스틱 같은 보조기구를 사용하고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등산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위험을 없애는 방법입니다.

 

조선일보 202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