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일과 지옥

부산갈매기88 2011. 1. 24. 07:19

어떤 사람이 죽은 지 며칠 후 눈을 떠보니 그곳은 천국이었습니다. 한없이 넓고 푹신한 곳이었지요. 그는 당연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하여 평안한 자리에서 며칠 푹 쉬었습니다. 그곳이 그는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출근 하라고 아침 일찍 깨우는 아내도 없었고, 상사의 잔소리도 물론 없었습니다. 머리를 싸매고 매달려야 할 일도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인이 한시라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대기하고 있다가 시중을 들어주었습니다. 밥을 먹는 것도 손끝하나 까딱할 필요도 없이 그 하인이 먹여 주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목욕을 할 때도 화장실에 갈 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평안한 생활도 며칠 지나지 않아 싫증나게 되었습니다. 도무지 자신이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일이 없으니 지겹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하인에게 말했습니다.

「내 손으로 무엇이든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

 

그러나 하인은 그의 그러한 청을 한 마디로 거절했습니다.

「이곳에서는 당신이 원하는 것은 모두 해결되지만 단 하나, 당신이 직접 하는 것만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 말에 그는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지옥이 낫겠네. 이렇게 심심해서 대체 어떻게 살란 말인가?」하인이 그 소리를 듣고 다시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그럼 당신은 지금껏 여기가 천국인 줄 아셨나요? 여기가 바로 지옥입니다.」


일을 하지 않고 편안히 쉰다는 것, 그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쉬는 것도 일을 하는 가운데 쉬어야지 의미가 있는 것이지 마냥 쉰다고만 해서 그게 좋기만 하겠습니까?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하지 못하는 것, 딴게 지옥이 아니라, 그게 바로 지옥입니다. 바꿔 말하면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바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천국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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