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방

종교 소비자인가 신앙 가족인가?

부산갈매기88 2011. 10. 6. 07:14

  김연숙씨가 쓴 [흔들리는 신앙, 붙들어 주소서]라는 글에 22년 동안 미국 이민 교회에서 108번 교회를 옮긴 장로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1년에 약 5번 정도, 평균 두 달에 한 번 정도 교회를 바꾸었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이상향의 교회를 찾았습니다. 교회를 옮기는 날로부터 그 교회의 단점을 찾기 시작합니다. 목사의 허물을 맨 먼저 찾아냅니다. 그리고 자기 눈에 드러난 허물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한답니다. 교회주보, 성가대, 주방, 교인들의 태도 등 108개 교회의 단점을 낱낱이 노트에 적어서 마치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었답니다. 그가 병으로 죽게 되자 어느 교회도 그의 장례식을 해줄 수가 없었답니다. 이유는 그가 섬긴 교회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죽기 전 108번째 교회 목사님이 불쌍히 여겨 그의 장례식을 해주었답니다. 만일 그 사람이 천국에 올라가 주님 앞에 108개 교회의 허물을 기록한 두툼한 노트를 펴놓는다면 주님은 어떻게 하셨을까요? 주님은 그 사람의 허물이 적힌 수십 권의 노트를 던져주시지는 않았을까요? 사람들은 이상향의 교회를 찾습니다. 그러나 이상향의 교회는 이 땅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교회란 스스로 죄인이라고 고백하는 사람들 연약한 사람들의 모임이기 때문입니다. 불행한 것은 현대 교인 중에서 일부의 사람들은 이상향 교회라는 미명아래 교회 사냥(Hunting)을 합니다. 이사를 하여 섬길 교회를 찾는 것은 당연하지만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교회 사냥을 하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성도가 아닌 종교 소비자로 전락되게 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제품은 생산자 판매자 소비자로 연결되어져 있습니다.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마구잡이로 사지는 않습니다. 소비자는 먼저 심리적으로 또는 사회, 문화적으로 그들의 필요와 욕구를 느낌으로써 구체적인 구매행동을 하게 됩니다. 소비활동은 욕구 충족에서부터 출발됩니다. 욕구들은 개인이 처한 사회적 환경에 따라서 다르고 구매동기는 합리적일 때고 있고 감정적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네 가지에 의해 결정되어 집니다. “유익성, 편리성, 유희성, 효용성” 입니다. 그 제품이 얼마나 나에게 유익을 주는가? 그 제품이 얼마나 다른 제품과 비교하여 편리한가? 그 제품이 얼마나 나에게 유쾌함을 주는가? 그 제품이 얼마나 작은 투자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가?

  종교 소비자가 된 교인들은 대부분 이러한 원리로 교회 사냥에 나섭니다. 좀더 유익한 교회, 좀더 편리한 교회, 좀더 기쁨을 주는 교회, 좀더 부담을 주지 않는 교회 등의 원리로 교회를 선택하기 때문에 비만 교회가 생기게 되고 세습교회, 대기업 같은 기업교회, 유명 연예인의 공연 같은 공연 교회, 문어발식 교회가 생기게 됩니다.

  그러나 교회란 이익추구 단체가 아니라 가치 창조의 공동체입니다. 교회는 종교 마케팅 장소도, 극장에 가듯 설교 감상하러 가는 종교 공연장도, 계급 공동체도, 이익 공동체도 아닙니다. 입시를 치르고 들어가 유명 교수로부터 배우는 학교도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 (마 16:24)”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선전하여 사업하는 장소가 아니라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의 삶을 좇아가는 생명공동체, 가족공동체입니다. 설교나 각종 종교 프로그램을 통해 거래하는 종교 시장이 아니라 예수님을 통해 영적인 한 가족이 되어 함께 삶을 나누는 피의 공동체입니다. 십자가의 피로 말미암아 이제는 낯선 외국인도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도 아닌 하나님 나라의 가족이 된 성도들의 모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형제가 종교 소비자가 되어 교회를 마케팅 장소로 만들면 안됩니다. 이것은 교회 지도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성도들의 수준입니다. 중세 교회는 가족보다는 구조, 제도, 조직으로 교회를 이해하여 타락의 극치를 달렸습니다. 성도를 "하나님의 가문에 권속"이라고 말씀합니다. 성경은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1:12)" 라고 말씀합니다. 교회란 가족같은 친밀감이 있어야 합니다. 교인은 종교 소비자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가족으로 만나 한 식구처럼 한 시대를 서로 사랑하고 위로하고 도와주고 기도해 주면 사는 것입니다. 교회는 사업보다는 삶의 안식, 삶의 경험의 공유가 있어야 합니다. 선교 사업, 구제사업, 장학 사업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우선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구원받은 공동체로 삶을 서로 가족처럼 누려야 하는 것입니다.

  가족은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닙니다. 물건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수도 있지만 생명체는 다릅니다. 그곳에는 유일성이 있고 책임이 따릅니다. 거래관계가 아니라 생명적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은 서로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문제가 있다고 가족을 버리는 것 아닙니다. 서로의 단점을 받아주고 세워주고 존경해주고 용서해주고 격려해 주면서 사는 것이 가족입니다. 성경은 교인들에게 직분을 주신 이유를 명쾌하게 “이는 성도를 온전케 하며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 (엡 4:12)”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종교 소비자가 아닌 가족 공동체로서의 성도는 유익, 편리, 유희, 효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온전케 하고 봉사로 섬기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종교 소비자인가 신앙 가족인가?/섬기는 언어/김필곤 목사/200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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