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경상북도 청송 여행

부산갈매기88 2022. 1. 14. 07:15

경상북도 청송 여행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청송
겹겹이 둘러싸인 산의 비경
웅장한 빙벽 얼음골 ‘핫플’
새하얀 백석탄·자작나무숲

겨울철 인증샷 명소로 떠오른 경북 청송 얼음골의 빙벽. 허윤희 기자
 
 
청송은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인 고장이다. 경상북도의 3대 오지인 ‘비와이시’(BYC, 봉화군·영양군·청송군) 중 한곳. 군 전체 면적의 80%가 산림지대이고 공장 굴뚝 하나 없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청정지역인 이곳은 최근에는 비대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일에 찾은 청송군 주왕산면에 있는 얼음골.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 뒤에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62m의 폭포가 꽁꽁 얼어 있었다. “우와! 멋있다”, “눈부시다” 여행객들의 감탄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얼음에서 나오는 냉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들 빙벽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빙벽의 웅장함에 한번 놀라고, 기이한 얼음 모양에 또 한번 놀랄 수밖에 없다. 한쪽에서는 ‘빙벽뷰’를 바라보며 차박(여행 중 차 안에서 자고 머무르는 일)을 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깊은 산골짜기에 있는 얼음골은 최근 겨울철 인증샷 명소로 떠오른 ‘청송 핫플(핫플레이스)’이다. 마치 영화 <겨울왕국>을 연상시킬 만큼 아름다운 얼음 풍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청송 얼음골의 빙벽. 허윤희 기자
다양한 모양의 얼음을 감상할 수 있는 청송 얼음골. 허윤희 기자
한여름에 얼음이 어는 곳
 
청송 얼음골은 자연이 만든 천연 냉장고다. 겨울철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고, 여름철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 나오는 특이한 기상 현상으로 계절이 거꾸로 가는 곳이다. 사계절 내내 얼음을 볼 수 있다. 한여름 기온이 높을수록 얼음이 어는 곳으로 유명하다. 기온이 32도 이상이 되면 돌에 얼음이 끼고 32도 이하가 되면 얼음이 녹아내린다고 한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얼음이 두껍게 언다. 그 덕에 불볕더위를 피할 수 있는 여름 피서지로 유명하다.겨울이 되면 청송 얼음골에서는 더욱 큰 얼음을 볼 수 있다. 물을 뿌려 빙벽을 만들기 때문이다. 얼기 좋은 조건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얼음골의 경사면이 북쪽을 향하고 있어 햇빛이 잘 들지 않아 얼음이 잘 언다. 특히 1월과 2월에 가면 녹지 않고 꽁꽁 언 웅장한 빙벽을 볼 수 있다.얼음골에 가면 들러야 하는 곳이 있다. 동굴 모양의 청송 얼음골 약수터다. 물맛이 좋고 건강에도 좋은 약수로 유명하다. 얼음골에 있는 돌다리를 건너면 약수터로 갈 수 있다. 물통을 가져와 약수를 가져갈 수 있는데 1인당 20리터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김경희 청송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청송 얼음골은 아이스클라이밍 세계대회가 열렸던 곳으로 빙벽을 타는 애호가들이 많이 찾았는데 최근에는 에스엔에스에 이곳이 많이 알려져 전국에서 사진을 찍으러 찾아온다”고 말했다. 주말에 찾아오는 방문객만 5천여명에 달한다고 한다.청송에서 빙벽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얼음골만 있는 게 아니다. “청송 얼음골 근처에 있는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대회 경기장의 빙벽과 청송읍 내에 있는 현비암의 빙벽에 들러도 얼음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김 해설사가 귀띔했다.
청송군 부남면 무포산 자락에 있는 자작나무 명품숲. 허윤희 기자
청송 주왕산의 용추협곡. 허윤희 기자
 
 
숨은 명소 자작나무숲
청송은 산골짜기마다 비경이 숨어 있다. 은빛 찬란한 자작나무숲이 펼쳐진 곳도 있다. 청송군 부남면 무포산(717.5m) 자락에 있는 자작나무 명품숲. 피나무재에서부터 임도를 따라 4㎞ 정도 들어가면 ‘청송 자작나무 명품숲’을 만날 수 있다. 8만㎡ 규모에 조성된 너른 자작나무숲이지만 알려지지 않아 인적이 드물다. 트레킹을 할 수 있는 두 길이 있다. A코스가 2㎞, B코스가 1㎞ 정도로 총 3㎞의 거리를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길이 비포장도로이고 좁아 걸어서 둘러보는 것이 좋다. 편의시설이 없고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청송의 산세를 감상하고 싶다면 주왕산면 상의리에 있는 주왕산국립공원을 여행 코스에 넣어야 한다. 주왕산(720.6m)은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암산이다. 기암괴석과 함께 수려한 계곡길을 따라 절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7천만년 전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만들어낸 풍광이 으뜸이다. 단풍철에 찾는 이들이 많지만 겨울에 가면 주왕산의 기암괴석을 더욱 자세히 볼 수 있다.주왕산을 오르는 코스가 많다. 가메봉과 주봉, 장군봉을 등산하는 코스와 월외계곡, 절골계곡으로 횡단하는 코스가 있다. 가볍게 산을 오르고 싶다면 입구 쪽에 있는 대전사에서 용추폭포까지 가는 길을 추천한다. 2.7㎞ 거리이고 편도 1시간 정도 걸린다. 휠체어, 유모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이 평탄하다. 편한 운동화를 신고 걸어도 괜찮다. 이 길을 걸으면 바위절벽인 기암단애, 화산활동으로 생긴 암석인 급수대 주상절리, 시루떡을 엎어놓은 것같이 생긴 시루봉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청송이라는 이름답게 소나무도 많아 산림욕을 하기에도 좋다.평탄한 산길을 걷다 보면 깊이 20m가 넘는 거대한 수직 골짜기를 이룬 용추협곡이 나온다.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이한 돌로 이뤄진 협곡. 그 바위 사이로 들어가면 용추폭포가 보인다. 바위 사이에 물이 흘러 틈을 만들고 그 사이에 낙폭이 큰 폭포가 생긴 것이다. 용추는 용이 폭포에 살다가 하늘로 승천한 웅덩이라는 뜻이다. 용추협곡은 청학과 백학이 살았다고 하여 청학동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옛날 선비들이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즐기던 장소라고 전해진다. 현대에는 주왕산의 대표 포토존이 되었다. 응회암으로 이루어진 용추협곡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얀 돌을 볼 수 있는 백석탄 포트홀. 허윤희 기자
한반도의 모양을 닮은 신성계곡의 한반도 지형. 허윤희 기자
약수로 우려낸 보양식 닭백숙은 청송의 대표 먹거리다. 허윤희 기자
 
 
하얀 돌이 반짝이는 개울
 
청송은 군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다. 특이한 화산지형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여러 군데다. 청송군 안덕면 고와리에 있는 신성계곡의 백석탄 포트홀(돌개구멍)이 대표적이다. 백석탄은 하얀 돌이 반짝이는 개울이라는 뜻. 그 이름처럼 계곡에 있는 하얀 바위가 눈길을 끄는 곳이다. 백석탄은 자갈, 모래, 진흙과 같은 퇴적물이 쌓여 단단하게 굳어진 퇴적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암석이 흰색인 이유는 석영, 장석과 같은 흰색 광물 입자를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백석탄에선 암석의 포트홀을 볼 수 있다. 포트홀은 오랜 세월 물과 모래가 소용돌이치면서 바위에 만들어낸 구멍이다. 물이 담긴 포트홀은 마치 흰 산에 있는 호수처럼 보인다. 바위의 모양은 다양하다. 뾰족한 것도 있고 옆으로 긴 것도 있다. 자연이 만든 암석 조형물을 한자리에서 보는 것 같다.자연이 빚은 신비한 풍경이 또 있다. 백석탄에서 차로 10여분 정도 가면 볼 수 있는 ‘신성계곡 한반도 지형’ 전망대. 경사가 심한 산을 10분 정도 오르면 절경이 펼쳐진다. 강물이 산을 휘감은 모양이 마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형이다. 이 지형은 하천의 지반이 솟아올라 침식작용이 활발해져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하천을 감입곡류천이라 하는데 마치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 흐른다고 해 사행천이라고도 불린다. 물의 흐름이 빠른 바깥쪽은 계속해서 침식작용이 일어나고 비교적 물의 흐름이 느린 안쪽에서는 퇴적물이 쌓여 굴곡은 더욱더 심해진다.이곳을 천천히 감상하고 싶다면 신성계곡 녹색길을 걷길 추천한다. 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는 총 12.4㎞ 길이다. 녹색길은 세가지 코스로 나뉘는데, 이 중 백석탄길로 알려진 3코스가 걷기에 좋다. 3코스(4.7㎞)는 안덕면 지소리 반딧불농장에서 고와리 목은재 휴게소까지 이어진다. 1, 2코스에 비해 인적이 드물고 백석탄 계곡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산책길이다. 신비로운 지질을 탐험할 수 있는 장소로, 천천히 느리게 걷는 만큼 자연이 보이는 길이다.

한겨레신문 2022.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