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 만물박사

[만물상] 정치인의 성형

부산갈매기88 2011. 9. 22. 08:41

2009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이마에 검은 반점이 생겼다. 둔기에 맞은 멍 자국 같았지만 언론은 이마 주름을 펴는 보톡스 주사의 부작용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측은 수술 사실을 부인했고 검은 반점이 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바이든은 2008년 대선 때도 이마 주름이 갑자기 사라져 보톡스를 맞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보톡스 전문가들은 "바이든이 받은 수술이 엉망이었다"고 했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2008년 총리직 3선에 도전했을 때 일흔한 살이었다. 그러나 피부는 팽팽했고 머리카락도 나이에 비해 풍성했다. 그는 두 차례 모발 이식 수술은 물론 주름과 눈밑 지방 제거에 인공 선탠까지 받으며 치밀한 계획에 따라 얼굴을 '개조'하고 있었다. 몸과 마음까지 젊어졌는지 그는 하룻밤에 많게는 8명의 여성과 관계를 가진다고 한다. 언론은 "성형이 정치용인지 사생활용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독재자들은 얼굴에 칼을 대는 성형수술을 두려워한다. 카다피는 1994년 쉰두 살 때 브라질 의사를 불러 주름 제거와 모발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는 암살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부분 마취를 요구했고 4시간 동안 눈을 뜬 채 수술을 받았다. 의사들은 카다피가 수술 사실을 감추려고 자기들을 죽일 수 있다며 떨었다. 카다피는 수술 결과가 만족스러웠는지 의사들에게 두툼한 돈봉투를 건넸다고 한다.

▶정치인의 성형은 우리 정계에서도 흔한 일이 됐다.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2005년 노화로 눈꺼풀이 처져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김혁규·이기명씨를 비롯한 측근들도 줄줄이 쌍꺼풀 수술을 따라 했다.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모발 이식 수술을 해준 병원은 고객들에게 이 대통령의 수술 전후 사진을 보여주며 수술을 권하고 있다. 임태희 비서실장도 2006년부터 머리숱이 크게 늘었는데 발모촉진제를 쓴 덕분이라고 한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눈썹 문신 시술을 받고 '숯검정' 눈썹으로 국회에 나섰다. 이미 열 명 넘는 의원이 눈썹 문신을 새겼을 만큼 여의도에서 인기라고 한다. 정가엔 피부를 재생시키는 줄기세포 치료까지 등장했고, '보톡스의 여왕'으로 불리는 의원도 나왔다. 누구나 젊어 보이고 싶어한다. 이미지가 중요한 정치인은 더욱 그럴 것이다. 미용에 기울이는 정성이 정치 열정으로 이어지고, 젊어진 만큼 더 신선한 정치가 나오기를 바랄 따름이다.

 

조선일보/정우상 논설위원 imagin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