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쥐는 서로 천적 관계다. 한자리에 풀어놓으면 쥐가 고양이의 먹잇감이 되는 숙명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쥐는 곡식을 훔쳐 먹는 ‘도둑’이고, 고양이는 이 쥐를 잡는 엄정한 ‘관리’로 비유되곤 했다. 그런데 만약 이 고양이와 쥐가 서로 사이좋게 지낸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대학교수들이 올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뽑은 ‘묘서동처(猫鼠同處)’는 이 같은 장면을 꼬집은 것이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잠을 잔다는 ‘묘서동면(猫鼠同眠)’도 같은 뜻이다.
▷중국 당나라 역사를 기록한 ‘구당서’ 등에 따르면 지방 군인이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빨고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봤고, 그 상관이 고양이와 쥐를 임금에게 바쳤다고 한다. 중앙 관리들은 예사롭지 않은 징조로 보고 “복이 들어올 것”이라며 환호했다. 그러나 오직 한 관리만이 “이것들이 실성했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도둑인 쥐를 잡아야 할 고양이가 쥐와 손을 잡고 있으니 행정당국이 도둑과 한통속이 됐다는 경고 아니겠는가. 위아래가 부정하게 결탁해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신랄한 비판이다.
▷이 대목에서 올해 초반 국민들의 억장을 무너지게 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사건이 떠오른다. 부동산 투기를 엄단해야 할 LH 임직원들이 오히려 투기세력으로 나섰으니 고양이가 도둑인 쥐를 잡기는커녕 아예 도둑질을 한 것 아닌가. 검찰이 수사 중인 대장동 게이트는 고양이와 쥐가 손을 굳게 잡은 비리 백화점이었다. 수십, 수백 배 개발이익을 노린 업자들은 유력 법조인들을 방패막이로 끌어들여 법조 카르텔을 만들었다. 인허가권을 쥔 성남시 산하 기관과 이를 견제해야 할 성남시의회 일부는 이들의 비호세력이 됐다. 누가 고양이인지, 쥐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여야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가장 높다는 대통령선거를 걱정하는 시각도 보인다. 여야 유력 후보 모두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으니 서로 남 탓할 자격이 있을까. 대선이 끝나면 패자(敗者)가 사법처리 되는 것 아니냐는 흉흉한 얘기까지 나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대선이 흘러가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국민통합의 길로 나아가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교수들이 고른 2, 3위 사자성어도 고달팠던 한 해를 연상케 하고 있다. 두 번째로 뽑힌 인곤마핍(人困馬乏)은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사태에 온 국민이 어렵게 버텨왔던 한 해였다는 비유다. 뒤를 이은 이전투구(泥田鬪狗)는 민생을 제쳐둔 채 정치권이 벌이는 그들만의 전쟁을 꼬집은 것일 게다. 제발 내년에는 좀 밝고 희망적인 사자성어가 나왔으면 좋겠다.
동아일보 2021.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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