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양고기 국물과 찬밥 한덩이

부산갈매기88 2012. 2. 15. 07:08

중산군이라는 중국의 한 왕이 자신이 따르는 사대부들을 불러 잔치를 벌이던 날이었다. 사대부들이 담소를 나누는 가운데 잔치상이 차려져 나왔다. 하인이 손님 수대로 차례차례 음식을 나누어 주고 마지막으로 양고기 국물을 내주었다.

 

그런데 국물이 모자라 사마자기라는 사람에게만 국물이 돌아가지 못했다. 당황한 하인이 얼른 중산군의 눈치를 살폈으나 중산군은 물러가도 좋다는 뜻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사마자기는 다른 사람들이 국물을 떠 먹으며 즐기는 동안 몹시 불쾌한 기색으로 앉아 있었다. 이 일로 사마자기는 중산군을 버리고 나라를 공격하게 하였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중산군은 몇 사람의 심복을 데리고 피신하였는데 웬 낯선 사내 두 명이 창을 들고 뒤를 따라오는 것이었다. 중산군이 그들을 불러 물었다.
"그대들은 누구이건데 나를 보호해 주는가?"


그러나 사내들은 무릎을 굽혀 예를 갖추며 말했다.
"예, 중산군께선 저희 부친이 배고픔으로 쓰러졌을 때 우연히 지나가시다가 찬밥 한덩이를 주신 것을 기억하시는지요. 부친은 그 찬밥 한 덩이로 목숨을 구하셨습니다. 아버님은 돌아가실 때 저희에게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만약 왕께 무슨 일이 생기면 죽음으로 보답하라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왕을 따르는 것이옵니다."


"허허, 다른 사람에게 무엇를 베푼다는 것은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로구나. 상대방이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중요하며 다른 사람에게 원한을 사는 것은 크고 작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데에 있는 것이었구나. 그것을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내가 한 그릇의 양고기 국물로 나라를 잃고 한 덩이의 찬밥으로 목숨을 구하였구나."


그 순간 사마자기의 부대가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두 사내의 보호를 받으며 중산군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햇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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