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금정산 둘레길 1~2구간/양산 누리길 트레킹(2022/7/16/토)

부산갈매기88 2022. 7. 18. 11:54

*트레킹 일시: 2022. 7.16. 토
*트레킹 장소: 금정산 둘레길 1~2구간/양산 누리길
*트레킹 코스: 범어사 매표소~사배고개~금륜사~질메재~대정그린아파트~계석마을 표지석
*트레킹 시간: 3시간 41분(휴식시간 1시간 01분 포함)
*트레킹 거리: 도상거리 8.03km(실제 거리 8.59km)

금정산 둘레길의 1~2구간은 양산 누리길과 겹친다. 이 코스를 경동아파트 뒤편에서 시작하면 좋겠지만, 무더위이고 가볍게 걷기 위해서 범어사 매표소 아래 버스정류장에서 시작을 했다. 날씨가 더운 탓에 90번 범어사행 버스는 빈자리가 많다. 봄에는 버스 안이 콩나물 시루처럼 차고 넘쳤었는데.

범어사 안은 담장 공사를 한다고 공사차량과 자재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주말 불공드리려 온 아낙네들의 걸음걸이도 날씨 탓에 느릿한 걸음이다. 범어사 경내 계곡에는 피서객이 텐트를 쳐놓고 낮잠을 청하고 있다. 계곡의 졸졸거리는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온다. 마른 장마에 간간히 쏟아져 내린 비로 계곡물은 사람들이 발을 담글 정도로 흐르고 있다. 절과 피서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건만 그래도 피서를 하러 절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도 있었으니.

계명암과 내원암을 지나 사배고개로 오른다. 사배고개 정자엔 사내 한사람이 앉아 있다. 반갑다고 인사를 했더니 코로나 예방을 위해서 독일 의사가 주장한 소금물 양치와 목 헹굼을 강조한다. 이 시국에 그 정도 이야기는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아니던가. 자기만 알고 있는양 떠들어댄다. 정자에 조금 엉덩이를 붙이려다 식상해서 얼른 일어난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금정산 둘레길 1구간 트레킹이다. 등로도 좋고 편안한 산허리길이라 콧노래가 나온다. 누군가 함께하지 않아서 방해받을 일이 없다. 둘레길을 전세낸 기분이다. 미풍도 불어주지 않는 게 불만이라면 불만이다.

한참을 걸어가니 물소리가 들리는 계곡도 만난다. 고무 호스 끝에서 물이 흘러내린다. 앞서간 산꾼들이 그 주위에서 과일을 깍아먹는다고 앉아 있다. 가뭄은 온 천지를 목마름으로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산천은 푸르고 꽃은 피어있다. 어려운 여건과 상황이지만 자신의 역할을 다해내고 있다. 암벽에 붙어있는 이끼도 제 생명력을 승화시키고 있다. 결코 모든 자연은 누구를 원망하지 않는 것 같다.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며 산다는 것이다.

조금 앉아 쉬려니 십여 명의 순례객이 계곡을 뒤흔들고 지나간다. 부럽다. 저렇게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이. 한 명만 남자이고 죄다 여자들이다.

금륜사 경내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건너편에 아파트 숲이 들어서 있고, 발 아래엔 아파트 골조 공사가 한창이다. 그 공사장에는 일꾼들을 위한 노랫소리가 골짜기를 울린다. 간혹 중국어 방송도 나온다. 일꾼 중에 중국인이 있다는 이야기인지. 곳곳에 외국인 노동자 천지다. 3D 업종 여기저기 외국인이 뒷받침을 하고 있으니 필요한 노동력이 된 것 같다. 이들이 없으면 경제가 멈추어 설지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든다.

금륜사에서 시멘트 임도를 따라 500여 미터 내려가다 차단봉이있는 은동굴 삼거리에서 질메재 임도를 따라 간다. 그 은동굴 삼거리에서 질메재까지는 1.4km이다. 이 임도에 나무들이 있긴 하니 땡뱉이 대부분이라 약간 오르막을 오르는 기분으로 걸어가야 한다. 가족들이 함께 걷는 모습도 보인다.

질메재에 도착하니 시원한 바람이 가슴으로 파고든다. 질메재 정자에 앉아 물 한 모금 장닭 물마시듯 고개를 쳐들고 마신다. 남은 과일도 정리할 시간이다. 옆 긴의자에는 오수를 견디다 못한 남자 산꾼 하나가 일자로 뻗어있다. 세상은 그의 것이 된듯 하다.

또 그 남쪽 임도엔 아까 앞서간 10여 명의 산우회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점심을 먹고 있다. 그들에겐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사랑이 머무는 시간. 자연에 동화된 시간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 아닐까.

질메재에서 20여 분을 내려오니 소나무 군락지가 산불로 타버린 곳이 나타난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타버려서 후덥지근한 바람이 얼굴을 화끈거린다. 듬성듬성한 틈새로 양산 시가지가 숨박꼭질을 한다. 불타버린 수많은 소나무를 보니 마음이 아프다. 한 순간의 실수로 많은 소나무들이 타버렸으니. 그 속에서도 불을 피한 참나무에서는 파란 잎들이 자라 생명을 노래하고 있다. 게다가 그 땅 위에서는 수풀이 무성하다. 죽은 놈은 죽은 놈이지만, 그 자리엔 또 다른 생명체가 자연을 노래하고 있었다. 강인한 자연의 생명력을 본다.

대정그린 아파트 부근 텃밭에는 토마도, 고추, 고구마, 감 등이 제철내기를 하고 있다. 모든 게 풍성해 보인다. 산을 내려오니 후텁지근한 바람이 휙 불어온다. 잠시 선경에 머물다 온 느낌이다. 이제 그 꿈에서 깨어나야 할 시간이다. 혼자서도 재미있고 신나게 걸었다. 어차피 건강을 지키려면 혼자라도 버티어 내야 하기에.

다방삼거리에서 16번 버스를 타고, 범어사역에서 환승을 했다. 뒤풀이는 동래역 4번 출구 부근의 <논두렁추어탕>에서 추어탕 한 그릇으로 했다. 진한 추어탕 한 그릇이면 땀흘린 후의 미네랄 보충이 될 것 같아서.

백산의 산꾼들도 자기 나름대로 행복쌓기를 하면서 잘 살았으리라 생각한다. 세월의 바퀴를 돌리고 있으려니 행복했던 지난 날 시간이 뭉게구름처럼 일어난다.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