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맛집

시도때도 없는 방귀 '뽀옹' 트림 '끄억', 이것도 병?

부산갈매기88 2011. 8. 2. 08:32

'뽀옹~', '끄억~' 어쩐지 불쾌해지는 소리와 뒤이은 역한 냄새. 종종 예상치 못한 방귀와 트림의 기습공격을 받을 때가 있다. 음식을 먹은 뒤 생기는 자연적인 생리현상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쉬운 방귀와 트림. 그런데 '너무 과한 건 아닐까'하며 혹시 남몰래 고민하고 있지는 않는가.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방귀와 트림도 지나치면 소화기관의 이상 신호일 수 있다는데…. 그렇다면 방귀와 트림, 정상과 질병을 오가는 기준은 무엇일까.

잦은 트림은 쓸개·위장에 문제
가스 줄이려면 천천히 먹어야

#방귀와 트림, 왜 하는 걸까?

우리 몸 속의 가스는 절반 가량이 음식을 먹거나 음료수를 마실 때 입으로 들이마신 공기다. 음식을 삼킬 때 매번 수 ㎖의 공기가 음식과 같이 위로 내려가며, 마른 침을 삼키거나 물을 마실 때도 소량의 공기가 위로 함께 들어간다.

이밖에 20% 정도는 혈액에서 확산돼 유입된다. 위장, 소장, 대장과 같은 장관(섭취한 음식물의 소화·흡수에 관여하는 관(管)의 총칭)과 점막혈액 사이에 질소,
이산화탄소, 수소, 메탄 등의 가스가 이동하면서 이중 일부가 남아있는 것이다.

나머지 30% 정도는
장내 세균이 섭취한 음식의 특정 성분을 발효하거나 분해할 때 발생한다. 소화 과정에서 분비되는 각종 소화액의 이온 반응으로 가스가 생성되기도 하고, 음식 속 탄수화물단백질 등이 장관에서 잘 흡수되지 않아 암모니아, 수소 등의 가스를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가스가 모두 방귀와 트림으로 배출될까? 직접 삼킨 공기와 체내에서 만들어진 가스 중 일부는 방귀로 배출되거나 체내에 다시 흡수된다. 그리고 나머지 많은 양의 가스는 알게 모르게 역류돼 트림으로 나온다. 결국 방귀와 트림은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 맞다.



#병으로 분류될 수 있는 기준은?

하지만 모든 방귀와 트림이 정상의 범주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성인 기준으로 방귀는 하루 15~20회 내외가 적당하다. 하지만 하루 25회 이상의 지나치게 잦은 방귀를 뀌면서 심한 냄새, 설사와 복통이 동반된다면 대장의 이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방귀 냄새의 주범은 대장 안에 살고 있는 세균. 이 세균이 음식물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냄새가 지독한 가스를 만든다. 대부분 먹는 음식에 따라 방귀와 트림의 정도가 달라지는데, 채소류나 탄수 화물이 많은 음식은 주로 탄소와 수소를 만들어내므로 냄새가 약하다. 이에 비해 소화가 더딘 단백질로 구성된 음식은 장에 오래 머물면서 황화수소와 암모니아 등의 가스를 생성시켜 과다 섭취시 지독한 냄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콩류에 들어있는 탄수화물, 과일 속 당류, 우유의 독특한 유당은 소장에서 소화·흡수가 안 된채 대장에서 세균과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고약한 냄새의 방귀와 함께 복통, 설사 등을 유발하기 쉽다. 또한 장이 예민해
변비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고 있을 경우, 음식물의 소화·흡수가 잘 안 돼 같은 원리로 방귀, 복통, 설사를 일으킨다.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 등 내분비계질환이 있어도 장관 운동이 억제돼 가스가 많이 생성된다.

트림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식후가 아닌데도 시시때때로 반복적인 트림이 나온다면 쓸개나 위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담낭염, 소화성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 같은 소화기질환이 있다면 트림이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거나 만성적으로 목이나 가슴, 배의 불쾌감이 있다면 병적인 만성 트림일 수도 있다. 이같은 만성 트림 환자들은 트림을 하면 목이나 가슴, 배의 불쾌감이 다소 좋아지는 듯 느끼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공기를 삼켜서 일부러 트림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볼펜을 입에 물게 하면 트림이 현저히 줄어드는데, 그런데도 가슴과 배 부위에 불쾌감이 지속된다면 흉부 엑스선 사진과 위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다른 질병이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몸 속 가스 줄이는 게 먼저

병적인 수준이 아니더라도 방귀와 트림이 심하다면 집이나 직장에서 '민폐'가 되기 쉽다. 가장 쉬운 방법은 몸 속 가스를 줄이는 것. 우선 입으로 들어오는 공기의 양을 줄이기 위해 한 번에 음식을 삼키지 말고, 천천히 먹고 마시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오랫동안 씹어 먹어야 하는 오징어나 껌, 사탕의 섭취를 줄이면 그만큼 공기의 체내 흡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스의 생성을 막을 수 있다.
금연도 필요하다. 흡연을 통해 외부 공기가 체내로 유입되는 것을 줄일 수 있으므로 도움이 된다. 앞서 언급한 단백질이 많은 가스 유발 식품을 자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장관에 과민성을 동반한 운동기능 장애가 있다면 음식 섭취 제한과 생활습관 변화만으로는 방귀와 트림을 줄이기 역부족이다. 종종 만성 염증성 질환이나 종양 등에 따른 증상으로 방귀와 트림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상적인 범주를 넘어선다는 생각이 들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40대 이상이라면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인 대장검진을 받는 게 좋고, 규칙적이고 올바른 식습관과 함께 적당한 운동을 해야 한다.

부산일보/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도움말=부산대병원 소화기병센터 김광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