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맛집

가죽만 쓰고 버려졌던 먹장어, 여름 보양식이 되기까지…

부산갈매기88 2012. 8. 7. 13:12

먹장어란 이름은 눈이 퇴화되어 피부에 흔적만 남아 ‘눈이 먼 장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서식하고 한국에서는 부산의 토종음식으로 유명하다. 먹장어란 이름보다는 곰장어 혹은 꼼장어로 잘 알려져 있다. 가죽을 벗겨 내도 한참 동안 살아서 ‘꼼지락 꼼지락’ 움직인다고 하여 붙여진 별명이다.

먹장어와 먹장어 양념볶음

서양에서는 식용보다는 껍질을 가공하여 만든 피혁제품으로 인기가 있다. 한국에서는 해방 직후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가죽을 벗겨내고 버렸던 고기를 구워 먹어 보니 맛이 그럴 듯하여 식용을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먹장어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균형 잡힌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으며 당뇨, 다발성 경화증, 편두통, 우울증 및 암 예방효능이 있는 다가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은 음식이다. 곰장어에는 발육촉진, 시력회복, 피부와 점막의 건강유지, 정력강화 등의 효능이 있는 비타민 A가 많이 들어있다. 주로 찜, 볶음, 구이에 사용한다.

먹장어의 외형 때문에 혐오음식으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런 논쟁은 맛을 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잘 알려진 조리법은 두 가지다. 각종 신선한 야채와 먹장어를 매콤한 고추장소스에 볶아낸 먹장어볶음과 짚불이나 숯에 구워먹는 먹장어구이다. 매운탕이나 끓는 물에 삶아서 먹을 수 있도록 내놓는 가게들도 있다.

부산시 기장군에 위치한 ‘기장곰장어’

소주 안주로써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인기가 많은 먹장어의 매력은 무엇일까. 첫 번째가 탱글 탱글한 식감이다. 단순비교를 한다면 비엔나소시지를 한입 베어 물었을 때 ‘톡’ 터지는 느낌과 유사하다. 다른 점이라면 씹는 내내 그 식감이 사라지지 않고 입을 즐겁게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맛이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다른 장어와 달리 기름기가 없어 담백하다. 먹장어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짚불구이를 추천한다. 깊게 밴 볏짚 향과 어우러지는 구수한 냄새가 인상적이고, 기름 장에 살짝 찍어 오독오독 씹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최근에는 먹장어의 소비가 늘어나며 냉동 먹장어나 수입산을 사용하는 가게들도 더러 생겨났다. 살아있는 국내산 먹장어와 비교하면 그리 맛이 좋지 않다. 제대로 즐기려면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국내산 산 꼼장어로 만든 요리가 진리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