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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후 '쿨~쿨' 속상하시죠?

부산갈매기88 2011. 3. 14. 12:59

전립선비대증으로 치료받으려 온 한 중년 남성이 갑자기 보호자로 따라 온 아내를 보면서 "선생님께서 내 억울함을 좀 해명해 주시면 좋겠다. 그 관계가 끝나고 나면 확 잠이 몰려오는데 이건 내 잘못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평소 섹스 후 곧바로 '쿨쿨' 잠에 빠져들어서 마누라에게 구박을 좀 받았나보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섹스 후 잠들어 버리는 것에 대해 사랑을 의심하기도 하고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섹스 오르가슴을 느낀 후 방출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여성에서는 상대를 껴안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게 만드는 반면 남성에서는 뇌의 수면중추에 작용해 잠이 들게 만든다.

흔히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은 사랑에 빠졌을 때 높은 농도로 분비돼 다른 사람과 끌어안고
대화하며 애정과 호의를 표현하는데 주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꼭 남녀 사이에서만 분비되는 것은 아니다. 여성의 경우
분만수유 과정에서 분비되기도 하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는 옥시토신 농도가 높을수록 아이에게 쏟는 애정이 각별해지며 행동과 정신 모두 유대감이 깊어지는 것이 발견된다. 이러한 사실을 이용해 최근에는 옥시토신을 자폐증 치료나, 우울증 치료, 두통 치료 등에 시도하기도 한다.

부부 싸움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싸움이 날 듯하면 복식호흡을 한다거나, 잠시 자리를 피해 애완견과의 다정한 시간을 가짐으로써 옥시토신 분비를 활성화시키고, 그래서 자극적인 말을 삼가고 자연스런 미소를 건넴으로써 충돌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같은 옥시토신이 절대적인 사랑의 묘약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유년의 기억, 사회적 기억을 형성하고 공고화 시키는데 작용하고, 질투외 시기심에도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 과학자는 동물실험을 바탕으로 옥시토신 분비를 높여 누구든 내게 빠지는 사랑의 묘약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옥시토신을 제한해 사랑에 빠지지 않는 사랑의 예방약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함께 말이다.

그러나 사랑이 그저 호르몬 하나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멀리서 사랑의 묘약을 찾느니 바로 옆에 있는 사람, 한 번이라도 더 살갑게 안아 주고 보듬어주는 것이 백번 낫다.

 

<2011. 3. 14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