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나는 실패했으나....

부산갈매기88 2014. 1. 8. 08:03

초등학교 4학년때의 일이다. 우리 반 학생들은 그날 담임선생님이 숙제로 내 주신 독후감을 각자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다.

“쉘리, 네가 먼저 독후감을 발표해 보겠니?”
“독후감이요?”

 

내 가슴은 사람 손에 잡힌 새의 가슴이 되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차! 내가 숙제를 깜박 잊고 있었구나!’ 내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 그 순간 내가 무슨 짓을 했던가?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대범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나는 공책에서 빈 종이 한 장을 뜯어내어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말 독후감을 써온 듯 읽어 내려갔다. 그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속아 넘어가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하물며 선생님이야….


그날 선생님이 보여 주신 태도를 나는 평생 잊을 수 없으리라. 선생님은 아무 글자도 써 있지 않은 빈 종이를 독후감인 양 읽고 있는 나를 끝까지 내버려 두셨다. 그뿐 아니라 내 발표가 끝났을 때는 잘했다고 칭찬까지 해 주셨다. 그리고 학교가 완전히 파한 후에야 내 속임수에 대해 조용히 접근해 오셨다. 내 잘못을 지적해 주시는 그 순간에조차 선생님은 친절과 사랑을 보여 주셨다. 선생님은 그날 내게 결코 수치심을 느끼게 하지 않으셨다. 나를 결코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으셨다. 이후로 나는 그런 거짓된 행동을 두 번 다시 하지 않았다. 보아즈 선생님은 내게 산수와 과학, 지리를 가르쳐 주셨으며, 삶을 가르쳐 주셨다. 그분은 내가 실패할 수는 있으되 실패자가 되지 않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 「주님의 음성 작은 소리 큰 울림」/ 쉘리 차핀 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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