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전남 영광 불갑산 꽃무릇 산행기(2013. 9. 28. 토)

부산갈매기88 2013. 10. 2. 16:35

♣산행지: 전남 영광산 불갑산 연실봉(516m)

♧산행일시: 2013. 9. 28. 흐림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 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46명(운해, 와니, 금호지 부부, 돌뫼, 윤슬, 붉은노을, 산들바람, 봄산, 유유산속, 수산나, 와석, 피네, 해곤, 해월정, 갈바람, 흔적, 은수, 여니야, 수희, 숙이, 성길, 상철, 송향, 김태영, 청림, 뮤즈 외 2명, 형제, 부용, 이미영, 버들곰 외, 이상철, 용천 물방개, 가시버시, 한사랑 외 5명, 부산갈매기)

 

▶산행 코스: 불갑사 주차장(11:40)-불갑사(12:02)-덫고개(덕고개)(12:19)-호랑이 동굴(12:30)-노적봉-법성봉-투구봉-장군봉-노루목-연실봉(516m)(14:23)-구수재 정자(15:03)-불갑사-주차장(16:10)

◇산행거리: 8.7km(GPS 도상거리)

●산행시간: 4시간 20분(점심식사: 25분/ 기타 휴식: 40분)

 

▷산행 tip: 불갑산 산행은 꽃무릇을 보기 위해서 멀고 먼 거리를 여행하였다. 작년 가을에는 함양 오봉산을 등산한 후 함양읍내에서 만개한 꽃무릇을 구경하였다. 그 기분과 여운이 남아 있어 올해 불갑산의 꽃무릇을 보기 위해 달려 간 것이다. 그러나 인생에 있어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는 사실을 눈으로 실감한 하루다.

 

장거리 여행이라 피곤하다고 느낄 터이지만, 고속도로변의 황금벌판에 눈을 빼앗기고 차창에 스쳐 지나가는 서정의 경치에 그렇게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가을의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기에 조급증을 낼 필요는 없다.

 

4시간 40분을 버스로 달려 도착한 남도 불갑사 주차장은 꽃무릇을 보기 위해서 온 관광버스와 자가용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사람들의 틈바귀에서 져 가는 꽃무릇이 못내 아쉬워, 행여 새악시 볼처럼 빨갛게 함초롬히 남아있는 꽃무릇을 찾아 이 화단 저 화단을 기웃거려 본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는 꽃무릇이 다 져 버린 곳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곳에서는 무리지어 아직도 꽃대가 남아 있어서 발길을 머무르게 하는 곳도 있었다. 하산시에 충분히 보련만은 일행들은 꽃무릇을 찾아서 이리 저리 달려간다.

 

산행의 시작은 불갑사 옆의 초입에서 덫고개까지 15분여 골짜기를 따라 올라간다. 그렇게 된비알은 아니지만 몸이 제대로 달구어지지 않아서 숨이 조금 가프다는 일행도 있다. 덫고개 정자에서 쉬려고 해도 앞서 온 타지의 산꾼들이 자리를 잡고 뭉기적거리고 있다. 일행들은 덫고개 이정표에서 인증샷을 누르고, 조금씩 가파라지는 능선길을 오른다. 호랑이 동굴에서도 인증샷을 남기기가 수월치 않다. 운이 좋아서 찍은 사람도 있지만, 성질이 급한 사람은 그 기다림에 지쳐서 포기를 하고 지나쳐 버린다.

 

노적봉은 이정표에 조그맣게 적혀 있어 지나치기 일쑤다. 그리고 법성봉과 투구봉은 제대로 표시가 안 되어 있어 여기가 거기인지 쉽지 않다. 노적봉을 지나 올라가니 서울의 <해물산악회>에서 온 여성분이 두 다리에 쥐가 나서 피네님이 발가락을 열심히 침기구로 피를 내고 있다. 그리고 발을 잡고 다리를 밀어준다고 열성을 다한다. 애닯은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피네님이 열과 성을 다하고 올라온다. 여인의 발에서 나는 국산 토종 초콜릿 향기(?)에 취하지 않았을까?

 

투구봉을 넘어서 조금 넓은 공간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네 그룹으로 나뉘어졌고, 한사랑님과 게스트 5명은 장군봉에서 식사를 한다고 올라간다. 야트막한 산이라 해도 조금 힘이 들어 보이는 일행도 보인다. 사실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닌데 말이다. 점심을 먹자마자 일행은 일어나 등산을 한다.

 

연실봉까지는 올망졸망한 능선을 오르지만 장군봉 위의 암릉이 이번 산행의 압권이다. 깍아지른 절벽 위에 쇠막대로 막아놓은 철책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아래로 조망하기도 좋고, 구멍이 뚫린 바위 틈에 앉거나 서서 사진을 찍어보며 추억의 한 페이지를 넘기기에 분주하다. 그리고 연실봉 아래의 108계단과 통천 33계단을 올라서면 연실봉이다. 연실봉 정상석 아래 넓은 공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끓고, 정상석 부근에는 외지에서 온 산꾼들의 인증샷 대열이 열기를 달군다. 꽃무릇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취하고, 대기하느라 얼굴이 달아오른다.

 

이제 하산은 구수재 방향으로 향하는데, 중턱 전망바위에서 멀리 보이는 황금벌판을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서해 바다가 산너머로 보이는 장면을 감상하면서 서정시인이 되어본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낯선 곳에서 내 자신의 참 모습을 찾아내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인생 나그네의 길. 사람들은 움켜쥐려고만 하는데, 산을 오르내리면서 느끼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함께 하는 옆의 산우가 가장 귀중하고 가치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산길은 구수재에서 동백골로 하산하여 불갑사로 내려가면 된다. 원점회귀하는데 8.7KM 거리밖에 안 되고, 산도 높지가 앉기에 일행들과 이야기하면서 쉬엄쉬엄 걸어면 된다. 다만, 전체 산길이 너덜길이 많고 투박해서 성깔있는 산이다. 낮다고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산길이다.

 

꽃무릇은 불갑사 위의 저수지 둑과 주차장 가기 전의 오른쪽 상사화 설명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그런대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상사화는 흰색, 노란색, 오렌지색, 자주색, 붉은 색 등 여러 가지가 있음을 알았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의 꽃말을 가진 꽃무릇. 그 애닯은 전설의 사랑을 찾아 나선 산행과 여행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국내 100대 경치 중 9선에 들어가는 백수해안도로를 찾아 나선다고 네비게이션을 따라 가다가 벌판의 좁은 도로에서 가슴 졸인 시간. 역시 베테랑 운전기사이기에 마음 졸였지만 차를 잘 돌려 백수해안도로를 찾아가 바다 경치를 구경하고 돌아왔다. 부산에서도 바다 풍경은 늘 보지만 타지에서 보는 경치는 또 달랐다. 게다가 그곳은 자녁노을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날씨 탓으로 제대로 못 봐서 조금 아쉬웠다. 1시간을 달려 순천의 승주IC 부근에서 남도 음식을 먹어보고 저녁 시간. 막걸리 한 잔, 소주 한 잔이면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잔칫집으로 바뀌니 세상 사는 것 별거 아닌 것이다.

 

행복이란 자신이 보고 느낀 만큼만 행복한 것임을. 꽃무릇이 졌다고 한탄하고 아쉬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화단 한 모퉁이에 피어 있는 얼마 안 되는 꽃무릇을 보고 정말 아름답고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가슴이 느낀 것을 마음으로 토해내는 것이 행복이다. 그것을 입술로 표현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사랑이고.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