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맛집

알레르기 질환, 장 때문이야~

부산갈매기88 2012. 4. 3. 09:08

꽃샘추위가 물러간 자리에 활짝 피어난 봄꽃이 아름답지만, 알레르기 비염이나 결막염이 있는 사람들에겐 고생 시작의 신호가 되기도 한다. 흔히 말하듯이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등의 항원이 알레르기성 질환의 원인일까? 똑같은 조건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있으니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줄이는 등 항원을 피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역시 근본치료는 깨어진 면역조절계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다. 면역체계가 형성되는 어린 시절에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면 오히려 알레르기 질환이 많아진다는 '위생가설'은 국내외 여러 연구로 이미 입증되었다. 우리 몸에 유익한 균들까지 죽일 수 있는 항균제를 남용하지 말고, 균에 대한 접촉이 적절히 일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환경을 접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이 장을 튼튼히 하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알레르기 질환을 차례로 앓는 알레르기 행진-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성 천식, 알레르기 비염-은 한의학 이론과도 잘 들어맞는다. 한의학에서 코, 피부, 대장은 모두 폐와 관련이 깊은 신체기관으로 분류된다. 호흡을 맡은 코가 폐와 연결되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피부나 대장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 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폐가 코, 기관지를 통해 외부와 만나면서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을 하는 것처럼, 피부는 외부 자극에서 몸을 보호하는 동시에 피부호흡으로 노폐물 배설도 한다.



외부와 통해 있는 위장관의 점막은 우리 몸의 가장 큰 면역기관 중의 하나이다. 위장관의 마지막 부분인 대장은 음식의 형태로 들어온 외부 물질의 분해, 흡수, 배설이 완성되는 곳이다. 최근 알레르기성 질환 뿐 아니라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등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의 한 원인으로 '장누수 증후군(Leaky Gut Syndrome)'이 주목 받고 있다. 장 점막이 손상되어 투과성이 높아진 것을 말하는데, '새는 장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장 점막은 필요한 영양소를 소화 흡수하는 동시에 외부의 항원과 독소를 차단하는 방어벽 역할도 한다. 그런데 술, 음식, 약물, 스트레스 등의 자극은 점막세포의 치밀한 결합을 약하게 만들고 느슨해진 세포 사이로 세균이나 독소가 쉽게 피 속으로 들어온다. 이것 때문에 음식물 알레르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병이 생기고, 기존 질환도 악화된다는 것이 장누수 증후군 이론이다. 짜증, 피로, 기억력 감퇴나 우울증 증상과도 관련된다는 연구들이 많다.

음식물이 제대로 분해되지 못하면 독소가 잘 생기므로 우선 튼튼한 소화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소화가 힘든 음식, 합성첨가물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은 피해야겠고, 진통제, 항생제, 스테로이드제 등 특히 장 점막을 약하게 만드는 약물은 최소한으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 건강한 장을 유지하는 것이 알레르기 질환 예방과 치료에도 중요함을 잊지 말자.

 

부산일보/<부산대학교 한방병원 알러지면역클리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