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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전용기 기내 서비스는 얼마나 다를까?

부산갈매기88 2013. 5. 10. 09:57

강상구 TV조선 정치부장의 대통령 해외 순방 관련 '10문10답'


	강상구 TV조선 정치부장.
강상구 TV조선 정치부장.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미국 방문을 마치고 10일 귀국합니다. 딱딱한 뉴스들은 이미 많이 다뤄졌으므로 대통령의 해외 방문을 둘러싼 궁금증과 뒷얘기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저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 때까지 청와대를 비교적 오래 출입했는데, 제가 이런 의문의 일부에 대해 답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먼저 대통령 전용기(專用機)부터 풀어보죠.

(1)전용기 안은 어떻게 생겼나요?

이 질문은 아마 미국 영화 ‘에어포스 원’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그 영화를 보면, 에어포스 원은 말이 비행기지 사실 보통 사무실 같은 구조를 갖고 있죠.

우리의 대통령 전용기, 즉 ‘공군 1호기’는 그렇게 화려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공간은 침실과 사무실로 꾸며져 있지만, 나머지는 보통 여객기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굳이 차이점이라면 좌석 앞뒤 공간이 3cm 더 넓어서 저처럼 키 187cm인 거구도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습니다. 물론 엉덩이를 등받이에 바짝 붙인다는 전제가 붙기 때문에 실제로 다리를 꼬기는 쉽지 않습니다.

기내 후미(後尾)에는 간이 간담회장이 마련돼 있습니다. 경호처 직원들이 기내 회의를 할 때 주로 사용하는데, 간혹 술자리가 이뤄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김인종 경호처장은 순방 일정을 모두 마친 뒤 귀국 비행기에서 동행기자들을 상대로 이 공간을 이용해 술잔을 돌리곤 했는데, 길게는 열흘 가까운 순방 일정으로 파김치가 된 기자들은 술자리에 불려가지 않으려고 일부러 자는 척하는 경우가 많았답니다. 저는 뭣 모르고 한번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 '하늘에서 술을 마시면 쉽게 취하고 머리도 굉장히 아프다'는 쓰라린 교훈을 얻었습니다.



(2)대통령 전용기 타는 승무원들은 어떤 서비스를 하나요?

남성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인데요. 굳이 짧게 답한다면 ‘그렇다’입니다.

사실 공군 1호기에 타는 승무원들은 굉장한 격무에 시달립니다. 장거리 비행을 하는 일반 민항기에서는 통상 식사 시간을 제외하곤 조명을 꺼두고 이때 승객들은 대부분 잠을 잡니다. 승무원들도 그때 쪽잠을 자며 휴식을 취합니다. 하지만 공군 1호기 승무원들은 정말 단 한 순간도 쉬지 못합니다. 심지어 14시간 가량의 비행시간 대부분을 서서 보내기도 하죠.

대통령 전용기는 노무현 대통령 때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번갈아 가며 운항했습니다. 그땐 두 회사간의 은근한 경쟁이 있어서 ‘지난번 순방 때 식사가 더 좋았다’고 푸념하면, 곧바로 식사 메뉴가 한결 좋아지곤 했지요.

그러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면서 보잉 747 한대를 대한항공으로부터 장기 임대해 '공군 1호기'로 쓰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그래서 승무원 중에 ‘공군’ 소속 여군들이 많았답니다.

사실 대통령 전용기는 TV에서 흔히 보는 것 말고 2대가 더 있거든요. 정확한 기종은 기억하지 못하는데, 하나는 최대 필리핀 정도까지 갈 수 있는 크기의 중형 비행기고, 다른 하나는 최대 인원 24명만 태울 수 있는 소형 비행기입니다. 이 비행기에서 근무하던 여군 승무원이 공군 1호기로 옮겨탔던 겁니다. '승무원'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젊은 여성을 떠올리기 쉽지만, 승무원들 계급은 하사관부터 대위까지 다양합니다.

그런데 여군 승무원들이 요즘엔 거의 없어졌습니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의 좀더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고 싶다는 수행원들의 민원 때문이었는데요. 아무래도 대부분이 남성들인 수행원들의 ‘흑심’이 반영된 결과겠죠. 단, 대통령의 주변은 여전히 여군 승무원들이 서비스한다고 전해들었습니다.

물론 공군 1호기 탑승 승무원들은 대한항공의 ‘최고 에이스’들입니다. 이들의 서비스를 한번 받아보고 싶지 않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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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통령 전용기를 타면 서비스도 다른가요?

예, 다릅니다. 앉은 좌석은 이코노미지만 서비스는 비즈니스급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승무원들은 자신이 맡은 구역에 앉는 수행원들의 이름과 얼굴을 탑승 전에 숙지합니다. 살갑게 이름 불러주며 친절한 미소와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고 있으면, 최소한 '라면 상무'와 같은 만행을 저지를 엄두는 안 나기 마련입니다.

사실 라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제가 대통령 전용기를 타면서 가장 많이 먹은 게 라면이었습니다. 외국 나가면 아무래도 음식이 입에 좀 안맞을 수 있죠. 그럴때 한국식의 매콤한 라면 한 그릇만큼 입맛 돌아오게 하는 것도 없죠. 그런데 전용기를 타면 라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비행기에 타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라면을 주문해서 먹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탑승하자마자 이륙도 하기 전에 라면을 제공하는 건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수행원들은 대통령보다 먼저 비행기에 탑승해서 기다립니다. 그리고 TV 화면에서 보시듯 대통령이 손 흔들고 비행기 타면, 비행기는 바로 이륙합니다.

기자를 비롯한 수행원들은 대통령이 타기 전 적어도 2시간(120분)쯤 전에 탑승을 완료해야 합니다. 이는 경호실의 검색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조치인데요,그 무료한 시간을 달래라고 타자마자 라면부터 제공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4)대통령 전용기 탈 때에도 탑승요금을 내나요?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데, 요금을 지불합니다. 심지어 일반 비행기보다 더 비쌉니다. 공군 1호기는 후미 부분의 좌석을 상당 수 없애고, 좌석간 간격도 넓혔기 때문에, 일반 보잉 74 비행기보다 탑승 인원이 적습니다. 하지만 항공요금 총액은 일반 747을 기준으로 책정해 탑승객 숫자로 나눠서 산정하다보니, 1인당 지불하는 금액은 오히려 더 비싸지는 겁니다. 물론 동행취재 기자들도 예외가 아니며 각사별로 항공요금을 100% 내야 탑승과 동행 취재가 허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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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통령 전용기를 타면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나요?

볼 수도 있지만,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통령 마음입니다.

대통령은 전용 공간으로 바로 입장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운행에서는 일반 수행원들이 대통령과 마주칠 일이 없습니다. 대통령을 보는 건, 수행원들을 격려해 주기 위해서 대통령이 1층에 내려오는 경우 밖에 없습니다.

보통 순방을 떠날 때, 그리고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한번씩 들르곤 하는데, 검토할 자료가 많거나 할때는 건너뛰기도 합니다. 사실 대통령이 한발짝만 움직여도 경호실의 많은 사람들이 분주해지기 때문에 아무리 전용기 내부라도 대통령의 동선은 제한적일 때가 많습니다.

대통령 전용기에는 대통령이 즉석에서 기자회견을 할 수 있도록 연단이 마련돼 있지만 실제 사용하는 예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연단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대통령이 기내에서 중대 발표를 한 적도 있습니다.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을 때였습니다. 열흘이 넘는 일정이어서 다들 녹초가 됐고, 한시 바삐 집에 가고 싶은 생각만 있었는데요. 노무현 대통령이 내려온다길래 ‘고생했다’ 정도의 격려를 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웬걸, 막상 대통령은 무시무시한 말로 입을 열었어요. “이 비행기는 서울로 가지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방문은 그렇게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공군 1호기에 대한 궁금증은 어느 정도 풀리셨나요? 그럼 이젠 정말 방문국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볼까요.

(6)대통령 수행원들은 출입국 심사에도 특혜를 받나요?

예, 받습니다. 하지만, 차라리 안받고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대통령 순방시 출입국은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이 아니라 서울공항입니다. ‘공군 1호기’이기 때문에 군 비행장을 사용하는 거죠. 공군 비행장에 면세점이 있을 턱이 없죠. 도착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군 비행장에 착륙할 때가 많고, 민간 비행장에 착륙하더라도 별도 청사를 통해 입국 절차를 밟을 때가 많습니다.

분명한 것은 일반 여행객들처럼 랜딩 브릿지를 통해 공항 청사로 들어가 면세점 구역을 통과해 출입국 심사를 받는 경우는 없다는 겁니다. 대통령 수행원들은 그래서 수없는 외국 출장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쇼핑의 즐거움은 누릴 수 없습니다. 단, 기내 면세품 구입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쇼핑이라면 좀 만지작거리면서 뜯어보는 재미가 있어야 할텐데 그런 사치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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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통령이 탄 차량은 늘 막히지 않고 다니나요?

적어도 해당 국가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기 때문에 거의 막힘없이 다닙니다. 하지만 워낙 교통정체가 심한 곳에서는 현지 경찰 에스코트도 소용없을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럴 때면 아예 교통을 통제하는 편의를 제공받기도 합니다. 이번에 방미한 박 대통령은 뉴욕에서 그런 편의를 제공받았습니다.

(8)외국에 가면 대통령도 관광을 즐기나요?

순방을 나가서 가장 재미없는 사람이 대통령일 듯 싶습니다. 공식 일정을 제외하고는 바깥 출입을 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수행한 수석비서관이나 장관들은 차라리 대통령보다 자유롭습니다. 일정이 끝나면 상대국의 기업인들을 만나거나 동행한 기자들을 만나서 다소 긴장을 풀기도 하거든요. 반면 대통령은 방에서 꼼짝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해외 순방때 만난 모 홍보수석이 "기자들과 약속이 있어서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대통령에게 양해를 구했더니 부러워하는 표정을 짓더라고 전해주더군요.

예외에 해당하는 경우가 두 가지 생각나네요. 한번은 이명박 대통령이었는데요. 아랍에미리트나 우즈베키스탄을 가면, 상대국 정상과 진한 술자리가 잡히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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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인데,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순방기간 중에 공식일정을 줄이고 당시 유학 중이던 자녀를 만난 적이 있었더랬습니다.

(9)수행기자들은 대통령의 일정을 24시간 밀착 취재하나요?

대통령 근접 취재는 국내에서도 힘들지만, 해외에서는 더욱 힘듭니다. 사실 기자들과 경호실은 심심찮게 마찰을 일으키는데요. 그도 그럴것이, 기자들은 한발짝이라도 더 대통령에게 다가가서 한마디라도 더 듣고 싶어하지만, 경호실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대통령에 대한 위해 요인을 줄이는게 중요하니깐 기자들의 접근을 막거든요. 접근을 막는 과정에서 신체접촉이라도 일어나면 기자가 항의하고, 그럼 싸움이 벌어지죠.

청와대 출입기자와 청와대 경호실 사이에는 이런 일이 왕왕 벌어지기 때문에 다툼이 벌어져도 해결하는 나름의 매뉴얼이 있는데, 외국 정상의 경호팀과 그런 마찰이 빚어지면 크게 곤란해 집니다.

제가 노무현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취재한 적이 있는데, 정말 우리 경호실은 양반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사 취재를 수십명이 떼지어서 취재하면, 경호실 입장에서는 정말 신경 엄청 쓰이겠죠. 그래서 취재인원을 대개 한두명으로 제한합니다. 그럼 나머지 사람들은? 대표로 취재하는 이른바 풀기자들의 취재 결과를 기다리며 솔직히 관광도 살짝 다니곤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보통 시내에 있는 박물관 관람 정도가 고작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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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통령에게 하는 질문은 사전에 조율을 거치나요?

그때그때 다릅니다. 과거에는 청와대와 사전(事前)에 완벽한 조율을 거쳤습니다. 질문자도 사전에 정해졌고, 질문 내용도 정해져 있었죠. 기자가 질문하고 싶은 걸 묻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그런 제한은 없어졌어요. 하지만 대개 질문 내용은 미리 알려주고 있습니다. 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국내 문제는 가급적 질문하지 않는게 관례입니다. 상대국 정상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죠.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자들이 시리아 문제 같은 미국 국내 관심사를 질문한 건 결례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물론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기자들이나 미국 기자들이나 대통령을 직접 만날 기회는 자주 있는게 아니거든요. 모처럼 대통령 만났는데, 궁금한 걸 물어보지 않으면 기자(記者)가 아닌 거죠.

대통령 순방과 관련해 숨겨진 얘기들을 생각나는대로 정리해봤습니다. 다음번에는 진지하게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들의 깊숙한 흐름과 고민을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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