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외모가 다는 아녀!

부산갈매기88 2011. 6. 2. 07:40

세종대왕 때에 청렴결백한 정치가로 유명했던 맹사성은 항상 허술한 옷차림의 촌부의 모습을 하고 다녔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잘 알아보지 못했다. 한번은 성묘차 온양을 다녀오는 길에 비를 만나 용인의 어느 여관에 들게 되었는데, 마침 그곳에는 영남에서 올라오는 호화로운 선비의 행차가 있었으므로 맹정승은 방을 얻지 못하고 낭하 한 모퉁이에 쭈구리고 앉아 비를 피하고 있었다.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에 바둑을 좋아하는 선비의 요청으로 대청 마루에 올라 바둑을 두게 되었는데, 서로가 신분을 알 수 없는 초면이므로 상대방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맹 촌부가 먼저 제의를 했다.

 

"우리 말할 때 묻는 말에 마지막에 공을 붙이고 대답 끝에는 당을 붙이기로 하자"고 하였더니 선비는 "서울로 간당"하고 대답했다. 관심이 생긴 맹 정승은 다시 묻기를 "무슨 벼슬이공?"하였더니 선비는 "녹사취재 벼슬이당"했다. 그래서 맹 정승은 "내가 힘써 줄공" 하였더니 선비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자네 같은 촌부는 택도 없는 소리당"하고 대답했다.

 

이렇게 환담을 하다가 선비는 서울로 올라와 과연 녹사취재 벼슬을 얻게 되어 3정승 6판서가 모인 정청으로 신고차 방문을 했다. 6조 판서 앞에서 감히 얼굴을 들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는 선비를 본 맹정승은 "어찌된 일인공?"하고 말을 건냈다. 낯익은 목소리에 선비가 얼굴을 들어 바라보니 금관조복의 좌의정이 바로 그 촌부였다. 전날, 촌부인 줄로만 알고 무례하게 대했던 선비는 정신이 산란해져서 말하기를, "죽을 죄를 지었당"하고 맥없이 대답했다.

 

그 후 이 선비는 맹 정승의 지도로 청백한 관리가 되었다는 사화가 있다. 이 이야기는 사람을 외모로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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