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영남 알프스 영축산 능선길(함박등, 채이등, 죽바우등, 시살등) 산행기◈(2014. 8. 16. 토)

부산갈매기88 2014. 8. 21. 14:58

◎산행지: 영남 알프스 영축산 능선길(함박등, 채이등, 죽바우등, 시살등)

★산행일시: 2014. 8. 16. 흐림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10명(피네, 붉은노을, 청파, 파도, 수희, 현진, 스마트, 얼씨구, 호철, 부산갈매기)

 

 

●산행코스: 양산 지산마을-비로암-백운암-함박재-함박등-함박재-채이등-죽바우등-한피기재-

               시살등-청수골 산장 위 계곡

 

 

▦시간대별 산행코스:

  08:55 양산 시외버스 터미널 도착

  09:10 지산마을 도착(택시)

  09:20 산행시작

  09:38 비로암 아래 냇가

  09:51 비로암 삼거리 이정표

  10:40 백운암(휴식 10분)

  11:26 나무계단 위 전망바위

  11:33 함박재

  11:41 함박등(휴식 10분)

  12:30 죽바우등(식사 45분)

  13:29 시살등

  14:45 청수골 산장 위 능선 묘지

  15:08 청수우골 계곡(알탕 50분)

 

 

★산행 시간: 5시간 48(점심식사 45분, 휴식 30분)

 

◎교통편:

       *갈 때: 노포동~양산시외버스터미널 시외버스비       2,200원

                양산 시외버스터미널~지산마을 택시비 1대    4,000원

       *올 때: 태봉~원동역 마을버스                            1,100원

                 원동역~구포역 무궁화호 열차                   2,600원

 

*배내골 가는 버스: 원동에서 배내골 태봉마을 2번,   언양에서 태봉마을까지 328번 버스 시간표 아래 참조

 

 

▶산행 tip: 습하고 무더운 여름에 웬 영남 알프스 능선길이냐고 묻는다면 나 자신의 정체성과 나태해진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정상 목표를 달성하고 하산 후의 계곡에서의 알탕은 백만불을 갖다 준다 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짜릿하면서도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추억거리가 된다.

 

이번 산행은 오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접근하기로 한다. 버스, 택시, 열차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아주 매력적이다. 늘 승용차나 버스로 다니던 사람에게 열차를 이용해 보는 것은 어릴 적의 아련한 추억이 생각나게 한다. 자신의 것만을 이용하고 자신의 것만을 고집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남이 나에게 배려해 주는 편안함과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것도 한 번쯤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영축산과 영남 알프스의 능선 산행은 지산마을에서

이번 무더운 영축산 능선길 산행에 나선 사람은 나를 포함하여 10명이다. 처음 이 산행을 붉은노을님에게 제안했을 때 노을님은 흔쾌히 같이 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홀로 산행하려나 생각했는데 산우가 생겨서 내심 기뻤다. 그리고 피네님이 일본 북알프스를 다녀온 후 완전히 완쾌 된 몸은 아닌데도 동행하겠노라고 해서 세가 불어나 산우는 열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양산 통도사 뒤의 영축산과 영축산 능선길의 시작은 지산마을에서 시작하는 게 여러 모로 좋다. 통도사 정문에서부터 시작을 하게 되면 포장도로를 으레이 지나가는 경우도 있고, 평지에서 진을 다 빼게 되어 산행의 깊은 맛을 느끼기도 전에 시들해진다.

 

 

그래서 우선 지산마을에서 시작되는 산행은 극락암 방향으로 방향을 잡아서 진행하고, 비로암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 백운암 방향으로 오르면 산행코스는 제 자리를 잡는다. 지산마을 입구에서 바로 통도사 경계 안으로 들어가면 좋으련만 마을 입구에 초소가 있어서 여기서 통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들머리는 그 초소 바로 위에서 들머리를 잡아 비포장의 질퍽한 도로를 따라서 농장을 지나가다 보면 실개천이 하나 나타난다. 농로는 비가 온 탓에 많이 질척거린다. 그 실개천이 나타난 지점에서 숲이 무성한 곳을 바라보면 시그널이 걸려 있다. 그 길을 따라 5분 여 진행하면 냇가가 나타난다. 최근에 보 공사를 해서 개울이 많이 바뀌었다. 게다가 비가 많이 와서 개울물이 불어서 개울을 요리조리 돌멩이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건넌다. 맞은편에 있는 그 외딴 집을 10여 미터 내려가면 우측의 소나무 숲길이 나 있음을 알게 된다. 그 길을 치고 올라가면 극락암 바로 위의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거기서 3~4분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비로암 삼거리 이정표가 나타나게 된다. 백운암은 왼쪽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왼쪽 포장도로를 따라 치고 올라가면 백운암 주차장이 나타나게 된다.

 

 

▷백운암으로 오르는 된비알

백운암 주차장에서 백운암에 이르는 1.2km 구간은 돌계단, 나무계단, 그리고 된비알이 연속으로 나타나게 되어 종아리가 뻑적지근해지고 육수가 제법 흐르게 된다. 그래서 백운암의 빡센 등로를 오르기 위해서 주차장 위 10분 채 못가서 긴 의자가 놓여 있는 곳에서 숨고르기를 하면서 바로 옆의 개울에서 얼굴도 씻어 본다.

 

지나가는 산꾼들이 삼삼오오 보이고, 백운암을 찾아가는 불자도 몇몇 보인다. 그 불자들은 우리에게 백운암으로 오르는 길이 맞느냐고 물어온다. 계곡의 물소리는 제법 세차게 들리고 곁들어 매미소리가 뒤섞이어 정신이 아득해진다. 지금 현재로서는 달리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선 백운암까지 오르는 것이 목표이기에 거기에 초점을 맞추어 쉬엄쉬엄 오른다.

너덜지대도 나타나고 된비알에는 나무계단도 얼굴을 내민다. 현진님, 얼씨구님, 청파님이 나와 함께 후미조를 이루어 백운암 200여 미터를 남기고 너럭바위 위에서 숨고르기를 잠시 해본다. 목탁소리가 들리기에 나무 위를 쳐다보니 스피커가 나무 허리에 칭칭 감겨있다. 사찰이 조금 조용하였으면 좋으련만 스피커에서 들리는 목탁소리는 과객의 깊은 생각을 끊어지게 해버리는 방애물이 되고 있다. 모두 보여주고자 하는 과시의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어서 마음이 언짢아진다.

 

 

백운암에는 앞서 간 일행이 경치를 조망하기도 하고, 경내를 둘러보기도 한다. 사찰 입구에 예전에 못 보던 방문객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일행들은 그 별채 안에 배낭을 쭉 세워두고 함께 어깨를 모두어 인증샷을 남겨본다. 일행 중 누군가가 베풀어 주는 과일을 입 안에 넣으며 즐거운 한 때를 즐긴다. 산 중턱에까지 몸을 갖다 두었으니 여기서 함박재까지는 보다 마음 편하게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함박재와 함박등의 안개를 뚫고

백운암 오른쪽으로 조금 가서 함박재로 오르는 등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조금씩 가팔라져 가는 등로에 걸음은 무거워져 간다. 15분여를 오르니 나무계단이 나타나고 오른쪽에 전망바위가 보인다. 산 아래는 안개로 시야가 가려지고 있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산우들이 너무나 잘 걷고 있어서 시간이 생각했던 것보다 전체 산행시간은 많이 걸리지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전망바위에서 사진도 한 컷 하게 하고, 여유있는 시간도 만들어 본다. 이게 번개 산행의 깊은 맛이 아닐까. 쉬엄쉬엄 10분여를 오르는 가운데 선두조와 후미조의 간격이 조금 벌어진다. 후미조의 청파님의 발걸음도 백운암 주차장을 지나서 조금 무디어져 가더니 함박재를 앞두고 많이 무거워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제 5분여를 오르니 하늘이 조금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함박재에 다다른 것이다. 함박재 이정표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한다. 그런데 갑자기 안개가 산 아래에서 능선으로 휘몰아쳐 올라온다. 아래를 조망할 수가 없다. 아쉽다.

 

 

누군가 영축산 방향으로 난 암릉을 가리킨다. 저 암릉의 이름이 무었이냐고. 그래서 시간도 남아돌아가는 상황이라 함박등으로 올라가 본다. 함박등에 올라 퍼질고 앉는다. 그리고 에너지 보충도 해 본다. 안개는 재빨리 산 아래의 모든 모습들을 하얗게 감싸 안는다. 세상을 온통 하얀 놈으로 만들어 놓는다.

 

▷죽바우등에서 신선이 되다.

함박등에서 함박재로 되돌아와 죽바우등 방향의 능선길을 오르내린다. 15분여를 갔을 무렵 청수골 방향의 이정표가 나타나는데, 타 산악회에서 온 일행 대여섯명이서 영축산 가는 방향을 물어온다. 그래서 우리가 온 방향을 일러 주었는데, 이정표를 보니 청수골 방향이 우리가 지나온 방향으로 잘못 세워져 있다.

 

그들은 자기네들끼리 이 방향이 맞느니 저 방향이 맞느니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정작 우리가 가는 방향은 헷갈려서 조금 있다가 보니 청수골 능선의 하산길을 걸어가고 있다. 아뿔싸! 내가 확 트인 전망 바위에 올라 보니 건너편 남쪽으로 죽바우등이 보인다. 그래서 부랴부랴 청수골 방향으로 내려간 일행을 불러 세운다. 일행들은 되돌아온다. 그리고 그 전망바위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한다.

 

이제 조금 전의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길로 와서 남쪽의 능선길을 따라간다. 계속해서 안개는 양산 통도사가 있는 동쪽사면을 따라 올라오다가 능선에서는 더 이상 올라오지 못하고 하늘로 솟구친다. 그래서 발 아래의 동쪽 사면과 서쪽 사면은 확연히 다른 산 모습을 하고 있다. 죽바우등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 보며 올라갈 입구를 찾아본다. 진행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다가 죽바우등으로 오르는 길을 일행들은 이곳저곳 헤쳐보면서 그나마 나은 길을 찾아본다. 죽바우등 정상에는 여기 저기 너른 장소가 펼쳐지나 안개로 통도사 방향은 운무로 가득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 운무가 너무나 포근하여 그 속에 몸을 내던지고 싶은 충동마저 든다.

 

 

12시 반이 넘은 시간이라 죽바우등 정상석 앞의 너른 터에 자리를 잡는다. 스마트님이 가지고 온 식탁보를 펼친다. 이제 완전히 안개는 우리를 감싸고 있다. 각자 가지고 온 먹거리를 배낭에서 꺼내어 놓는다. 빙 둘러 앉자마자 붉은노을님이 생탁을 따른다. 땀 흘린 뒤의 그 한 잔. 그것은 땀 흘린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지상최대의 행복한 맛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개는 진하게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 천상의 만찬이 펼쳐진다. 서너 가지의 반찬이라도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벗과의 식사, 하늘과 맞닿은 이곳에서의 식사는 건강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지상최고의 특권인 것이다. 그리고 격식이 필요없는 참 편한 만찬이다.

 

▷시살등아 잘 있거라! 알탕은 시원탕으로

죽바우등에서 시살등은 20분 채 걸리지 않아서 도달한다. 시살등에서 인증샷이 끝난 일행은 청수골산장 방향의 능선을 따라 쭉 내려가게 된다. 처음에는 수풀이 많이 우거져 있고 바닥도 파인 돌길이라 하산길이 예사롭지 않구나 생각했는데, 20여 분을 지나 능선길에 접어드니 낙엽이 카펫처럼 깔린 샤방샤방한 길이다.

 

정말 힐링 산행이라는 것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그런지 일행의 발걸음은 신바람이 나서 무지하게 빠르다. 그러나 저러나 알탕을 하려면 능선 오른쪽의 청수우골로 빠져야 하는데 1시간이 훨씬 넘게 줄곧 능선을 따라 하산을 하고 있으니 마음에 조금 조급함이 든다.

 

드디어 청수골 능선의 묘지 한 기가 있는 곳에 오니 계곡의 물소리가 세차게 들린다. 그럼 이제 오른쪽으로 돌아내려가는 길만 찾으면 되는데.....

급경사가 시작되면서 아래쪽의 청수골산장 지붕이 보인다. 이제는 모든 산행이 끝이나나 보다. 그러나 청수골산장 입구의 다리가 나온 계곡물에서는 피서 온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계곡 상부로 500여 미터 올라간다. 시원스런 허연 계곡물이 우리를 유혹한다. 계곡 왼쪽은 남자들이 그리고 오른쪽에는 현진님과 수희님이 알탕을 하기로 하고 잠시 떨어진다.

 

남자 일행들은 시원스럽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 아래 자리를 잡고 몸을 담근다. 모두 물속에 몸을 잠그고 고개도 빼꼼이 내어본다. 잠시 웃음소리가 계곡을 울린다. 우리 일행 조금 위쪽에는 타 산악회에서 온 일행들이 열심히 알탕과 족탕을 하고 있다. 그런데 물속에 들어간 일행들은 물이 차갑다고 20분도 채 안 되어 물 밖으로 나가버린다. 이런! 원동행 마을버스를 타려면 2시간이나 짱짱하게 남아 있는데.

 

 

계곡에서 20여 분을 걸어서 태봉 마을로 나온다. 식당과 편의점을 같이 운영하는 버스 종점 부근의 식탁에 앉는다. 붉은노을님이 파전은 식당에 시키고 막걸리는 막걸리값을 절약한다고 알뜰살뜰 편의점에서 산다. 시간이 남으니 아주 여유롭게 건배도 해 보고, 세상사는 이런 저런 이바구도 해본다. 그리고 신불산에서 비박을 하고 내려오는 6~7명의 남녀들 배낭에 압도되어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들은 서울에서 왔단다. 간밤에 간헐재에서 자고 신불산을 거쳐 오늘 하산한다고 한다.

 

 

5시 40분 태봉에서 원동행 마을버스를 타고 원동역에 도착하여 무궁화 열차를 탔다. 입석표라 열차카페에 들어가 바닥에 퍼질고 앉아 잠시 편안함을 느껴보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이라고 일행은 말한다. 그리고 그 칸에는 자전거가 대여섯 대가 실려 있었다. 새로운 여행의 풍속도를 볼 수 있었다. 구포역에서 내려 인근 돼지국밥집으로 들어가 국밥에 소주, 막걸리로 뒤풀이를 했다. 아쉽게도 파도님은 저녁에 약속이 있다고 구포에서 내리지 않고 곧바로 갔다. 함께 땀 흘리며 고생한 보람에 산꾼들의 우정이 깊어진 하루였다. 호철님과 얼씨구님이 번개산행에 처음으로 얼굴을 내밀었는데 정기산행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노라고.

 

 

여유로움이 넘치는 번개산행에서 나 자신을 찾고 돌아온 여행같은 힐링 산행이었다. 마음 맞는 산우와 땀 흘리고 안개가 낀 하늘 능선에서 신선이 되어 만찬을 즐기고 소주나 막걸리 한 사발로 우정을 다진 하루였다. 우리는 너무 빨리 내달린다. 그게 무덤이든 어디든. 이제 조금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인생 하프 타임을 멋지게 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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