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삶의 희망을 가져다 둔 빵

부산갈매기88 2009. 5. 4. 09:07

그는 여덟 살 때 보육원을 뛰쳐나와 떠돌이 생활을 시작했다. 잠은 지하도나 공원 벤치에서 잤고, 추운 겨울에는 공중전화 부스를 찾아 새우잠을 자기도 헸다.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그는 젊은 날의 추억이라며 애써 고통을 감추려 했다. 그러나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배고픔 앞에서는 그도 어쩔 수 없었다. 가진 돈조차 없을 때는 별 수 없이 가게에서 먹을 것을 훔쳐야만 했다.

 

스무 살을 넘긴 어느 날, 슈퍼에서 몰래 빵을 훔쳐 도망쳐 나오다가 그만 주인에게 들키고 말았다. 그때 누군가 나서며 말했다.

 

“이 사람 빵값은 제가 낼 겁니다.”

 

금테 인경을 쓴 청년이었는데, 순간 반가운 생각부터 들었다. 청년은 그의 빵 값을 대신 지불하고는 자기 손에 들려있는 비닐봉투까지 그에게 내밀었다.

 

“저도 마침 빵하고 우유를 샀는데 이것도 드세요.”

 

순간 그는 자존심이 무너져 소리를 버럭 질렀다.

“뭐야, 내가 거지인 줄 알아?”

 

사실 본심은 그게 아니었지만 자신보다 부유해 보이고 부모를 잘 만나 호강하는 것 같아 미운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이도 훨씬 많아 보이는 청년에게 대뜸 반말을 했다.

 

“당신이 빵 값 한 번 내줬다고 무슨 은인이나 되는 줄 아는데 괜히 나서지 말라고!”

 

그러나 청년은 자신이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듣고 보니 그렇군요. 제가 경솔했습니다. 그럼 나중에 제게 빵을 사 주세요. 그럼 되겠지요.”

 

청년은 자신이 살고 있는 주소를 적어 그에게 내밀었다. 청년과 헤어지자 돌아오는 길에 그는 아주 큰 결심을 하게 되었다. 자신도 언젠가는 돈을 벌어 정말 당당하게 살겠다고.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잔뜩 사서 청년을 찾아가리라 마음먹었다.

 

그 후로 그는 정말 달라졌다. 낮에는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건물의 청소를 하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그는 작은 월세방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했던 약속대로 빵을 한 아름 안고는 청년의 집으로 찾아갔다. 자신을 기억조차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는 부모덕에 잘 사는 청년 앞에 당당히 서고 싶었다.

 

그런데, 주소는 정확한데 정년의 집 대문에는 이상한 문패가 걸려 있었다.

 

 “작은 천사의 집?”

 

대문을 두드렸지 아무 소리가 없었다. 그는 열려진 대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그는 깜빡 놀라고 말았다. 안에는 열 명이 넘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모두 장애가 있는 모습이었다. 그때 마당 끝에 있는 문 하나가 열리면서 그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하하하, 정말 찾아오셨군요. 잘 오셨어요. 제가 지금 아이들 목욕을 시키는 중이라서.....”

그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돌보며 결혼도 하지 않고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는 이 세상에서 혼자 등불을 밝히며 살고 있었다. 그의 대문에 걸려 있는 것처럼 작은 천사들과 함께 사는 그 역시 천사였던 것이다.

 

 

한상현 <참 행복한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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