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여우와 염소

부산갈매기88 2012. 5. 25. 06:59

여우가 우물에 빠졌는데 나올 수가 없었다. 목이 마른 염소가 우물 안을 들여다보고 여우를 발견하자 여우에게 물맛이  좋으냐고 물었다. 


여우는 난처한 표정을 감추더니 물맛이 좋다고 갖은 찬사를 늘어 넣으면서 염소에게 내려오라고 했다. 우물 안으로 가까스로 기어 내려온 염소가 물을 실컷 마신 후 여우에게 어떻게 다시 나가느냐고 물었다.
"우리가 서로 돕기만 하면 간단한 일이지."


여우가 대답했다.
"자네가 앞발로 벽을 짚고 서서 머리를 똑바로 치켜세우면 내가 너를 타고 먼저 올라가서 너를 끌어 올리면 돼."


염소는 다른 생각 없이 여우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여우는 염소의 어깨와 머리와 뿔을 사다리처럼 밟고 우물 벽을 넘어가 버렸다. 염소는 여우가 당초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욕을 했다. 여우가 제 갈 길을 가면서 소리쳤다.


"이봐, 이 친구야. 뿔만 달렸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머리로군. 우물 속으로 들어 올 땐 나갈 방법도 생각해 놓았어야 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