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경주 소금강산 지구(소금강산/금학산/약산) 트레킹 후기(2022/9/17/토)

부산갈매기88 2022. 9. 19. 09:41

*트레킹 일시: 2022. 9.17. 토
*트레킹 장소: 경주 소금강산 지구(소금강산/금학산/약산)
*참가자(5명): 금호지님, 동무님, 조석현님, 게스트 들강님, 부산갈매기
*트레킹 코스: 탈해왕릉~소금강산~옥고개~구곡지~섯갓산 능선 임도 갈림길~금학산~약산~헌덕왕릉~16번 상리마을 버스정류장
*트레킹 시간: 5시간 11분(중식 22분, 기타 휴식 1시간)
*트레킹 거리: 도상거리 11.07km(실제 거리 11.57km)
*교통편: 경주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70번 버스 승차, <부호탕> 버스정류장까지 20분 소요. 올 때 헌덕왕릉 뒤쪽 상리마을 버스정류장에서 16번 탑승.

이번 트레킹은 소금강지구의 소금강산~금학산~약산을 한바퀴 휘~ 둘러보는 것이다. 금학산이 298m로 300미터가 채 안되는 나즈막한 산이다.

경주 고속버스터미널 맞은편에서 70번 버스를 타고 탈해왕릉 부근의 [부호탕]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하여 탈해왕릉 소나무 숲속으로 접근한다. 그 소나무 숲속에 탈해왕릉이 있고, 왼쪽으로 표암이 있다.

표암은 <삼국유사>에 의하면 진한 6촌장들이 자제들을 데리고 신라건국을 논의한 장소이고, 신라 화백의 민주정치제도의 발상지이며, 신라시대의 국가대사를 논의하는 4곳 중의 하나인 금강산 회의 장소라고 한다.

표암과 헌덕왕릉 사이의 기울어진 소나무 뒤쪽이 들머리다. 등로는 유명세를 타온 만큼 반질반질하다. 등로를 따라 600여 미터를 진행하지 않아 오른쪽 계곡에서 콩볶는 소리가 탕탕탕 들린다. 그 소리에 놀라서 보니 화약 냄새가 바람을 타고 코끝을 스친다. 군사격장이다. 수십명의 군인들의 총사격 소리가 요란스럽다. 그 사격소리에 정신을 빼앗겨 금불사와 백률사로 가는 것을 잊어버리고 곧바로 소금강산을 오른다. 177m의 소금강산 정상석에서 인증샷을 한다.

옥고개 방향의 능선길을 따라간다. 나즈막한 능선길이라 신바람이 나지만 30도나 되는 기온에 머리 아래로 땀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린다. 옥고개 부근의 땅바닥에 누군가 만들어 놓은 솔방울 하트 날짜판에 감동을 받아 사진 한 컷을 한다. 누군가 매일 아침에 솔방울의 날짜를 바꾸어 놓고 있는 듯 했다. 그 능선에서 빼꼼히 경주 시내의 속살이 드러난다. 아파트와 옛건물을 조화롭게 배치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시내 한가운데 숲이 무성한 경주공원도 아스라이 보인다. 미세 먼지도 조금 있어서 멀리 산들의 마루금은 선명치가 않다.

능선 끝에서 구곡지로 내려가는 길을 잘못잡아 조금 애를 먹는다. 구곡지 아래쪽으로 접근을 해야 하는데, 내려서고 보니 구곡지 위쪽이다.

삼환아파트 동쪽 모퉁이에 섯갓산의 들머리가 있는데, 무시하고 임도를 따라 섯갓산과 금학산의 중간 지점으로 오른다. 임도에는 나무들이 듬성듬성하여 뜨거운 햇살을 받으니 금방 익어버릴 개구리 같은 신세가 된다. 강렬한 햇살이다. 임도는 완만해서 좋지만 강한 햇빛은 걸음을 무디게 한다. 머리띠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길가의 억새는 초가을을 노래하며 허옇게 변해가고 있다.

임도 옆 잔디밭에 앞서 가던 일행이 점심식사를 하려고 주저 앉아 있다. 게스트 들강님은 덩치가 있어서 그런지 중식을 해결하고 가자고 한다. 말수가 너무 없어서 얼굴 겉모습으로 봐서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통 구분이 안된다. 인터넷 검색을 해서 경주로 가는 산행이 있어서 나에게 직접 전화로 신청했다. 역시 서로 농담을 주고받을 사이가 되려면 묵은지가 되어야 하나 보다.

점심을 해결하고 섯갓산으로 오르려고 바로 숲으로 올라섰더니 웬걸 10여분 진행해보니 대나무와 숲이 우거져 진행을 할 수가 없다. 게다가 그 앞에는 멧돼지가 목욕을 하는 웅덩이가 가로막고 있다. 그 흙탕물인 웅덩이 상태로 봐서 멧돼지가 이 부근 어딘가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알바를 하고 되돌아나온다. 안전이 제일 아니겠는가.

임도 옆 밤나무 가지를 휘어잡아 밤 몇송이를 따본다. 아직 밤이 익으려면 한 달은 족히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풋밤 한 개를 까서 입안에 넣어보니 가을 향기가 나긴 하나 아직 설익었다. 모든 게 때가 있고, 그것을 기다려야 하는 것임을.

능선에 올라서니 거기서 섯갓산은 1.18km라고 이정표는 알려준다. 아니 금학산 방향은 어디란 말인가. 이정표가 자세하게 설치되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린 남쪽 능선을 택하여 진행을 한다. 금학산 가기 전 280미터 고지를 오르는 등로는 약간 깔끄막이다. 그렇게 심한 비탈길은 아니지만 세월은 점차 낮은 산에 길들여져 가는 것 같다.

금학산 가는 능선길은 멧돼지들이 헤집어 놓아서 길이 아니다. 얼마나 헤집어 놓았던지 농작물을 심어도 될 것 같다. 능선 중간중간 이정표가 없어서 우왕좌왕 하면서 금학산 가는 길을 찾는다. 인생은 미션이듯이 오늘 트레킹의 미션을 위해서 중지를 모아본다. 앱을 보지만 때론 방향을 찾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다. 인생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듯 산행 또한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엉뚱한 곳으로 진행을 해버리기에.

중지를 모아 금학산에서 인증샷을 한다. 함께 뜻을 모두면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다. 약산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약산은 진행방향에서 온쪽으로 500여 미터 외딴 곳에 위치해 있다. 거기로 향해 가던 중 굵은 도토리가 땅바닥에 깔려있어서 조석현님은 부지런히 도토리를 줍고, 우리 넷은 약산을 다녀온다. 여전히 조석현님은 도토리 줍는 일에 빠져있다.

이제 헌덕왕릉으로 하산하는 길은 올라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꺽여져야 한다. 그 갈림길에 조금 내려가니 길옆에 떨어져있는 엄지 크기의 도토리를그냥 갈 수 없어서 부지런히 주어 모았다. 그런 다음 조석현님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 갈림길을 놓쳐서 지나온 길을 너무 많이 가벼렸다. 몇 번 전화를 해서 겨우 조우를 했다. 바른 방향의 절심함이 여기에.

주어놓은 도토리를 담고 이제 하산을 재촉한다. 지난 여름 홍수로 등로는 파여서 너덜길이 되어있다. 어느 정도 내려오니 자동차 소리가 세차게 들린다. 헌덕왕릉 부근이다. 그 왕릉의 소나무숲이 좋다고 해서 간다. 오랜 세월 바람에 휘고 기울어져도 나름대로 보기좋은 소나무로 서 있기에, 그리고 여러 무리의 소나무가 어우러져 있기에 아름다운 소나무숲이 되어 있었다. 왕릉은너무나 크고 웅장해서 한바퀴 둘러보는 데도시간이 걸린다. 산행 후의 여유가 찾아온다. 아늑함이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황금벌판이다. 농약 탓에 메뚜기는 더 이상 뛰지 않는다. 상리마을에서 타이밍 좋게 16번 버스를 타고, 첨성대 부근에서 부랴부랴 하차한다.

첨성대 부근은 꽃들이 가을을 노래하고, 사루비아는 벌건 모습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그 사루비아를 밑 배경으로 하여 첨성대를 담아본다. 이슬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더위를 식혀주는 비라 괘념치 않고 첨성대 주위를 서성거려 본다. 그 주위엔 모과 열매가 가을을 재촉하며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동부사적지라는 비디오 한 편을 시원한 전시실에서 본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관람한다. 이어 택시를 타고 경주 중앙시장으로 간다. 뒤풀이는 경주국밥으로 해결했다. 마음을 졸이던 비도 그쳤다.

부산행 버스에 몸을 실으며 경주 나들이는 끝이 난다. 게스트는 첨성대 부근 버스 안에서 작별을 했다. 게스트가 있어서 조금 서먹하기도 했지만, 오랜 세월 함께한 산벗과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가을이 익어가고 숙성해가듯 우리들의 우정과 사랑도 더욱 발효되고 성숙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성숙함 속에 애정과 인생의
깊은 의미가 담겨져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함께한 네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동행. 그것은 같은 방향과 같은 시간을 향유한 것이기에 값지다. 이제 가을은 더욱 붉어져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