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오가며 장사하는 아라비아 상인이 사막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가 오아시스를 발견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길은 사막을 가로지르는 지름길이었습니다. 너무나 기뻤지만 오아시스가 있는 지름길을 알아냈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언젠가는 그 물이 다 바닥날지도 모른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후로 이 상인은 혼자서만 그 길로 사막을 횡단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아시스 옆에는 키 큰 야자수 한 그루가 서 있어서, 상인은 사막을 횡단하다가 지칠 때면 거기서 쉬어 가곤 했습니다. 하루는 문득 누군가가 멀리서 야자수를 보고 이 쪽으로 오다가 오아시스를 발견하며 어떡하나 불안한 생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이 나무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오아시스를 찾아낼지 몰라. 더구나 이 커다란 야자수 뿌리가 어느 날엔가는 귀한 샘물을 다 빨아 들여 버린다면?'
상인은 자신만의 오아시스를 들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야자수를 없애 버리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국 그는 야자수를 잘라 버리고 나서야 마음놓고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며칠 뒤 장사를 끝내고 돌아오다가 오아시스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곳에는 나무 그늘을 잃어 바싹 말라버린 물의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