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금정산(율리역-율리패총-미륵사- 고당봉-금샘-미륵불) 산행기◈(2014. 8. 9. 토)

부산갈매기88 2014. 8. 14. 17:43

 

◈금정산 고당봉 산행기◈(2014. 8. 9. 토)

◎산행지: 금정산 고당봉 (801m)

★산행일시: 2014. 8. 9. 흐림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12명(금호지, 동무, 운해, 와니, 청림, 붉은노을, 봄산, 유유산속, 청파, 솔뫼, 혜영, 부산갈매기)

 

 

●산행코스: 율리역-율리패총-제 2금샘-미륵사-고당봉-금샘-북문-원효봉 갈림길-미륵불-상마마을 만성암-남산마을

 

▦시간대별 산행코스:

09:15 율리역 2번 출구 북일교회 출발

09:26 율리패총

09:47 약수터/체육공원

10:16 남근바위

11:27 제2금샘

12:09 미륵사

13:40 고당봉

14:00 금샘

14:30 북문

15:30 미륵불

16:18 만성암

17:00 남산동

 

★산행 시간: 7시간 45(저녁식사 40시간, 기타 휴식 40분, 족탕 20분, 알바 10분)

  

 

▶산행 tip: 이번 산행은 지하철 2호선 율리역에서 출발하여 율리패총을 거쳐 미륵사, 고당봉으로 오르는 코스를 택하고, 하산시에는 원효암 방향으로 내려가 미륵불과 통천문을 즐겁게 감상하고 가는 것을 계획했다. 무엇보다 이 등산 코스 중에 만나는 제 2금샘과 하산시에 만나는 금샘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비교꺼리가 된다. 모두 12명이 참석하여 북문에서 뿔뿔히 흝어지고 봄산님, 유유산속님, 청파님과 나, 네 사람만 원효봉 방향으로 하산을 하여 7시간 45분의 힐링산행을 끝낸다.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문경 둔덕산 정기산행이 취소되어 매주 토요일 가장 사랑스러운 산 애인을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부랴부랴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 고당봉을 오르기로 하루 전에 공지를 올려서 마음이 맞는 산우를 기다린다. 금정산은 사계절을 다 가보아도 새로운 애인을 만나듯 늘 신선하고 애뜻한 맛이 남는다. 들머리를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서 하산시의 뒷맛이 달라지고, 뒤풀이에서는 만나는 맛집의 분위기도 엄청나게 달라지게 된다.

 

 

▷만남의 즐거움

율리역에 09시까지 집결하기로 했는데, 청파님과 10여 분 전에 지하철 출구에서 만났다. 청파님도 매주 토요일 시간이 허락하는 한 산행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일행들은 멀리서 지하철을 타고 오다보니 조금씩 늦어진다. 게다가 새벽까지 친구들과 한 잔 퍼고 산행을 하겠다고 붉은노을님이 5분 정도 늦어진다고 하는데, 나타나기까지 일행에게 알리지 말라고 카톡이 왔다. 모두 한 자리에 모이니 반가워서 웃음꽃을 피운다.

 

율리역 2번 출구에 있는 북일교회에서 산행 채비를 갖추고 단체 인증샷을 한 컷 한다. 그리고 청림님이 앞장을 서서 할매청국장집 앞으로 해서 율리 패총으로 오른다. 시작하자마자 목책계단이 나즈막하게 드리워져 있어서 오르기에 좋다. 어딘지 모르게 걷는데 큰 부담을 안 주도록 배려한 것 같아서 시공한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들머리에서 10여 분도 가지 않아서 율리패총이 나타나기에 그 앞에서 단체 사진을 한 번 찍어 본다. 또 거기서 10여 분을 오르니 약수터/체육공원이 나타난다. 일행 중에서 과일을 꺼내 돌린다.

 

▷산행대장은 쉬고 싶어도 못 쉬어

출발 10분 정도 지났을까 운해대장님에게서 화명역에서 출발을 하여 올라가니 잠시 후 합류를 하겠단다. 일본 북알프스를 다녀온 후 5일밖에 안 되었으니 몸 상태도 온전치 않는데 정기산행이 취소된 관계로 마음의 부담감을 안고 번개산행에 동참한 것 같다. 일반 회원과 산행대장과의 차이는 무얼까 생각해보니 그것은 산악회에 대한 의무감과 책임감이 따른다는 것이지 아닐까? 이를테면 공인의 신분이 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내 몸이 내 몸이 아니게 된다. 산행이 있으면 또 달려가야 한다. 일가친척의 길흉사도 토요일은 피해서 하라고 말해야 할 판이다.

 

남근바위에서 운해대장님과 와니님을 만나게 된다. 운해님의 몸 상태가 온전하지 않음을 만나서 확인한다. 모두 반가워 손바닥을 부딪혀본다. 요란한 웃음이 산자락을 뒤흔들어 놓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 보니 사실 먼 친척보다 더 가까운 사이다. 회원의 직업이나 본명을 정확히 모르지만, 그냥 산이라는 큰 제목 아래 뭉쳐진 산 형제인 것이다.

 

조금 올라가 두 군데의 바위문(암문) 앞에서 일행은 포즈를 취한다. 제 2금샘에 올라가서 추억의 시간을 머물러달라고 고함도 질러본다. 또 3미터 가까이나 되는 바위 위에 소나무가 분재처럼 풍상을 견디어 내고 있다. 그 소나무 뿌리 탓인지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길게 세로로 금이 나 있다. 소나무이든 이끼든 살려는 의지로 그게 암벽이든 절벽이 되었든 자신의 둥지를 틀고 살아가고 있다. 그 인고의 세월동안 소나무는 바위에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가끔 하늘이 내려주는 단비를 마시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포기하지 않은 정신을 자연에서 한 수 배우고 간다.

 

▷일곱 마리의 돌코끼리가 사는 미륵사

초입에서 미륵사까지 2시간 50분 가까이 걸렸다. 그 시간이라면 고당봉에 가 있을 시간이다. 그런데 12명의 산우들이 만나니 얘기할 게 너무 많은지 그리고 달팽이 걸음으로 천천히 힐링을 하면서 걷기에 번개산행의 묘미를 살리면서 코를 발름거리며 여유롭게 걷다보니 시간이 온 여름 늘어진 엿가락이 되어버렸다. 함께 하는 것만으로 즐거움이 묻어나는 산행이기에 한 주일의 긴장감을 웃음으로 날려버린다.

 

 

미륵사에 여러 차례 왔었지만 대웅전 5미터 위로 안개가 자욱이 내려앉아서 낯선 땅 어디에 놓여 있는 기분이 든다. 태풍의 영향으로 산꾼들이 없어서 그런지 미륵사는 고요함이 안개처럼 내려앉는다. 청림님은 대웅전에 들어가 예불을 드린다. 금호지님과 나는 그 옆의 약수터로 가서 약수를 한 바가지 퍼서 마셔 육신의 찌꺼기를 훑어내린다. 한 주일 세상에 살면서 부렸던 욕심 덩어리를 물에 녹여본다. 무한 경쟁 속에서 버티어 온 경쟁심을 냉수 한 그릇에 씻어본다.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게 되면 이 세상의 것들을 먼지 하나도 가져가지 못하면서 왜 그토록 욕심만 부리면서 사는지.....

 

 

다른 손님이 별채에서 식사 마치기를 기다리며 미륵사 뒤의 암벽에 숨어있는 돌코끼리 형상 7마리를 찾는다고 일행은 안개 속에서 손가락질을 해 본다. 다행히 청림님의 사모가 이곳에 있기에 비바람도 맞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 별채로 가니 나물과 떡, 여기서 길렀다는 고추가 식탁 위에 차려져 있다. 청림님의 사모가 우리에게 인사를 건넨다. 소문에 이곳에 청림님의 사모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눈으로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단아한 모습에 예의를 갖추어 우리를 대하는 모습에서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그곳에서 곡주를 마신다는 것은 조금 뭣했지만 조용히 잔을 들어 건배를 한다. 싸 가지고 간 밥에 떡, 곡주, 그리고 청파님이 펫트병에 담아온 커피까지 배에 넣으니 거동이 불편하다. 식사를 마치고 고당봉으로 오른다. 고당봉은 짙은 안개에 휩싸여 2~3미터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고당봉을 통째로 접수

고당봉으로 오르는 계단마저도 짙은 안개에 뿌옇게 흐려져 있고, 세찬 바람은 태풍이 지나가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많고 많던 산꾼들 때문에 번호표를 뽑아서 고당봉 인증샷을 했었는데, 오늘은 백산인들이 완전히 전세를 낸 것이다. 휘 둘러봐도 우리 일행 밖에는 없다. 그러다 보니 단체 사진, 개인 사진 등을 원도 한도 없이 찍을 수가 있다. 단지 고당봉 정상석에 서노라면 강풍에 날려갈 것 같아서 정상석을 부어잡거나 아니면 엉거주춤 바닥에 있는 바위를 움켜잡아 본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강풍에 카메라가 흔들거려서 중심을 잡는다고 애를 쓴다.

 

이제 금샘으로 내려가기 위해 계단을 돌아서 가는데 강풍 탓에 계단 난간을 잡고 천천히 내려간다. 10여분 등로를 따라가다가 금샘에 오르기 위해서는 외줄 타기를 한 번씩 한다. 그리고 금샘에 올라가 보기도 하지만, 세찬 바람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다. 그래도 추억의 덩어리를 남겨야 하기에 금샘에 올라서 본다. 비가 온 탓에 금샘의 물은 바람에 출렁거리고 있다.

 

 

▷뿔뿔이 흩어지고

금샘에서 금정산 탐방지원센터로 하산하여 잠시 거기서 숨고르기를 한다. 그리고 북문에서 마지막 단체 인증샷을 남긴다. 운해대장님은 저녁에 장례식과 합천 동향 모임 때문에 여기서 작별을 하기로 한다. 이제 당초 예정된 코스로 가는 사람은 5명인데, 원효봉 못 미쳐 붉은노을님은 갈림길에서 작별을 고한다. 노을님은 백양산 방향으로 가겠단다. 이제 남은 사람은 청파님, 봄산님, 유유산속님, 그리고 나, 네 사람이다.

 

내가 이 하산길에 보여 주고 싶은 것은 미륵불 부근의 경치다. 그런데 아뿔싸 도중에 갈림길을 조금 지나쳐 다시 되돌아가서 겨우 미륵불을 찾아갔다. 흔쾌히 세 사람은 알바를 받아들이고 되돌아간 결과 미륵불을 찾을 수가 있었다. 미륵불 부근의 상부 전망바위도 좋지만, 통천문 그리고 바위에 양각화된 부처상은 온화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통천문과 미륵불 사이의 절벽 위에는 용의 입 모양을 한 모습이 이곳 경치의 압권이다. 꼭 여의주를 물려놓은 모습이다.

 

 

그런 다음 20여 미터를 내려오면 암굴 속에서 치성을 드리던 장소가 나오는데, 몇 달만에 오니 구청에서 완전히 철거를 해 놓아서 암굴 속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제 거기서 바로 물소리가 요란한 계곡으로 내려선다. 유유산속님이 계곡물에 등목을 조금 하고 가자고 한다. 얼씨구! 그래서 그곳에서 유유산속님은 등목을 하고, 나와 청파님은 얼굴을 씻고 족탕도 해 본다. 피로감이 확 달아난다.

 

상마마을 위 만성암을 거쳐 남산마을까지 내려간다. 남산마을이 다다르기 전에 평상에 앉아서 마지막으로 과일을 꺼내서 숨고르기를 한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의 7시간 반이 넘는 산행을 끝내려고 마무리를 한다. 남산마을에 와서 토담이라는 야외 포장마차집에 들어가 정구지 찌짐과 오뎅탕, 그리고 막걸리로 지나온 여정을 이야기하고 백산의 발전방향을 얘기하면서 세 시간이나 웃음꽃을 피웠다. 오래된 술이 맛을 내듯 점점 숙성되어가는 산우와의 깊은 만남이 서로를 붙들어두게 한다. 식대도 서로들 실랑이를 벌리다 청파님의 백산 신고식으로 내는 것으로.....

 

오랜 지기처럼 마음을 맞추어 산행을 하면서 땀도 흘리고 세상의 보배를 다 내어줄 듯한 마음으로 산우의 우정을 다진 멋진 힐링 산행이었다. 포근한 산이 있듯이 함께 해 주는 산우가 있기에 일주일을 기다린다. 자주 만나려면 더 건강해져야 함을......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