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비오는 날 거가대교를 지나 거제도로 달려 본 하루

부산갈매기88 2012. 6. 28. 17:34

문득 여름이 되면 갑자기 떠나고 싶을 때도 있다.

늘 바다를 끼고 살면서도 또 다른 바다와 안개가 자욱한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요즘 국내 경기가 안 좋아 하는 일이 힘들 때, 사는 방향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싶을 때

그냥 바다가 만들어내는 엄마와 같은 포근함이 그리워 달려가고 싶을 때, 

난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달려보기고 하고, 걸어보기도 한다.

 

그래서 일본 친구와 함께 어제 이슬비 내리는 날

거가대교를 지나서 거제도 해금강과 학동 몽돌해수욕장, 그리고 오는 길에 망치 해수욕장, 장승포,

그리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하며 의미있는 하루를 보냈다. 

 

일본 친구는 거제도가 처음이란다.

사실 그는 지인과 자신의 오후 약속이 있었지만 내가 거가대교를 지나 거제도 해금강에 간다고 하니

처음에 안 가려고 하더니 10분 후 전화가 와서 같이 가겠단다.

 

우리는 송도 해수욕장의 내 사무실에서 11시 5분경 출발해서 거가대교를 지나 바로 해금강으로 달렸다. 

거가대교를 지나가니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거제 시청 옆을 지나 산을 넘어 학동 몽돌해수욕장에 잠시 들렀다. 촉촉히 이슬비가 반기고, 바다에 물안개는 약간 깔리기 시작했다. 몽돌 해수욕장 위를 한 번 걸어본다. 특이한 몽돌 해변이라 일본 친구는 이런 해수욕장도 있구나 하고 신기해 한다.

 

이어 해금강으로 갔다. 해금강 호텔에서 해금강의 절경을 멀찍히 바라보며 세상을 잠시 잊어본다.

그냥 바라보는 그것만으로 만족했다.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다. 맘이 맞는 친구가 있는 게 좋은 것이다. 밖에서는 생존경쟁이 치열하지만 이 시간만큼은 그 대열에서 이탈하고 싶다. 잠시 나를  내려 놓고 싶은 것이다. 뭔가 나를 잊고 살아온 날들이 안개 속에 아스라히 바라보인다. 왜 사는 것일까?

 

해금강 바람의 언덕 입구 식당에서 멍게 비빔밥을 한 그릇하고 일본 친구는 따듯한 것을 원해서 전복죽을 한 그릇 했다. 맛있단다. 난 멍게향이 입 안에서 환하게 퍼지는 느낌을 받으며, '아 살아 있구나! 이런게 인생이야.' 하고 자문해 보았다. 너무 아둥바둥 우리는 산다. 죽음을 향해서 무한질주해 가는 우리들이 아닌가? 

 

그 무한질주를 잠시 멈추고 싶다. 어딘가에서 내 마음의 본색을 찾고 싶다. 해금강으로 가는 길 양 옆으로 수국은 얼마나 흐드러지게 피었던지. 어릴 때의 마음으로 되돌아 가본다. 그 꽃이 있기에 더 마음이 순수해지는 것 같다. 이제 나를 잊었다.

 

서서히 학동, 망치, 지세포, 장승포를 지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했을 때, 권자의 무상함도 인생의 춣세도 모든 게 한 순간의 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이제 그를 잊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앞에 다가오는 사람만 기억하지, 등 뒤로 가는 사람을 그렇게 기억하지는 않는다. 내 앞으로 오는 자가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건만, 사람들은 이 시간 속의 그를 찾기를 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힘센 손을 잡으려고 그렇게 애를 쓰는 것이다. 그 모든 부귀영화도 손 안에서 빠지는 물이나 모래이건만, 그걸 그렇게 움켜 쥐려고 발을 치켜 세운다.

 

김 대통령의 기록 전시관도 보고 생가를 둘러보며 사진도 한 장 찍어 본다. 잠시 이 순간을 잡아두고 싶은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그 사진 속의 시대로 돌아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밖으로 나와서 바다를 내려다 보았을 때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이 따로 있음에 정신을 차리고 또 다시 거가대교를 달려 부산으로 왔다.

 

짧은 시간의 여행이었지만 멋지고 알찬 하루였다.

일본 친구는 김대통령의 전시관과 생가를 보며 아주 흡족해 했다.

 

*여행코스: 거가대교-거제시청 앞-힉동 몽돌해수욕장-해금강-학동-망치해수욕장-구조라 해수욕장-지세포-장승포-김염삼 대통령 생가-거가대교-부산(6시간 드라이브)

 

***사진

가덕 휴게소 옆을 지나는 컨테이너선

가덕도 휴게소의 정자

가덕도 연대봉

힉동 몽돌해수욕장

 

해금강

 

해금강 호텔

만개한 수국들

 

바람의 언덕 위의 풍차

망치 해수욕장의 한 대 피우는 일본 친구

망치 해수욕장 전경

 

해변을 정리하는 구조라 해수욕장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 때의 모습

김 대통령의 집무실 의자에 앉아 보고

집무실에 앉아 본 일본 친구

김 대통령의 생가 모습

김 대통령 생가 우물

우물 속에 던져진 동전들

 

흉상 앞에서

생가 대문

김대통령의 기록 전시관

김 대통령의 전시관 앞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