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맛집

부산에서 양고를 먹을 수 있는 곳

부산갈매기88 2011. 9. 29. 11:59

10년 전쯤 몽골에 여행을 갔다가 그만 양과 사랑에 빠졌다. 양떼구름만큼 많은 양들이 초원에서 그냥 뛰어노는 몽골. 그야말로 양고기 요리 천지였다. 구워 먹고, 튀겨 먹고, 찜을 쪄서 먹었다. 양손에 양갈비를 들고 룰룰랄라 하는데 같이 간 친구는 혼자서 울고 있었다. 입이 짧아 슬픈 이 친구는 냄새가 나서 양고기를 못 먹겠다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친구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었다.

그때부터 소와 양 중에서 선택하라면 당연히 양을 골랐다. 이번 주 주제를 양으로 한다니 아내는 "왜 당신 입만 생각하느냐"고 한다. 그건 오해라고 본다. 양고기라면 특유의 냄새, 노린내 때문에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양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밝힌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물건을 밖에다 진열하고 나쁜 상품을 파는 눈가림에 두루 쓰인다.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 데서 이 말이 생겨났다. 우리나라에서 구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예로부터 양고기는 별미 중의 별미로 꼽혔다. 양고기는 돼지고기나 쇠고기에 비해 칼로리가 낮고
콜레스테롤이 적다. 게다가 보들보들 연하면서 찢어지는 육질은 개고기와 비슷하다. 말만 들어도 침이 넘어간다.

효능은 또 어떤가. '본초강목'은 "양고기는
정력과 기운을 돋우고 비장과 위를 튼튼하게 한다. 또한 오장과 혈압을 다스리고 당뇨, 골다공증, 피부미용, 장내해독에 좋다"고 말한다. 다 좋은데 그놈의 냄새가 문제라고?

양고기는 양러우촨(羊肉串)이라고 불리는 꼬치 형태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산에는 부산역 맞은편 차이나타운에 양꼬치집들이 몰려 있다. 부산 동구 초량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산지사 맞은편의 우즈베키스탄 레스토랑인 '사마르칸트'(051-466-4734)도 양꼬치가 푸짐하게 잘 나온다. 동구 범일동 부산진구 보건소 앞 골목에는 '태호네 양꼬치'와 '마야양꼬치' 두 집이 신기하게 나란히 있다.

문을 연 지 10년이 넘어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양꼬치집이라는 '태호네 양꼬치'(051-636-8222)에 들어갔다. 1인분에 9천 원 하는 양꼬치를 시켰다. 마늘, 은행이 어울린 양꼬치를 주방에서 초벌로 구워 가져다 준다. 이걸 숯불에 올리고 돌려가며 노릇노릇하게 구우면 된다. 숯불에 구워내면 양고기 특유의 잡내가 없어져
숯불구이는 많이 선호되는 방식이다. 허름한 실내 인테리어 하며 어디 중국 촌구석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날 동행한 일본인 친구는 양고기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냄새도 나지 않고, 부드러워서 아주 맛있다"고 좋아했다. 양 다리만 시키거나 샤부샤부로 먹을 수도 있다. 4천 원 하는 하얼빈옥수수국수도 별미다. 청결에 무심한 사내들끼리 한 잔 하기에 적당해 보인다.

양고기를 제대로 먹고 싶어서 찾아간 곳이 부산 사하구 당리동의 양고기 전문점 '케베스(KEBES)'이다. 케베스는 히브리어로 어린 양이란 뜻이다. 어린 양이 냄새가 적다. 양고기를 드물게도 등심 스테이크처럼 통째로 구워서 먹는 집이다. 지난해 8월에 문을 열었지만 올해 들어 양고기가 없어 몇 개월간 장사를 못했단다. 양고기 맛에 눈을 뜬 중국 사람들이 물량을 다 가져간 때문이란다. 중국 사람이 맛을 알면 남아나는 게 없겠다.

냄새를 잡기 위해 주방에서 미리 초벌로 구워서 나온 스테이크용 양고기가
불판에 올려졌다. 이날도 양고기가 처음인 한 후배와 동행을 했다. 그 역시 고기가 많이 연하고, 냄새는 잘 모르겠단다. 자세히 맡으니 아주 희미하게 냄새가 난다. 이 정도면 양고기 못 먹는 사람이 없겠지만 양고기 마니아 입장에서는 조금 서운할 수도 있겠다.

황치성 대표는 쇠고기 안심 등심 스테이크
공장도 같이 경영한다. 육가공산업을 한 덕분에 양고기 냄새를 잡을 수 있었단다. 황 대표는 친구들에게 양두구육 실험을 해 보았단다. 쇠고기 꽃등심이라며 쇠고기와 양고기를 섞어서 낸 것이다. 그러면 늘 양고기는 다 먹고 쇠고기만 남아있단다. 양고기를 안 먹던 친구가 지금은 양고기만 달라고 한다니 못 먹는다고 생각 말고 도전해 볼 일이다.

바비큐, 달콤한 맛, 매운맛도 있다. 달콤한 맛은 거의 맛있는 돼지갈비 같다. 구색을 갖춘다고 메뉴는 만들어 놓았지만 실은 양고기는 양념 없이 그냥 구워 먹는 게 가장 맛이 있단다. 괜찮은 된장찌개도 무한리필로 제공한다.


황 대표는 "쇠고기는 너무 흔하다. 양고기는 당장은 힘들어도 어느 정도 하면 괜찮을 거라 생각해 앞으로의 시장성을 보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에 수입된 양고기는 대부분 호주의 청정지역 초원에 방목해 키운 1년 미만의 양이다. 양은 광우병, 조류독감, 구제역 등 일반적인 동물의 전염병과는 무관하다.

결론. 요즘 양고기, 냄새 안 난다. 안 먹으면 손해라고 본다.

양고기·바비큐·달콤한 맛·매운 맛 120g 8천 원, 쇠고기 꽃등심 1만 1천 원, 삼겹살 5천500원. 영업시간 오후 5~10시. 부산 사하구 당리동 320의 4. 부산도시철도 당리역 5번 출구 인근 푸르지오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우측 30m. 051-203-3131.

 

부산일보/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