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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캄캄한 빈민촌 불 밝힌 '한국의 빛'

부산갈매기88 2013. 4. 29. 11:10

경재단, 태양광 전등 선물
"비만 오면 정전, 숙제 못했는데 이젠 밤에도 책 읽을 수 있어요"
4시간 충전하면 10시간 사용

11세 딜라는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밤 8시도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든다. 딜라가 사는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남부의 파사르 밍구(Pasar Minggu) 마을은 비가 오면 전기가 끊기기 일쑤인 강변 지역이다. 매년 우기에는 물난리를 겪는다.

집 사이가 좁고 문도 좁아 먹구름만 껴도 집 안이 어두컴컴하다. 딜라는 "비가 많이 오면 불이 안 켜지니 숙제도 못 한다"면서 "그런 날은 그냥 밖에서 친구들이랑 놀다가 집에 와서 일찍 잔다"고 말했다.

지난 17일도 파사르 밍구 마을에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강가를 따라 다닥다닥 붙은 허름한 집 수십채 중 불 켜진 집은 10채도 되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아이들은 비 맞으며 뛰어놀고 어른들은 전기가 끊길세라 집안일을 마무리했겠지만, 이날은 마을 사람 모두 딜라네 집 앞에 모였다. 딜라가 두 언니와 세 살배기 동생, 부모님과 함께 사는 5평짜리 집은 어두웠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남쪽 마을 파사르 밍구에 사는 딜라가 언니·동생과 함께 태양광 전등을 켜놓고 책을 읽고 있다. 환경재단은 지난 17일 배우 지진희씨와 함께 인도네시아의 빈민가에 태양광 전등 300개를 전달했다. /김효인 기자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남쪽 마을 파사르 밍구에 사는 딜라가 언니·동생과 함께 태양광 전등을 켜놓고 책을 읽고 있다. 환경재단은 지난 17일 배우 지진희씨와 함께 인도네시아의 빈민가에 태양광 전등 300개를 전달했다. /김효인 기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잦아들 즈음, '달칵' 소리와 함께 딜라네 집이 환해졌다. 오전 내내 태양광 패널로 충전된 태양광 전등이 켜지는 순간이었다.

"와~ 불이 정말 밝다!", "저렇게 밝으면 밤에도 못 할 일이 없겠다", "딜라, 이제 숙제 못 한다는 핑계도 못 대겠네!" 마을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환경재단이 롯데백화점의 후원을 받아 지난 17일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의 빈민촌에 태양광 전등 300개를 전달했다. 태양광 전등은 지붕 등 해가 잘 드는 곳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과 연결해 충전식으로 사용하도록 만들어졌다. 4시간 충전하면 10시간 전등을 밝힐 수 있으며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날 전달식에는 드라마 '동이'로 인도네시아 현지에도 유명해진 배우 지진희씨가 참석했다. 지씨는 "태양광 전등은 하늘이 준 선물이나 다름없다"면서 "한국의 신기술이 인도네시아의 빛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네 아이들이 태양광 전등을 전달하는 지씨를 둘러싸고 연신 "트리마카시(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의 도심에는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된 고층빌딩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강가에는 빈민층이 무허가 주택을 짓고 살아간다.

파사르 밍구 마을도 이런 빈민촌의 하나로, 150여 가구가 오토바이 택시 운행이나 노점 운영, 가사도우미 등으로 가구당 한 달 평균 90만루피아(10만원) 정도를 번다. 꼭 필요할 때만 불을 켜도 한 달 평균 전기료가 9만루피아(1만원) 이상 나오기 때문에 대부분 집은 작은 전구 1~2개로 거실을 밝힐 뿐이다. 다림질로 돈을 벌어 6남매를 키운다는 야나(39)씨는 "다림질을 하면 전기료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밤에 마음 놓고 전등을 켤 수가 없었다"면서 "태양광 전등이 생기면 아이들이 밤에도 책을 읽을 수 있다"며 웃었다.

이번 태양광 전등 사업을 후원한 롯데백화점은 오는 5월 몽골 지역에도 태양광 전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환경재단은 다른 기업과 개인의 기부도 추가로 받아 아시아 극빈 지역에 지속적으로 태양광 전등을 보낼 계획이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