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클레오파트라를 문 독사는?

부산갈매기88 2009. 5. 1. 07:42

그리스의 저술가인 플루타르코스는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코브라에 가슴을 물려 자살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실제로 클레오파트라의 죽음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다. 뱀에 물린 곳도 가슴이 아니라 팔이었다는 주장도 있으며, 독사도 코브라가 아니라 살무삿과에 속하는 뱀이었다는 설도 있다.

 

코브라의 독과 살무삿과의 독은 작용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코브라 독의 주성분은 신경독인 데 반해 살무삿과의 독은 혈액 독(출혈 독)이기 때문이다. 사실 독사가 가진 독의 대부분은 신경 독과 혈액 독으로 나눌 수 있다.

 

코브라 독의 주성분은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단백질이며, 신경회로의 접합부인 시냅스의 아세틸콜린의 수용체와 결합한다. 이로 인해 신경 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은 결합할 수용체를 잃어 근육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없게 된다. 코브라에 물리면 운동 마비 증상을 일으켜 호흡곤란으로 죽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반면, 살무삿과 뱀이 가진 혈액독은 혈구세포, 혈관조직, 내장 등을 파괴한다. 때문에 물린 부위에서는 피가 나고 크네 부어오르며 피부의 괴사가 일어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기와 통증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구역질과 입술 마비 등을 일으키다 죽는다. 설사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해도 근육 괴사가 일어나므로 후유증으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목하거나 신장이나 순환기계에 장애가 남을 수 있다.

 

단, 살무삿과에 속한 뱀이라고 해도 방울뱀처럼 혈관 독뿐 아니라 신경독도 함께 갖고 있는 뱀이 있다. 다만, 이들 신경 독은 코브라의 독과는 반대로 시냅스에서 아세틸콜린을 분비시키는 작용을 한다. 때문에 근육이 흥분 상태에 빠져 경련을 일으키고, 아세틸콜린이 전부 소비되면 정보가 차단되어 마비 증상을 보인다. 방울뱀의 독성은 코브라의 독보다 강하다.

 

클레오파트라는 과연 어떤 독을 사용했을까?

코브라의 독은 몇 초만에 근육을 마비시키고, 장시간의 고통에 시달릴 필요 없이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강력한 독성이 있다. 물린 곳도 독니 자국이 생기는 정도이고 출혈도 별로 없다. 이에 반해, 살무삿과 뱀은 다량의 출혈과 함께 피부괴사를 동반한다. 만약 고통스럽지 않게 아름답게 죽고 싶다면 아마도 코브라를 선택했을 터인데 과연 그녀는 어떤 뱀을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독사에 물렸을 경우에는 될 수 있는 한 빨리 병원에 가서 항혈청주사를 맞아야 한다. 항혈청이란 희석한 뱀독을 반년에 걸쳐 주사한 소에서 혈액을 체취해 응소시킨 후 위에 뜬 부분을 말한다. 항혈청에는 소의 몸속에서 만들어진 독에 대한 항체가 들어 있다. 이 항체를 독사에 물린 사람에게 주사하면 뱀독이 항체 작용에 의해 중화된다.

 

다만, 체질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혈청이 반드시 효과가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또한 병원에서는 ‘살무사 혈청’이나 ‘반사뱀 혈청’밖에 구비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간혹 영화를 보면 독사에게 물린 사람의 상처를 입에 대고 독을 빠는 장면이 곧잘 나오는데, 이런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뱀의 독은 단백질이므로 삼킨다 해도 소화가 되지만, 만일 입안에 상처가 있거나 충치가 있는 경우 그곳을 통해 독이 몸속에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나까 마찌 <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독>에서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만한 자의 이야기  (0) 2009.05.07
삶의 희망을 가져다 둔 빵  (0) 2009.05.04
썩어도 준치  (0) 2009.04.25
지금 바로 행동하라  (0) 2009.04.24
스위스 은행이 뮤명할까?  (0) 2009.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