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는 글

2004년 최초로 재입북한 탈북자 최씨의 운명은? (31)

부산갈매기88 2013. 2. 8. 08:58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해 6월 박정숙의 재입북에 이어 이달 24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한 김광호 부부까지 반년 남짓한 기간에 모두 8명의 탈북자가 북한에 돌아갔습니다. 여러분도 기자회견 봤겠지만 이중 2명은 갓난아기입니다.

 

과거에도 자발적으로 돌아간 사례는 있었습니다. 단 선전용으로 활용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대표적인 게 1996년 자전거 튜브를 감고 예성강을 헤엄쳐 남쪽으로 건너온 최승찬 씨입니다. 당시 29살이던 그는 한국에 와서 농협이란 은행에서 일하다 2004년 37살 때 북한에 되돌아갔습니다.

최승찬

그는 ‘잘 대해주라’는 김정일의 지시를 2번이나 받고 개성컴퓨터센터에 들어갔고 듣기론 갈 때 들고 간 5만 달러에 대한 처분권까지 가졌다고 합니다.

 

3만 달러를 국가에 바치고, 8000달러는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1만2000불을 자기가 가졌다네요. 2004년에 1만2000달러면 뭐 평생 살 수 있는 돈이었죠. 최승찬이 지금도 떵떵거리며 개성에서 살고 있는 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그런 특혜를 주면서도 기자회견하지 않았던 것은 그때는 ‘탈북’이란 단어 자체가 금지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탈북자들이 TV에 나와서 남조선이 사람 못살 곳이라고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을 보니 참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탈북자 2만5000명이 되니 이제는 더는 사실을 숨길 수 없었던 게죠.

 

사실 탈북자들이 북한에 돌아가는 심정은 어느 정도 이해되는 면도 있습니다. 어렵게 남쪽에 찾아왔지만, 낯선 땅에서 적응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남쪽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빈곤층으로 살게 되고, 특히 40살만 넘어 오면 나이 많다고 기업에 취직도 잘 안됩니다.

 

여기에 탈북자에 대한 남쪽 사회의 편견과 냉대도 솔직히 존재합니다. 같은 나라에서도 거주지를 옮기면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이라고 차별을 하는데, 여기라고 그런 게 없겠습니까.

 

저 역시 온지 10년이 넘었고 유명 신문사 기자로 나름 알려졌는데도 잘 나간다는 유명인사들 모임 같은데 나가면 가끔 무시당할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 “이 사람 혹시 간첩 아닐까”라며 경계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그러니 일반 탈북자들은 더 심하겠죠. 인터넷에 탈북자 관련 기사만 실리면 “탈북자들 받지 말자. 우리도 살기 힘든데 다 돌아가라” 이런 글이 항상 올라옵니다.

 

그런데 탈북자에게 돌아갈 곳이 어디 있습니까. 물론 최근 들어 일부는 한국에 살다가 영국이나 캐나다 등지로 옮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작년부터 북한에서 탈북자가 돌아오면 용서해준다고 선전하고 있네요. 탈북자들이 아무리 이 사회에서 가난해도 당장 북한에 간다면 몇 만 딸라야 못 만들겠습니까.

 

그 돈 갖고 가면 가족 친척들 앞에서 정말 으스대면서 살 수 있죠. 사람이 돈 벌어 잘 사는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보세요. 돈 벌고 싶은 생각이 없어질 겁니다.

 

북한은 소문이 정말 빠른 사회입니다. “한국에서 아무개가 돌아왔는데, 평생 먹고 사는 건 해결한 것 같더라” 이런 소문 정도는 최소한 같은 지역엔 며칠 만에 다 퍼집니다. 북에 군, 구역이 200개쯤 있으니 탈북자가 각 군에 한 명씩만 돌아가도 전국에 소문이 다 퍼집니다.

 

한국에서 가져 간 돈은 중국에 숨겨두었다 나중에 들여가든지, 아니면 미리 몰래 북에 들여보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보위부에서 감시하겠지만 장사로 버는 척 하면서 티가 안 나게 조금씩 쓰고, 보위부에 고여서 입도 막고 그럼 사는 건 괜찮겠죠.

 

지금은 살자니 기자회견에서 남쪽 욕을 하지만 몇 년 지나면 결국 진짜 살았던 경험들을 주변에 무의식중이라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렴 가족한테도 입을 다물고 있겠습니까. 그럼 그 가족이 또 친한 가족에게 퍼뜨리는 거죠.

 여러분 정광선이란 병사 아시죠. 1990년대 중반 남쪽에 표류해 왔지만 회유공작을 뿌리치고 끝까지 기개를 지켜 다시 돌아왔다면서 공화국 영웅칭호도 주고 상등병에서 단번에 소위로 진급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가 몇 년 뒤 술자리에서 “남쪽은 암흑의 땅이라고 배웠는데 서울에 가보니 대낮처럼 환하더라”는 이야기를 저도 모르게 했답니다. 이게 파장이 커서 김정일한테까지 보고 됐고 “앞으로는 남쪽을 암흑의 땅이라 교육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그때부터 실제 그리됐죠. “헐벗고 굶주리는 남쪽 동포를 구하자, 한강 다리 밑에 거지가 득실득실하다” 이런 교육이 사라졌지 않습니까.

 

대신 “남쪽이 좀 잘살기는 하지만 ‘약육강식’, ‘부익부빈익빈’의 인간 못살 사회다” 이런 식으로 교육합니다. 실제 이번 기자회견도 그런 방향으로 하더군요. 하지만 남쪽에 나쁜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좋은 사람은 그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이렇게 남쪽을 경험한 탈북자가 북한에 돌아가면 북한 정부야 말로 큰일입니다. 지금은 불과 8명밖에 돌아가지 않아서 그렇지, 만약 800명이 돌아왔다면 감당이나 하겠습니까.

 

매도 첫 매를 맞으라고 지금 돌아간 탈북자들은 선전용으로 좀 대접받겠죠. 탈북자들이 남쪽에 처음 올 때도 그랬습니다.

 

1980년대엔 귀순용사라고 돈도 엄청 줘서 그때는 돈 정말 많이 버는 ‘의사’ ‘변호사’ 다음에 ‘귀순자’가 돈 많단 말까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어떻습니까. 2만 명 넘게 오면서 대우가 많이 낮아졌습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죠. 지금은 잘 대해줘도 언제까지 잘 대해줄까요. 지금 북한 돌아가는 탈북자들도 무척 고민할 겁니다. 나까진 그래도 용서하겠지 이런 심정으로 가겠지만, 어느 순간 딱 대접이 달라지면 지금 용서해줬던 사람들도 구실 붙여서 처벌하겠죠.

 

정말 탈북자 다 돌아오게 하고 싶다면 김정은이 직접 국제사회에 “돌아오는 탈북자는 철저히 신변안전을 보장할 것을 나와, 공화국과, 노동당의 이름으로 보장한다”고 성명 한번 내보세요. 그리고 정말 그렇게 해주길 바랍니다.

 

여기 탈북자들도 대다수가 고향에 한번쯤은 다시 가보고 싶어 합니다. 저도 고향 돌아갈 날만 꿈꾸며 삽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이 글은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는 내용으로 2월 2일 방송분입니다.
남한 독자들이 아닌 북한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임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