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지나가는 구름 그림자에 놀라서 짖어 대는 개가 무슨 도둑을 잡으랴

부산갈매기88 2010. 12. 1. 07:17

 

1.사나흘 싯누런 황사바람 하늘 가득 범람하고, 사람들 마스크를 쓴 채 무성영화 속의 좀비들처럼 거리를 흘러 다니고 있네. 이제는 모든 것이 당연지사. 하지만 사람들아 오해는 하지 마소. 세상은 본디 이렇지가 않았고 하늘도 본디 저렇지가 않았으니.

 

2.남생이와 거북이도 구분하지 못하는데 동자개와 퉁가린들 구분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그러려니 해야겠지요.

 

3.길 없는 허공에서 일어나 길 없는 허공에서 스러지는 안개처럼-잠시 춘천에 와서 안개 중독자로 떠돌고 있습니다. 어둠이 내게로 다가와 낙타처럼 무릎을 굽히면, 밀감빛 등불 원고지를 적시는 집필실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4.지나가는 구름 그림자에 놀라서 짖어 대는 개가 무슨 도둑을 잡으랴.

 

5.쌀 앞에서 보리는 끝내 잡곡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지 허기진 자의 뒤주 속에 있을 때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6.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 본다. 주말을 기해서 모든 풍경 속에 햇빛이 생금가루처럼 눈부시게 반짝거라고 있다. 꽃같은 여자 하나 데리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저 속을 한가롭게 거닐고 싶은데 현실은 쿨럭, 환갑 넘어 팔다리 쑤시는 방콕.

 

7.어리석은 자는 기회의 문을 열어 주어도 막무가내로 다른 곳에다 한눈을 팔고 현명한 자는 기회의 문이 닫혀 있어도 막무가내로 열릴 때를 기다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어떤 자가 스스로를 돕는 자인가.

 

8.지구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우주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물론 사람들 인생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인생 전체가 봄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불행해진다.

 

9.동물이 인간으로 화하려면 100일 동안이나 마늘과 쑥을 먹어야 한다지만 인간은 양심만 팽개쳐 버리면 그 즉시 동물로 화해 버릴 수가 있다. 우리들 주변에 마늘과 쑥을 죽을 때까지 먹여도 이제는 인간으로 변환되지 않을 듯한 족속들은 얼마나 많은지.

 

10.지금 그대가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언젠가는 그대 곁을 떠날 것이다. 아무 것에도 집착하지 말라. 이 세상 그 어디를 가도 그대 곁에 영원히 머무르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리니.

 

-이외수 트위터에서 http://twtkr.com/oi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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