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봉화 청량산(870m) 산행기◈(2014. 10. 18. 토)

부산갈매기88 2014. 10. 21. 14:36

산행지: 봉화 자소봉(840m), 탁필봉(820m), 연적봉(846m), 장인봉(870m)

★산행일시: 2014. 10. 18. 토. 맑음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부산대학병원 산악회원 포함 44명(와석, 한사랑, 송향, 효리, 수니, 병원인, 애진봉, 부산갈매기 외)

 

산행코스: 청량산 주차장 ~ 입석 초입 ~응진암 ~ 총명수 약수터 ~ 청량사 ~ 김생굴 ~ 자소봉 ~ 탁필봉 ~ 연적봉 ~ 하늘다리 ~ 장인봉 ~전망쉼터 ~ 턱걸바위 ~금강대 ~ 공원 매표소

 

시간대별 코스 진행:

   10:58 청량산 주차장 도착

   11:07 입석초입(14분 휴식)

   11:21 산행시작

   11:44 응진암

   11:51 총명수 약수터

   12:10 청량사(약차 시음 10분, 경내관람 10분)

   12:38 김생굴

   13:20 자소봉(휴식 10분)

   13:38 탁필봉(식사 25분)

   14:07 연적봉

   14:34 하늘다리(휴식 5분)

   15:00 장인봉(휴식 5분)

   15:37 쉼터(휴식 10분)

   16:37 공원 매표소

 

 

산행 시간: 5시간 30분(점식식사 25분, 기타 휴식 64분,)<순수 산행시간: 4시간>

◍산행거리: 7.2km(GPS)

◎교통편: 부산대학병원 전용 버스<삼성고속버스>

           *덕천동 부민병원에서 청량산 주차장까지 3시간 반 소요.

 

 

산행 tip: 봉화 청량산 산행은 청량사에서 마음의 안식, 자소봉, 탁필봉, 연적봉, 장인봉 등 네 개 암릉의 기암괴석과 조망, 그리고 산자락과 계곡에서 펼쳐지는 색동옷 단풍을 향유하는데 있다. 전체 산행거리는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에 7.2km의 산행거리밖에는 안 되기에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산행이 된다. 청량산은 그 옛날 퇴계, 원효, 의상, 김생, 최치원 등 명사들이 수도를 했던 산이기에 그 자취를 밟아본다는 의미에서 뜻 깊은 산행이 될 것이다.

 

 

 

입석을 들머리로

입석에서 올라가는 들머리까지는 주차장에서 10여분 걸어가면 약간 워밍업이 된다. 그리고 호흡을 가다듬어 산행 안내판 앞에서 단체 인증 샷을 하고 난 후 곧바로 계단이 시작된다. 그러나 워밍업 정도의 비탈이다. 쭉 산허리를 가볍게 돌아 20여분 가면 깎아지른 암벽 아래에 응진전이 가을 햇살 아래 졸고 있다. 거기서 5분여를 가면 청량사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나오고 바로 옆에는 총명수 약수터가 있다. 최치원이 총명수를 마시고 총명해졌다는 전설이 담긴 곳이다. 그래서 과거를 보러 가려는 선비들은 이곳에 들러서 총명수 한 사발을 했단다. 그 약수터에서 약수 한 사발을 들이키던 부산대병원 산악회의 여자회원 왈 ‘1년 전 희미한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한 마디 한다. 내가 옆에서 한 마디 거든다. 두세 잔 더 마시면 2~3년 전의 기억도 생생하게 떠오를 거라고.

 

청량사 ▻자소봉

바로 발아래 보이는 청량사로 향하는데 그 입구에 <오고가고 아픈 다리 약차 한 잔 그냥 들고 쉬었다가 가시구려>라는 찻집의 미끼 알림글에 마음이 동해서 들어간다. ‘어찌 남의 것 공짜로 마시 것나.’ 하는 수 없이 한 잔에 1,000원 정도 돈 그릇에 담아놓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한사랑님이 여섯 잔 값을 낸다. 와석님은 부산대병원 산악회원을 따라 청량사로 앞서 가는 바람에 마시지 못하고, 또 그게 이산가족의 고생길로 접어든 단초가 된다. 

 

청량사 안을 기웃거려본다. 이 절은 원효대사가 신라 문무왕 3년(663년)에 창건했다고 하니 1,300여 년이 넘은 고찰이다. 솔향님과 게스트, 그리고 효리님은 대웅전에 예불을 드린다고 잠시 사라진다. 많은 산우들로 자갈치 시장처럼 시끌벅적한 경내. 청량사는 암릉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오목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포근한 느낌을 준다. 부산대병원 산악회원들은 우리 일행보다 앞서서 경내를 떠나간다. 저쪽 산악회장님이 먼저 가겠다고 하면서 길을 아느냐고 물어온다. 한사랑님이 지난번 백산 산악회에서 와 봤기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우리를 안심시켜 준다.

 

청량사에서 오른쪽 조금 위의 비탈진 계곡에 김생굴이 위치하고 있다. 김생이 9년을 서도에 정진하여 하산하려고 할 때 길쌈을 하는 여인이 자신도 9년 동안 길쌈을 했으니 서로 솜씨를 겨루어 보자고 한다. 캄캄한 밤에 내기를 한 결과 길쌈을 해서 놓은 천의 올은 한 올도 흐트러짐이 없는데, 김생의 글씨는 삐뚤빼뚤했다고 한다. 그래서 김생이 1년을 더 서도에 정진했다고 한다. 굴이라 별거 아니지만 지나가는 걸음이라 한 번 들러본다. 그리고 그 옆의 김생폭포도 구경해 본다. 에고~ 폭포는 가뭄에 말라 목이 타고 있다. 애들 오줌 누듯 물줄기라도 쏟아지면 폭포라도 알겠지만 그냥 허옇게 말라버려서 아쉬움을 남기며 돌아선다.

 

이제는 자소봉을 향해서 오를 일만 남는다. 자소봉까지는 35분여 된비알이라 송향님의 게스트는 목에서 미제쌍발 제트기 엔진소리가 거하게 들린다. 송향님이 금정산 고당봉 정도의 수준이라고 동행했는데, 그게 아니올시다. 게다가 자소봉으로 오르는 20여 미터의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철계단은 혹독한 시어머니를 만난 기분이었으니. 그러나 그 위에 오르니 남쪽을 빼고 세 방향이 트이어 있어서 보상을 받아서 얼굴이 밝아진다. 인생에 어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있으랴. 당근과 채찍. 거기서 잃어버린 와석님과의 눈물겨운 상봉이 이루어진다.

 

청량사에서 앞서 병원산악회를 따라간 와석님은 그 자소봉에서 우리 일행을 찾아 자소봉 철계단을 세 번씩이나 오르내렸다고 한다. 자소봉 위에 다소곳이 기다리고 있으면 만날 수 있으련만. 행여, 또 혹시라는 생각에 그 수직 철계단을 세 번씩이나 오르내렸다고 하니 체력도 대단하다. 함께 어우러져 추억의 모자이크를 합성해본다. 인생의 뒤안길에서 여기에 왔다 갔노라고.

 

탁필봉 ▻연적봉 ► 하늘다리

자소봉 철계단을 내려와 자소봉 암봉을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탁필봉이 나온다. 탁필봉 역시 암봉인데 그 정상은 오를 수가 없기에 길 옆에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자소봉과 탁필봉 암봉 사이의 빈터에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앞서 간 병원 산악회원들이 여기저기 무리를 지워 식사를 하고 있다. 백산에 정기 및 번개산행을 합쳐 세 번이나 온 병원인님이 와서 격려의 인사를 한다. 본진은 거의 식사가 끝나가고 있고, 우리는 이제 막 시작을 한다. 그래서 그들이 먼저 길을 떠나기가 멋쩍은지 머뭇거린다. 등산로는 잘 아니까 먼저 가라고 하니 그들은 일어서서 간다.

 

 

우리 일행은 느긋하게 식사를 끝내고, 바로 옆의 탁필봉에서 인증샷을 한다. 탁필봉에서 5~6분 능선길을 따라 암봉에 올라서면 연적봉이 나온다. 연적봉에 올라서니 탁필봉과 자소봉의 암봉이 ‘여보란 듯’ 우뚝 서 있다. 연적봉우리의 좁은 장소에 여러 산악회가 정상석 인증샷 자리다툼을 하다 보니 경치를 조망할 여유가 없어진다. 탁필봉과 자소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 컷 하고 연적봉 정상석 인증샷을 위해 대기를 한다. 발아래로 가을의 숨결이 느껴진다. 사람은 그 입은 옷으로 계절의 변화를 표현하듯 이 대자연도 울긋불긋한 색동옷으로 세월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 같다. 단풍도 20대처럼 열정적인 빨간 단풍이 있는가 하면, 40~50대의 조금 은은한 단풍이 있는 것 같다. 대자연은 그 계절의 변화를 그렇게 나타내고 있다.

 

연적봉에서 하늘다리로 가려면 가파른 철계단을 뒷실고개까지 조금 내려가다가 0.5km를 가야하는데 나무계단을 치고 올라가야 한다. 나무계단은 가파르고 제법 길다. 능선 위의 선학봉에 다 올라섰나 싶으면 바로 앞에 녹색으로 칠해진 길이 90미터m, 폭 1.2미터의 하늘다리가 나타난다. 지상고는 70미터로 산악현수교이다. 선학봉과 자란봉을 이어주는 다리이다.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하늘다리다. 청량산 최고봉은 장인봉이지만 그래도 스릴이 넘치고 조망이 좋은 하늘다리가 이번 산행의 백미다. 다리 이쪽저쪽 끝에는 수많은 산우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웃는 웃음꽃이 계곡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그 아래 계곡에서 펼쳐지는 색동옷에 천국의 잔치에 초대된 기분으로 황홀해진다. 자란봉으로 올라서 장인봉으로 향한다.

 

 

장인봉 ▻하트형 쉼터 ▻ 금강대 ▻공원 매표소

하늘다리에서 장인봉까지는 20여분 채 걸리지 않는다. 자란봉을 내려서서 장인봉으로 가려면 역시 철계단 천국이다. 장인봉에는 앞서 간 병원 산악회가 진을 치고 있다. 부산대병원 산악회와 함께 버스를 타고 갔지만, 산행은 따로 한 셈이다. 간혹 이렇게 정상석이 있는 곳에서 조우할 뿐이다. 병원 산악회장님과 정상 인증샷을 함께 해본다. 장인봉에서 20여 미터 떨어진 남쪽 전망대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먼 산의 마루금도 올려다보며 자연의 선물에 감사해본다. 또 발아래 남쪽으로 아스라이 주차장이 보이고 냇가도 보인다.

 

그런데 아뿔싸 전망대의 노송을 지나 내려서려는데 직벽에 가까운 철계단이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인다. 무려 철계단은 300여 미터에 달한다. 송향님과 함께 온 게스트는 올라가는 것은 힘들다고 하더니 하산은 잘도 한다. 정말 백산의 여자회원님들의 담력은 알아줘야 할 것 같다. 경치 좀 구경하고 이리저리 사진도 몇 장 찍는다고 천천히 내려서는 나는 오히려 다리에 오금이 저린다. 그에 비해 함께 한 효리님, 수희님, 송향님과 게스트는 산다람쥐처럼 잘도 내려간다.

 

긴 철계단을 내려가 잠시 와석님을 기다리며 과일을 먹는다. 와석님은 계단 중간쯤 오다가 카메라 배터리를 교환한다고 지정거린다. 이제 장인봉 전망대 위에서 내려다 본 하트형 쉼터로 올라간다. 너른 쉼터에서 장인봉 능선을 배경으로 일행들은 손과 팔로 하트형을 만들어 보이며 신바람 나는 시간을 가져본다. 가을이 우리 가슴에 깊숙이 들어와 안긴다. 잠시 세상의 욕심은 자리를 비켜난다.

 

 

하산길 전체 2.6km 중에서 거의 절반이 철계단이나 목책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걸음걸이가 만만치가 않다. 턱걸바위와 금강대를 지나가려면 산허리의 절벽을 따라 옆으로 진행을 하면서 공원 매표소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턱걸바위와 금강대, 금강굴은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 굴이 움푹 패여 있다. 뭔가 음침한 느낌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신비로움도 느껴진다. 과거의 선비들도 이렇게 거닐며 시상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금강대를 지나서도 여전히 직벽에 가까운 철계단이 버티고 있다. 정말 하산길은 악 소리나는 철계단에 신물이 난다.

 

공원매표소에 도착하니 도착 예정 시간이 20분 정도 남았다. 그래서 와석님과 개울로 가서 머리를 감고 상의도 갈아입으며 여유를 부려본다. 번개산행치고는 멀리까지 갔다. 다른 산악회와 함께 한 차를 만들어서 가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이 몇 사람 되지 않기에 융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 아쉽다. 주차장에서 병원인님을 만나서 토종 요굴트 한 잔을 얻어 마신다. 땀 흘린 후의 갈증이 어느 정도 해갈되는 것 같다. 그리고 청량산에 대한 여러 가지 숙제도 풀고 가는 것 같다.

 

 

남안동 휴게소까지 50여 분을 달려가서 간고등어 정식으로 저녁식사를 한다. 부산대병원 산악회장님의 건배 제의에 천장이 내려앉을 기세로 ‘위하여!’를 외친다. 백산에 자주 온 병원인님이 옆에 앉아서 함께 식사를 하며 친교를 나눈다. 나름대로 즐겁고 행복한 산행 후에 이처럼 식도락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산에서 여유로움과 평안함을 얻고 부산으로 달린다. 늘 남보다 앞서 가려는 욕심과 이기심이 우리를 피폐하게 하지만, 대자연의 큰 스승에게서 가르침을 받고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간다.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지만 결코 도전을 하지 않고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 땅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 땀은 늘 새로운 에너지로 변해서 우리에게 희망과 행복을 안겨다 준다. 그래서 또 한 주일을 살아가고, 또 한 주일을 기다린다.

 

함께 한 부산대병원 산악회원 여러분과 백산 산우님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양 산악회의 교류를 통해서 함께 걷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산악회로 거듭났으면 한다.

 

 

산행지도

★산행사진