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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에게 보내는 은밀한 신호---페로몬>

부산갈매기88 2010. 9. 8. 09:37

 

페로몬이란 동종의 다른 개체로부터 특정한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유기체가 생산하는 물질이다. 이것은 자신의 외부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생리작용으로 모든 동물들이 페로몬에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페로몬 1cm³당 겨우 몇 백 개 분자만으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영향을 발휘한다.

 

특히 곤충들은 페로몬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다. 페로몬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도 하고 이성을 유인하기도 하며 위험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페로몬을 이용해 해충을 박멸하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미국 북동부 수백만 헥타르의 소나무 숲을 발가벗기는 매미나방을 방제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50만 마리 암컷으로부터 유인 물질 20mg을 추출해 내 유기 합성했다. 이 유인 물질을 종이 필터 위에 살짝 뿌려 놓으면 수컷들은 이 냄새를 거부하지 못하고 덫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누에나방, 미국바퀴벌레, 여왕벌의 페로몬도 이제는 인공 합성이 가능하다. 개미의 산 페로몬인 포름산을 염기로 중화시키면 개미 행렬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페로몬은 또한 공격 반응을 유발하기도 한다. 벌이나 장수말벌은 침을 놓으면서도 그 부위에 페로몬을 묻힌다. 그러면 주변에 있던 동료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어 페로몬이 묻은 부위에 계속 침을 놓는다. 페로몬을 위험 경보나 표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벌에 한 번 쏘였다면 그 당시에 입었던 옷은 잘 빨아서 페로몬이 남아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다시 벌에 쏘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은 대부분 교미를 할 준비가 되었을 때만 이성을 유혹한다. 예를 들어 암캐는 발정하면 스스로 페로몬을 방출해 상당히 먼 거리에 있는 수캐까지 찾아오게끔 만든다. 사람도 이런 식으로 이성을 유혹할 수 있을까? 또 유혹하는 이성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하지만 사람은 대개 다른 사람, 특히 이성의 냄새를 싫어하는 듯 보인다.

 

인간도 페로몬을 분비할까?

엄연한 동물계의 일원으로써 당연히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그 증거는 아직 빈약하다. 하지만 페르몬 관련 물질의 냄새를 맡는 능력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이러한 사실은 인간 페르몬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향 향수의 경우, 배란기를 앞둔 성적으로 민감한 여자들, 성적으로 성숙한 여자들만 강하게 인식하고 남자나 어린 여자들은 인식하지 못한다. 또한 에스트로겐을 남자에게 주입했을 때 남자들도 사향 냄새를 맡는다. 사향 냄새를 맡는 인간의 능력은 특정한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감지하는 능력과 비례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화학적 신호를 감지할 수 있을까?

아직 과학적 증거는 부족하지만 이미 수많은 향수 제조사들이 인간 페로몬이라고 믿는 물질을 이용해 향수를 만들고 있다.

 

인간 페로몬이 존재한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로는 같이 사는 여자들의 월경주기가 일치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실제로 몇 달간 여자들이 함께 생활하다 보면 월경주기가 서로 일치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겨드랑이 땀 속에 아직 규명되지 않은 냄새가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갓난아기를 가진 엄마들에게 아기들이 입던 셔츠를 모아 놓고 냄새를 맡아 아이의 셔츠를 찾아보라고 했을 때 모두들 제대로 찾아냈다. 반대로 엄마들의 브래지어 패드를 여러 개 늘어놓았을 때 갓난아이들은 자기 엄마의 것을 더 좋아했다.

 

페로몬은 가끔씩 종의 경계를 넘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푸아그라빠테, 오믈렛에 사용하는 자극적인 향이 일품인 송로버섯은 땅 속 1m 깊이에서 자라는 희귀한 버섯이다. 실제로그 맛을 보기 위해서는 문자 그대로 똑같은 무게의 금덩이만큼 값을 지불해야 한다. 이 버섯을 처음 먹기 시작한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야생 돼지가 땅을 파헤쳐 이 버섯을 찾아 먹는 모습을 보고 처음 알게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여전히 돼지와 개를 이용해 송로버섯을 찾아낸다. 돼지가 냄새를 훨씬 잘 맡기는 하지만 이 버섯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 때문에 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송로버섯의 유인 물질은 스테로이드로 밝혀졌다. 사향 냄새가 나는 이 복합물질은 수퇘지들이 교미하기 전에 내뿜는 페로몬과 같다. 송로버섯과 멧돼지가 똑같은 스테로이드 페로몬을 분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스테로이드는 인간에게도 페로몬으로 작용을 할까?

이 분자를 분비하는 남자에게 여자들이 좀 더 관심으로 갖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인간의 절반은 이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며, 냄새를 맡은 사람의 절반만 이 냄새를 좋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역겨워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페로몬에 존재하는 알코올 그룹이 스테로이드 분자의 반대편으로 이동하면 3-β-ol라는 이성질체가 만들어지는데, 이 베타 이성질체가 바로 남자(그리고 수퇘지)를 유혹하는 여성 호르몬이다. 인간과 돼지는 이렇게 같은 페로몬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향수 제조사들은 이러한 두 가지 이성질체 스테로이드를 이용해 남녀 향수를 만든다. 또한 성적인 공격성을 자극하기 위해서 이 스테로이드 호르몬에 안드로스테논이라는 유도체와 혼합하기도 한다. 안드로스테논은 남성의 ‘공격성’을 유발하는 근본 물질인데, 실제로 감방 죄수들 중에서도 흉악범들이 이 물질을 상대적으로 많이 분비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이렇게 만든 인간 페로몬 향수들은 다양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선적한다. 몇몇 가구 회사 쇼룸에서는 소파나 의자에 이 물질을 뿌려 남녀 고객들이 앉는 자리를 일정하게 유도한다고 한다. 이러한 안드로스테논 호르몬 농축액은 가격이 매우 비싸지만 적은 양으로도 효과를 발휘한다. 안드로스테논 페로몬은 1g이 800만 원을 넘는다.

 

제임스 콜만 <Naturally Dangerou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