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천성산 용소골/지프네골 트레킹 후기(2022/8/20/토)

부산갈매기88 2022. 8. 22. 14:55

*트레킹 일시: 2022. 8. 20. 토
*트레킹 장소: 천성산 용소골/지프내골
*트레킹 참가자: 금호지님, 야래향님, 신명님, 부산갈매기
*트레킹 코스: 신전마을 버스정류장~용소마을~용소폭포~용소골~바위전망대~지프네골~간이체육공원~용주사~오경농장~석계한성아파트 버스정류장
*트레킹 시간: 5시간 31분(중식 40분, 알탕 40분, 기타 휴식 27분: 순수 이동거리 3시간 44분)
*트레킹 거리: 도상거리 8.53km(실제 거리 9.05km)
*교통편: 명륜역 1번 출구 버스정류장에서 12번 탑승(11번 승차해도 됨). 양산 신전마을에서 하차함. 1시간 소요됨.
 
여름 산행의 참맛은 계곡에서의 알탕이다. 여름에는 으레 하산 후 알탕을 할만한 곳을 찾기 위해서 노심초사를 한다. 부산근교 산행지 중에서 가깝고 시간 절약을 할 수 있는 용소골과 지프네골의 계곡 트레킹을 선택하였다. 
 
산행들머리는 신전마을 버스 정류장에 하차하여 30여 미터 위의 용소마을 표지석에서 인증샷을 한 후 용소마을 안쪽으로 진행을 한다. 마을 집안을 구석구석 기웃거려 본다. 잘 지어진 집 안에 파릇파릇한 잔디가 깔려 있는 집도 있고, 농기구가 처마밑에 한 자리를 차지한 집도 있다. 젊은 친구 두 사람은 막다른 골목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야영장비를 내린다고 낑낑거리고 있다. 모처럼 주말을 맞이하여 용소골을 찾아 온 듯한데, 날씨가 잔뜩 흐린 탓에 다소 염려스럽기도 하다. 
 
마을을 벗어나 도랑 옆길의 등로를 따라 간다. 등산 앱을 따라 가니 계곡을 건너게 되어 있다. 아뿔사 잠시 등로를 찾아 눈알을 부라려 본다. 숲속이라 다소 어두워 길이 희미하다. 계곡 쪽을 바라보니 물소리가 둘리며 폭포가 나타난다. 용소폭포다. 소의 웅덩이는 옥빛으로 찬란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용소골에서의 첫번째 환희이다. 힐링 장소이니까 참새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한 사람씩, 또 한 무더기가 되어서 인증샷을 한다. 시원스레 떨어지는 물줄기에 무더위도 녹아내린다. 이제 다시 계곡 왼쪽의 등로를 따라 간다. 그러나 등로는 개울을 건너기를 서너 차례 이상 반복된다. 인생길 제 멋대로 가는 것 같아도 누군가 앞서 간 사람의 길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니던가. 이 해 아래에서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 않던가.
 
빗방울이 나무이파리에 머무러다 조금씩 뚝뚝 떨어진다. 갈 길 먼 산꾼에게 마음만 괜스레 바쁘게 한다. 오히려 그 이슬비가 숲속의 공기를 차갑게 해 주니 달궈진 우리 몸도 식혀 주어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비가 온다고 하면 아예 집을 나서기 싫지만, 막상 숲속에 들어서서 비가 오면 날씨에 순응하게 된다. 누군가 땀에 젖으나 비에 젖으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며 말추렴을 넣는다. 용소골 최상단의 폭포에 다다른다. 폭포의 분위기에 숙연해진다. 7~8미터 높이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70대의 오줌발처럼 흐른다. 그래도 깡 메마른 폭포보다는 물줄기가 있는 게 약간의 운치를 더한다. 깊지 않은 소의 깨끗함에 마음이 정결해진다. 폭포 상단 위로 올라가서 위쪽 개울의 졸졸거림에 취해서 잠시 엉덩이를 바위에 붙인다. 느림의 미학이라 했던가. 일행과 함께 느릿한 걸음으로 개울을 따라 간다. 이제 위쪽 계곡의 도랑물도 말라버렸다. 이슬비만 적막한 숲속을 흔들고 있다. 
 
임도 올라서기 전 칠팔백미터의 깔딱고개에서 야래향님이 조금 힘들어 한다. 지난 주 구미 주말농장에서 폭염에 더위를 먹은 여파가 있는 듯 하다고 한다. 세월에 장사 없고, 마음만 20대처럼 행동했다가는 과유불급의 경고등이 들어온다. 인생길에 느리게 간다고 한들 곰팡이 필 이유도 없으니, 쉬엄쉬엄 등로를 따라 오른다. 등로는 일직선으로 되어 있지 않다. 항상 등로는 갈 짓자 모양으로 여유를 남겨 두었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 인생길도 지치고 피곤할 때는 직선으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때론 쉼을 얻어야 함을. 그 쉼을 통해서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바위 하나라도 제대로 보면서 그 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이유를 물을 수가 있지 않을까. 내가 물어보지 않는데, 그들은 대답해 줄리가 없지 않을까.
 
앞서 간 금호지님과 신명님이 임도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슬비는 조금씩 강해져 간다. 임도의 이파리가 무성한 나무 아래 주저앉는다. 정자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양산시에서는 그것까지는 배려해 두지 않았다. 여기는 천성산 중에서도 오지라면 오지다. 계곡에서는 전화도 제대로 안 터지는 곳이라. 
 
느긋한 점심을 먹고나니 비는 강하게 내린다. 다행히 임도를 따라 쭉 가기에 비는 무더위를 식혀준다. 모든 대지의 식물들은 활기를 찾고 있다. 임도에서 만난 과객 네 사람은 우중에 산행을 한다고 우리가 진정 산꾼이라고 한 마디 하고 간다. 비에 온몸이 젖어도 좋다. 그냥 마음맞는 산우와의 오솔길 탐방 미션은 때론 우왕좌왕할지라도 즐겁다. 인생길에 한 번에 제 갈 길을 찾아가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꼬부랑길을 조금 더 가고 덜 가고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맑은 공기, 푸른 숲속에 쉼호흡을 마음껏 하면서 오랜 시간 산 속에 머무른다는 것이 보약 몇 첩을 먹는 것보다 더 효험이 있다. 산림욕으로 건강을 지켜가는 것이 요즘 대세다. 그래서 오랜 시간 숲속에 체류하는 게 더 좋은 건강법이라는 것을 아픈 사람은 다 안다. 건강은 몸을 단련해야 하지만, 행복은 마음을 단련해야 얻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임도를 따라 가다 내원사 계곡이 내려다 보이는 바위 전망대에서 일행의 발걸음이 멈춘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천성산 공룡능선이 쭈삣쭈삣 칼날처럼 세우고 있다. 일행은  잠시 어깨를 맞추어 본다. 시원한 공기가 좋다. 바람이 좋다. 자연이 품안으로 기어들어 온다. 살아 있을 동안 이런 날들이 얼마나 있을까. 매주말 이렇게라도 산행을 하니 마음과 육체가 새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비가 오거나 코로나가 염려된다고 핑계 거리를 찾지 않고 이렇게 산행을 하여 멋진 산우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행복하다. 인생은 핑계를 만들기 보다는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때론 더 좋은 행복을 만들 수 있음을.
 
지프네골 용주사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차례로 나타난다. 빗줄기는 더욱 거세어진다. 그렇다고 우리의 산행 의지가 꺾여지는 것은 아니다. 잠깐 용주사로 내려가는 들머리에 설왕설래했지만, 등산앱을 다시 들여다 보며 방향을 정한다. 인생에도 이런 방향 지시등이 있다면 모두 방황을 하지 않을텐데. 인생은 걸어 보아야 아니까, 훗날 참회의 눈물이 흐르는 것이 아닐까. 등로에도 빗물이 많이 모여 흘러내린다. 옆의 개울물 소리도 꽤 우렁차게 흐른다. 놀이객들이 계곡 깊숙이 찾아와서 넓직한 소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 젊음의 한 때가 아닐까. 
 
지프네골 등로는 거의 너덜이라 걷기에 힘든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울퉁불퉁한가 싶더니 삐죽삐죽 돌들이 제멋대로 춤을 춘다. 빗물에 젖은 돌이라 신경이 쓰여 몸은 후끈후끈 달아오른다. 신명님은 판쵸우의를 쓰고 있으니 후덥지근하다고 한다. 지프네골은 말 그대로 지픈(깊은)골임을 실감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수량은 더욱 풍성해지는 것 같고, 개울물 소리도 힘차다. 간이체육시설이 있는 다리까지 가기 전에 알탕을 하려고 했는데, 너덜지대를 지나 그만 다리까지 와버렸다. 빗방울이 아직도 슬금슬금 내린다. 
 
간이체육시설이 있는 정자에 쉴 수 있기를 기대했건만, 이미 아줌마들이 진을 치고 있다. 비가 오니까 알박기를 하고 있다. 아쉽다. 하는 수없이  정자 아래의 하류로 내려가서 알탕할 곳을 찾는다. 암반을 따라 흐르는 적당한 곳을 찾아 알탕을 한다. 기대와는 달리 개울물은 시원치가 않아서 아쉽다. 그래도 비에 젖고, 땀에 젖은 몸을 씻고 갈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정자의 아줌마들은 여기 옆에 목욕을 하면 되지, 뭐 그리 멀리 가느냐는 볼멘소리를 한다. 남자나 여자나 여럿이 모이면 우스개소리를 하는 게 일상인가 보다. 한바탕 하하호호 하면서 깔깔거리는 게 인생의 보약이 아닐까. 이렇게 밖에라도 나와야 웃을 일이 있고, 엔돌핀이 솟는 일이 있지 않겠는가. 
 
알탕 장소에서 500여 미터를 내려오면 용주사이다. 그리고 유명 맛집과 카페가 있는 곳이다. 분위기가 있는 곳이라면 오지라도 상관치 않고 수많은 차량으로  붐빈다. 용주사의 부처는 금색으로 휘황찬란하고 거대하다. 부처가 대웅전이나 건물 안에 안치되어 있는 것만으로는 중생들에게 어필이 안 되는지 크고 웅장하게 설치해 둔 것이 추세인 것 같다. 마음 속에 부처가 있다고 했건만......
 
계란으로 유명한 오경농장을 지나 계석한성아파트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간다. 이제 비도 그치고 실질적인 트레킹도 여기서  마무리된다. 혼자라면 우중에 엄두도 내지 못했을텐데, 네 사람이니까 가뿐히 해냈다. 힘을 모두면 무엇을 못해낼까. 귀하고 소중한 산우들이다. 
 
양산 시내버스 12번을 타고 남산역에서 하차를 한 후, 지하철로 환승하여 동래역 논두렁 추어탕으로 달려간다. 이 식당은 맛집으로 가격 또한 저렴하다. 그러면서도 지역에 장학금을 기탁하는 등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어렵게 돈을 벌더라도 사회와 지역을 위해서 헌신하고 있으니 그 경영이념에 머리가 숙여진다. 
 
세찬 빗속에서 함께 한 금호지님, 야래향님, 신명님에게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린다. 산우는 피와 살을 나눈 형제 못지 않은 벗이라고 생각한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즐거움과 행복으로 승화시키는 산벗이야 말로 진정한 벗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만간 다른 산행지에서 뵙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참고로 이 코스는 그렇게 어려운 코스가 아니기에 계곡 트레킹을 하면 좋기에 강추한다. 지프네골에 비만 더 오게 되면 수량이 풍부해서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