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외면보다 내면

부산갈매기88 2012. 2. 27. 07:29

  작년 3월 초프랑스의 유명한 요리사 베르나르 르와조가 엽총으로 자살했다. 그가 얼마나 유명한 요리사였는지 그가 자살하던 날 프랑스의 텔레비전 방송국들이 정규 뉴스 시간에 그의 자살 소식을 보도했고, 며칠 후 그에 대한 특집 다큐멘터리가 방영될 정도였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 미슐랭은 매해 프랑스 모든 식당을 등급별로 평가한 식당 안내서 <기드 미슐랭>(Guide Michelin)을 출간하는데, 베르나르 르와조가 경영하는 식당은 지난 27년간 줄곧 최고 등급인 별 세 개의 평가를 받아 왔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올해 초에 발간된 그 안내서엔 그의 식당이 두 등급이나 강등, 별 한 개로 떨어져 있었다. 이에 수치심을 이기지 못한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해 버렸다.

 

  인간의 육체는 세월이 흐르면 쇠하게 마련이기에, 인간의 능력 또한 나이가 들수록 감퇴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솜씨가 좋다 한들 한평생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는 없는 법이다. 장장 27년간이나 프랑스에서 최고의 요리사로 군림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나이 들어 비록 별 한 개의 등급으로 떨어졌을지라도, 평생 최고의 요리사로 살아온 자신의 경륜과 솜씨로 타인에게 봉사하며, 타인과 더불어 노후를 즐기며 사는 일은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별 두 개를 잃었다 하여 그는 자신의 생 자체를 포기해 버린 것이다. 외부로 보여지는 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


- 「인간의 일생」/ 이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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