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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부산여자고등보통학교는 수학여행 어디로?"

부산갈매기88 2011. 7. 8. 15:45

 

100년 전 우리 학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100년 전 우리 학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밀양농잠학교 졸업앨범에 실린 신사참배모습. 부산근대역사관 제공

부산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 4학년의 수학여행 일정표에는 여행기간(1938년 4월 14일부터 27일까지 14일간), 일정(부산을 출발해 시모노세키, 오사카, 교토, 나라, 도쿄, 닛코를 경유해 다시 부산으로), 발착지와 발착시간, 운송수단, 숙박지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놀라운 사실은 2주일 가까운 긴 일정으로 일본에 수학여행을 다녀왔다는 것!

운동장에 길게 늘어선 상태로 보통학교와 고등보통학교 학생들이 모여 찍은
운동회 기념사진(1919년)도 보인다. 연합운동회라 학생들의 옷차림이 구분된다. 그중에는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학생들도 있다.

"100여 년 전 우리 학교의 모습은 어땠을까?" 부산근대역사관(관장 나동욱)의 특별기획전 '근대의 기억, 학교에 가다'에서 어느 정도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1876년 개항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근대 학교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자료, 편지, 기념품, 생활용품, 교과서 등 300여 점이 전시된다. 당시 학교 수업, 등교 모습, 수학여행, 기숙사 생활 등을 간접적이나마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개항장 부산의 학교 설립과 학생운동, 조선
교육령과 황국신민의 양성, 식민지교육의 도구-학교행사, 총후(銃後-전쟁시기 후방 개념)의 학교, 동원되는 아이들, 생도의 하루 등 5개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부산일신여학교(1919년 3월 11일
부산지역 최초의 3·1운동 전개) 3·1만세운동의 주동자 김반수의 '편지', 일본천황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황국신민서사석', 부산제2상업학교(부산상고 전신) 검도부원이 착용했던 '검도 마스크', 일제강점기 다양한 '교과서', 부산지역 100년 전통을 가진 명문 학교들의 각종 '졸업앨범과 사진'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 식민지 국가에 적합한 실업인 양성기관으로서의 학교, 국가의 필요에 총동원되는 암울했던 식민지 학교 교육의 변화상을 집중
조명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교육정책을 알 수 있는 자료를 들춰보면 교육을 통해 어떻게 조선인을 황민화(皇民化)하려 했는지, 그 실체가 낱낱이 드러난다. 일제는 학교 역시 무단위협 통치의 연장으로 생각해 교사에게 군복과 군도를 착용시켜 공포 분위기를 자아냈다. 실제로 30~40년대 등장하는 학교의 사진첩에는 군복과 군도를 착용한 학생, 교련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밀양농잠학교 졸업사진(1936년)에는 목도(木刀)를 들고 황국신민체조를 하는 모습도 나온다.

중일전쟁(1937년) 이후 학교는 전쟁수행을 위한 인력수탈의 주요한 원천이 됐다고 한다. 일제는 1941년 태평양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는 학교를 군사목적에 동원하기 위한 교육체제로 전환해 나갔다.

'생도의 하루' 편에서는 일제강점기 부산항 공립고등여학교(현 경남여고) 학생들이 입었던 여학생 교복을 비롯해 가방, 필통, 도시락,
대나무와 종이로 만든 새 모양 비행기, 3단 팽이 등도 볼 수 있다.

'학교'라는 친근한 주제를 통해 근대의 역사를 생생하게 되짚어 보는 전시다.

▶근대의 기억 학교에 가다=8월 21일까지 부산근대역사관 3층 기획전시실. 051-253-3845~6.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