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맛집

'맹장염' 때 쓸모 없는 장기라 떼어냈는데…

부산갈매기88 2013. 2. 14. 13:06

 

-美과학자들 다윈이론에 반기
영장류 이외도 맹장 있고 진화과정에서 32차례 발달

맹장(왼쪽 작은 사진)은 우리 몸에서 아무 쓸모가 없다고 알려졌으나 미국 과학자들은 맹장이 면역 체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사이언스 제공
맹장(盲腸)은 우리 몸에서 아무 쓸모가 없다고 알려졌다. 진화론을 창시한 찰스 다윈은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가 식생활이 바뀌면서 맹장이 기능을 잃고 흔적기관으로 남게 됐다고 생각했다.

미국 과학자들은 150년 넘게 유지된 다윈의 이론에 반기를 들었다. 맹장은 영장류뿐 아니라 다양한 동물에게서 발견되며, 여전히 면역 체계를 유지하는 데 한몫을 한다는 주장이다. 맹장은 소장과 대장 사이에 있는 길이 6~10㎝의 막힌 주머니 조직이다. 다윈은 인간이나 고릴라 같은 대형 영장류에게만 맹장이 있다고 봤다.

그는 영장류의 조상이 거친 나뭇잎을 먹고 살았을 때는 소화를 돕는 세균이 사는 맹장이 필요했지만, 나중에 과일처럼 소화가 쉬운 음식을 주로 먹게 되면서 맹장이 기능을 잃고 지금처럼 쪼그라든 형태로 퇴화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듀크대 의대의 윌리엄 파커 교수 연구진은 식성(食性)이 다른 동물 361종을 조사해 50종이 맹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영장류뿐 아니라 비버, 코알라, 호저 등도 맹장이 있었다. 또 연구진은 이 동물들의 진화과정에서 최소한 32차례에 걸쳐 맹장이 발달했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렇다면 맹장은 무슨 일을 할까. 이번 연구에서 식성의 변화와 맹장의 진화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파커 교수는 면역 체계를 유지하는 장내(腸內)세균에게 맹장이 일종의 안가(安家)가 된다고 주장했다. 장내세균은 소화기관에서 병원균의 성장을 억제한다. 하지만 병원균이 갑자기 늘면 감당하기 어렵다. 이때는 잠시 맹장으로 피신했다가 인체 면역 체계가 힘을 되찾으면 다시 나와 장내세균 군집을 복원한다는 것. 마치 적군이 인해전술(人海戰術)로 밀고 오면 작전상 후퇴했다가 때를 노려 반격하는 것과 같다.

연구 결과는 프랑스 과학아카데미가 발간하는 '고생물학 저널'에 실렸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